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당선인이 지난 5월 뉴욕 맨해튼 형사법원에 출석한 모습. AF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을 '성추문 무마용 금품 지급' 혐의로 기소한 검찰이 재판 중단에 동의한다는 의견을 재판부에 제출했다. 판사가 이를 받아들이면 최종 선고는 트럼프 임기 종료 이후로 미뤄질 수 있다.

AP통신은 19일(현지시간) 뉴욕 맨해튼 검찰이 재판 중단과 선고 연기에 동의하는 의견서를 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는 2016년 대선 직전 성인영화 배우 출신 스토미 대니얼스에게 과거에 성관계 사실 폭로를 막으려고 13만달러(약 1억8000만원)를 건넨 혐의로 기소됐었다.

검찰은 의견서에서 "대통령 직무에 대한 요구와 의무를 고려하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백악관 복귀가 전례 없는 법적 쟁점을 가져올 것"이라고 밝혔다. 정상적인 대통령 직무 수행을 위해 사법적 판단은 임기 이후로 미루는 데 동의한다는 취지다.

앞서 지난 5월 맨해튼 형사법원 배심원단은 34개 혐의 모두 유죄 평결을 내렸다. 이에 트럼프 측 변호인은 '대통령 재임 중 공적(公的) 행위는 퇴임 이후에도 형사 기소 면제 대상'이라고 판단한 연방대법원의 해석을 앞세워 유죄 평결을 파기해달라고 요청했다.

사건을 맡은 후안 머천 판사는 오는 26일 이 사건에 대해 선고를 할 예정이었지만 검찰 요청에 따라 재판 진행을 중단한 상태다. 머천 판사가 검찰 측 요청을 수용하면 배심원단 유죄 평결을 파기하지 않더라도 선고는 임기 이후로 미뤄진다.

전직 성인영화 배우 스토미 대니얼스(본명 스테파니 클리퍼드)는 2006년 트럼프와 성관계를 가졌다고 폭로했다. 로이터=연합뉴스

트럼프 측은 이날 "맨해튼 지방검찰은 '마녀사냥'을 지속할 수 없다는 것을 인정한 것"이라며 "트럼프 대통령과 그를 압도적으로 지지해 준 미국 국민의 중요한 승리"라고 밝혔다.

트럼프는 성추문 무마 혐의를 비롯해 대선 결과 불복, 기밀문서 반출 등 4개 형사 사건으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 중 재판이 진행돼 실제 유죄 평결을 받은 것은 성추문 관련 사건이 유일하다.

대선 이후 트럼프를 기소했던 잭 스미스 특별검사는 자진 사임 수순을 밟고 있다. 스미스 특검은 트럼프를 대선 불복 및 재임 시절 기밀 반출 혐의 등으로 지난해 8월 기소했다. 당시엔 트럼프가 전 대통령 신분이었으나 이번에 당선인이 되면서 기소는 사실상 백지화됐다. 현직 대통령은 기소하지 않는 사법적 관례가 있다.

트럼프는 그간 "정치적 탄압"이라고 주장하면서 대선에서 승리하면 2초 안에 스미스 특검을 해임할 예정이라고 공언해왔다. 스미스 특검은 트럼프 당선인이 취임하는 내년 1월 20일 이전에 업무를 마무리하고 사임할 계획이라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