[문화] "조성진, 좋은 테니스 선수 같다" 내한한 지휘자 사이먼 래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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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진은 노력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그렇게 훌륭한 연주를 한다. 그가 칭찬을 아주 싫어한다는 걸 알고 지금도 '칭찬 알레르기'가 그의 눈에 보이지만.(웃음) 미안하다!”
바이에른 방송 교향악단과 함께 하는 래틀과 조성진
세계적 지휘자인 사이먼 래틀이 피아니스트 조성진에 대해 설명하며 웃음을 지었다. 19일 서울 잠실 롯데콘서트홀의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래틀과 조성진은 20일 연주하는 브람스 피아노 협주곡 2번에 대해 설명하던 참이었다.
조성진이 “거대한 스케일의 곡이라 연주가 끝나고는 아무 것도 못할 정도로 진이 빠진다”고 설명했다. 이에 래틀은 “성진이 너무 겸손하다”며 말을 이었다. “이 곡은 마치 테니스와 같다. 공을 서로에게 넘기는데 서브가 너무 빠르면 받을 수가 없다. 악절을 오케스트라에게 주면 우리가 다시 넘길 수 있게 해줘야 한다. 어떤 연주자와의 연주는 악몽인데, 성진의 연주는 단순하면서 음악적이다. 몇 안되는 피아니스트에게만 느낄 수 있는 상황이다.” 래틀은 이어 “칭찬을 못 견뎌하는 성진에게 미안하다”고 덧붙이며 웃었다.
래틀과 조성진은 이번 내한에서 독일 뮌헨의 바이에른 방송 교향악단(BRSO)과 함께 한다. 20일 브람스 협주곡 2번, 21일에는 베토벤 협주곡 2번을 연주한다. 래틀은 베를린 필하모닉에서 16년 동안 상임 지휘자를 지냈고, 지난해까지 런던 심포니의 음악감독을 맡았다. 지난해 9월부터 바이에른 방송 교향악단의 상임 지휘자로 악단을 이끌고 있다. 그동안 베를린필(2017년), 런던 심포니(2022년)와 함께 한국 공연을 했고 바이에른 방송 교향악단과는 첫 내한이다.
세 악단과 내한할 때마다 협연자는 조성진이었다. 래틀은 “각기 다른 오케스트라와 투어를 했는데 그때마다 솔리스트가 조성진으로 똑같아 아이러니하다”고 했다. 래틀은 2017년 베를린필과 한국 공연에서 협연자였던 조성진을 “피아노의 시인”이라 불렀다. 당시 피아니스트 랑랑의 팔 부상으로 무대에 서게 된 조성진의 베를린필 데뷔 공연이었다. 래틀은 이번 바이에른 방송 교향악단과의 아시아 공연 12회 모두에서 조성진을 협연자로 선정했다. 이들은 한국 공연 2회를 거쳐 일본에서 6번, 대만에서 4번 공연하며 마지막 공연은 다음 달 5일이다. 래틀은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연주하게 되는데 그 다양성을 함께 할 수 있는 연주자가 조성진이라 생각했다”고 말했다.
조성진은 “긴 투어에는 체력이 중요하다”며 “며칠 전 뮌헨에서 바이에른 방송 교향악단과 브람스 협주곡 2번을 연주하고 왔는데 체력적ㆍ정신적으로 힘들었다. 하지만 오케스트라가 훌륭해 힘든 걸 모두 잊었고, 이번 투어에는 음악만 준비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 곡에 대해 “1번 협주곡이 젊은 브람스의 열정을 간직하고 있다면 2번은 더 교향악적이라 오케스트라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소개했다.
1949년 창단한 바이에른 방송 교향악단은 오이겐 요훔, 라파엘 쿠벨릭, 로린 마젤, 마리스 얀손스 등 거장 지휘자들이 이끌었던 오케스트라다. 내한 공연은 2018년 주빈 메타와 함께 한 후 6년 만이다. 교향악단의 니콜라우스 폰트 대표는 “올해 창단 75주년이다. 쉽지 않은 연주곡으로 긴 투어를 하게 됐고 오케스트라의 구성원 모두 큰 기대를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바이에른 방송 교향악단은 협주곡과 더불어 20일 브람스 교향곡 2번, 21일 브루크너 교향곡 9번을 연주한다. 양일 모두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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