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물을 복용한 채 운전하다가 사고를 내 행인을 다치게 한 혐의를 받는 신모씨(가운데)가 지난해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친 뒤 이동하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향정신성 약물로 수면마취를 한 뒤 곧바로 운전을 하다 지나가던 여성을 치어 사망하게 한 ‘압구정 롤스로이스남’ 신모씨가 대법원에서 징역 10년형을 확정받았다. 대법원 1부(주심 서경환 대법관)는 20일 신씨와 검사의 상고를 모두 기각하고 징역 10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신씨는 지난해 8월, 성형외과에서 피부 시술 등을 이유로 오전에 한 차례, 연이어 오후에 한 차례 등 향정신성의약품으로 수면마취를 하루에 두 차례 받은 뒤 병원을 나와 곧장 자신의 차를 운전하다가 지나가던 행인을 치어 전신골절, 장기부전 등으로 사망하게 한 혐의다.

당시 ‘약 기운이 남아있는 동안에는 운전을 하지 말라’고 의사가 주의를 줬으나 신 씨는 약에 취한 상태로 운전을 하다 앞을 제대로 보지 않고 고가도로 옆 부분을 들이받은 뒤, 놀라서 핸들을 오른쪽으로 과도하게 틀며 브레이크가 아닌 엑셀을 밟아 보도로 돌진했다. 이 때 보도를 지나던 피해자를 들이받고도 계속 앞으로 돌진해 건물 외벽을 들이받았고, 피해자는 차에 깔려 큰 부상을 입었다.

신씨는 사고 직후 즉시 구호조치를 하지 않고 피해자를 둔 채 현장을 떠났다가 다시 현장에 나타났고, 마침 도착해있던 경찰에게 적발됐지만 현장체포되진 않았다. 특정범죄가중처벌법 위험운전치상‧도주치상 및 도로교통법상 약물운전‧사고후 미조치로 기소됐다가, 재판 도중 피해자가 사망해 공소장에 적힌 ‘위험운전치상’ ‘도주치상’을 ‘위험운전치사’ ‘도주치사’로 변경했다.

1심은 신씨의 혐의를 모두 유죄로 인정하고 징역 20년을 선고했다. 그러나 신 씨가 “휴대폰을 가지러 성형외과로 되돌아간 거였고, 도주하려고 한 게 아니었다”고 다툰 끝에 2심에서는 ‘신씨에게 도주의 고의가 있었다고 볼 수 없다’며 도주치사와 사고후 미조치 부분이 무죄로 바뀌었고 징역 10년형이 선고됐다. 당시 항소심 재판부는 “사고 직후 6분간 현장에 머무르다 성형외과로 다시 갔다가 3분 뒤 돌아왔는데, 숨거나 도주하려고 하지 않았다”며 “현장에 와있던 경찰에게 자신이 사고 운전자임을 인정했고, 피고인이 사고 현장을 일시적으로 벗어났다고 해서 피해자 구호조치가 지연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대법원도 이를 그대로 인정했다. 신씨는 ‘공소장 변경 전에 국민참여재판을 원치 않는다고 했었지만, 공소장 변경 뒤 국민참여재판 의사를 다시 한 번 물어봤어야 했다’며 절차적 하자도 주장했지만 대법원은 “국민참여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한 것이 아니다”며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