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비트코인 옹호하는 '9.11 극복 상징'…상무장관 지명자 러트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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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투자은행 '캔터 피츠제럴드'의 하워드 러트닉(63) 최고경영자(CEO)가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상무장관으로 19일(현지시간) 공식 지명됐다.
산업·경제 정책을 총괄하는 상무부는 한 해 예산 110억 달러(약 15조3100억원), 직원 5만1000명의 거대 부처라고 뉴욕타임스(NYT)가 전했다. 반도체·사이버보안·특허 등을 총괄하고 감독하는 부서다. 산하에 인구조사국, 특허상표청 등 13개 조직이 있다.
특히 트럼프는 19일 성명에서 "러트닉은 추가로 미국 무역대표부(USTR)에 대한 직접적인 책임을 맡아 관세 및 무역 의제를 이끌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간 각료급이 이끌고 대통령에게 직접 보고하는 기관이었던 USTR을 상무장관 직속 기관으로 만들겠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대(對)중국 강경파로 알려진 러트닉은 트럼프가 공약한 대중(對中) 고율 관세(60%) 전략을 세우고 집행하는 역할을 맡을 전망이다. 앞서 지난달 뉴욕 유세에서 러트닉은 "미국은 소득세가 없고 관세만 있었던 20세기 초 가장 번영했다"고 언급했었다고 CNN이 전했다. 또 CNBC 인터뷰에서는 "관세는 대통령이 쓸 수 있는 놀라운 도구"라며 차기 행정부는 "미국을 세우기 위해 관세를 사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가장 큰 관심사는 러트닉이 ‘반도체 보조금' 정책을 유지할 지 여부다. 조 바이든 행정부는 2022년 '칩스법'에 따라 미국 반도체 회사에 수백억 달러의 보조금을 줬다. NYT는 트럼프 차기 행정부가 현재 계획된 반도체 보조금을 그대로 집행할 지 미지수라고 평했다.
금융업계에서 오래 일한 러트닉은 비트코인 등 가상 자산에 우호적이다. "비트코인도 금과 석유처럼 상품으로 분류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가상 자산에 부정적이던 트럼프의 생각을 바꾼 사람도 러트닉이라는 평가다. 트럼프가 유세 기간 "비트코인을 전략적 국가 비축자산으로 삼겠다", "미국이 비트코인 수퍼파워가 되게 하겠다"고 공언했는데 이 역시 러트닉의 입김이 있었다는 평가다.
트럼프 2기 채울 4000명 뽑는 실세
정권 인수팀의 공동 위원장인 러트닉은 트럼프 차기 행정부의 주요 인사를 담당하는 역할을 맡았다. 내년 1월 20일 대통령 취임식까지 연방정부 주요 보직 4000곳에 인재들을 선발해 앉히는 일이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러트닉은 플로리다주 마러라고 트럼프 자택에 있는 워룸(상황실)의 TV 화면에 주요 후보자 사진·약력 등을 띄워 트럼프에게 보여주며 브리핑을 하는 등 '헤드헌터'로 숨 가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트럼프는 "하워드는 트럼프-밴스(정·부통령 당선인) 정권 인수팀의 공동 위원장으로서 미국 역사상 가장 위대한 행정부를 만드는 데 도움이 되는 가장 정교한 시스템을 만들었다"고 평했다.
당초 러트닉은 국무장관에 이어 장관 서열 2위인 재무장관 후보였다. 하지만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SNS에 대놓고 러트닉을 지지하는 글을 올리는 등 잡음이 끊이질 않았다. 결국 트럼프가 러트닉은 재무장관 대신 USTR까지 산하에 둔 상무장관을 내줬다는 후문이다.
9·11 극적 생존자, 아들 유치원 데려다주다 살아
러트닉은 '월가에서 가장 오래 근무한 CEO'로 불린다. 미국인에게 러트닉은 9·11테러에서 극적으로 생존한 인물로 각인돼 있다. 그의 회사는 뉴욕 세계무역센터 꼭대기 층을 썼는데 2001년 9.11 테러 당시 테러범들이 납치한 항공기가 빌딩에 충돌해 러트닉의 친동생 개리를 포함한 직원 658명이 숨졌다.
사고가 터졌을 때 러트닉은 자녀를 유치원에 데려다주느라 사무실에 없어 화를 면했다. 소중한 사람들을 잃은 뒤, 그는 회사 이름을 딴 구호 기금을 설립했다. 기금은 9.11 테러 피해자 등에 1억8000만 달러를 지원하는 등 각종 재난 피해자를 돕는 자선 활동을 해왔다.
러트닉은 연이은 시련을 극복하며 살았다. 1961년 뉴욕주 롱아일랜드의 유대인 가정에서 태어난 그는 고교 시절 모친을 유방암으로 잃었다. 부친은 병원의 실수로 항암 치료 중 작고했다. 부모를 잃고 절망하던 그를 펜실베이니아주 하버포드대에서 전액 장학생으로 받아줬다. 대학서 경제학을 공부한 뒤 1983년 캔터 피츠제럴드에 입사했다.
외신들에 따르면 커피 심부름부터 시작한 그는 옵션투자 등에서 두각을 나타내며 고속 승진을 했다. 1991년 CEO가 됐으나 2001년 테러로 시련을 맛봤다. 하지만 시련을 딛고 테러 직후 직원 2000여명이던 회사를 전 세계 1만3000명의 직원을 거느린 기업으로 다시 성장시켰다.
트럼프와 러트닉은 수십 년 전 뉴욕에서 열린 자선 행사에서 처음 만났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전했다. 특히 9.11 테러를 계기로 트럼프와 '뉴욕의 비즈니스맨'이란 공통점으로 의기투합했다고 한다. 러트닉은 과거 인터뷰에서 "9.11 테러 이후 트럼프는 매우 친절했으며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도움을 줬다"고 전했다. 2008년 러트닉은 트럼프가 내지르는 "넌 해고됐어!"라는 대사로 유명한 리얼리티 쇼 '어프렌티스'에 심사위원으로 출연하기도 했다.
2020년 대선 때 자신과 아내의 이름으로 트럼프에게 후원금을 냈다. 지난해 트럼프가 직접 요청해 러트닉을 선거 캠프로 영입했다는 후문이다. 유대계 가정 출신답게 러트닉은 지난해 10월 7일 가자전쟁이 발발하자 "트럼프에 대한 나의 헌신이 두 배가 됐다"면서 "테러리스트를 분쇄해야 하니 트럼프를 대통령으로 뽑자"면서 우군을 자처했다. 최근 2년간 트럼프를 위해 그가 기부하거나 모금한 돈은 7500만 달러(약 1050억원) 이상이다.
그렇다고 트럼프에게만 정치 자금을 댄 건 아니다. 트럼프의 2016년 대선 상대였던 민주당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을 위해 모금 행사를 열었다.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캘리포니아 법무장관 시절 연방 상원의원 선거에 출마했을 때도 기부금을 냈다.
러트닉는 지난 8월 이후 트럼프 인수팀 공동위원장과 회사 CEO를 겸임하고 있다. 매일 오전과 오후 일부 시간대에는 회사 일을 하고, 다른 시간엔 인수위 업무를 본다. 이를 두고 외신들은 이해 충돌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의 추천으로 임명되는 각료들이 그의 회사 경영에도 영향을 줄 수 있어서다. 캔터 피츠제럴드 외에도 금융 중개·기술 기업인 BGC그룹과 부동산 중개업체 뉴마크그룹 회장도 맡고 있어 이해충돌 논란이 있다. NYT는 “인사청문회에서 관세·법인세 등 정부 정책과 그의 사업 간에 이해충돌이 있다는 의문이 제기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하워드 러트닉(Howard Lutnick)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의 정권 인수팀 공동 의장이다. 1983년 입사한 투자 은행 캔터 피츠제럴드에서 1991년 최고경영자(CEO)가 돼 지금껏 근무하고 있다. 2001년 9·11 테러 때 본사가 폭격당해 동생과 직원들을 잃었으나 본인은 극적으로 살아남았다. 법률가인 아내 앨리슨 러트닉 사이에서 자녀 4명(카일·브랜든·케이시·라이언)을 뒀다. 비트코인 등 가상자산에 우호적인 입장을 피력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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