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제품에 고율의 관세를 예고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정책이 도리어 미국 기업을 옥죄는 부작용을 낳을 수도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모든 중국산 수입품에 60％의 '폭탄 관세'를 매기겠다고 공약한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시작되기 전에 미국 기업 사이에서 중국 제품 사재기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20일(현지시간)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국 내 일부 기업은 수개월에서 최대 1년간 판매하거나 사용할 제품을 미리 주문하는 등 관세로 인한 가격 인상에 대비하고 있다. 트럼프 당선인이 내년 1월 20일 대통령으로 취임하기 전 최대한 재고를 확보하려는 것이다.

위스콘신주 소재 스킨케어 제품 판매회사 베어 보타닉스의 창업자 제이슨 주노드는 지난 6일 밤 트럼프의 대선 승리가 확실해지자마자 곧장 중국의 공급 업체로 연락을 취했다고 한다.

중국 제조업체로부터 각질 제거 장갑 등을 수입해 판매하는 주노드는 이날 1년 치 재고에 해당하는 5만 달러(약 6900만원)어치의 제품을 한꺼번에 주문했다고 밝혔다.

그는 트럼프 취임 전 주문한 제품 3만여개가 모두 무사히 도착하길 바란다면서, 트럼프 당선인이 모든 중국산 물품에 60％ 관세를 매기겠다는 공약을 강력히 밀어붙일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관세 인상을 앞두고 빚어지는 중국 제품 사재기는 이전에도 있었다. 2018년 트럼프 1기 행정부가 중국을 상대로 '관세 전쟁'에 나섰을 당시에도 일부 미국 기업들은 새로 도입된 고율 관세가 시행되기 전에 급히 중국산 제품을 사들였다.

이 때문에 미국의 2018년 대중 무역 적자 폭은 오히려 전년도보다 커졌다가 무역전쟁이 본격화한 이후인 이듬해부터 줄었다.

이번에도 트럼프의 당선이 유력하다는 이야기가 나왔던 지난 10월부터 중국의 대미 수출량은 늘어나기 시작했다. 중국의 10월 수출은 전년 동기에 비해 13％ 증가했다고 WSJ은 전했다.

미국 월가의 이코노미스트들도 앞으로 몇 달간 이러한 선제 주문으로 인해 중국의 대미 수출이 강세를 유지할 것이라고 내다보는 상황이라고 WSJ은 전했다.

한편 일부 업체들은 남미나 캄보디아, 베트남 등 중국을 대체할 제조 국가를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베어 보타닉스 창업자 주노드는 가격 경쟁력과 품질 면에서 중국 공급업체를 대체할 곳을 찾기가 쉽지 않다면서 "미국 내에서 물건을 사 올 곳이 사실상 없기 때문에 세 부과는)벌을 받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