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140억원대 '전략물자' IC칩 중국에 몰래 판 업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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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만든 군사용 레이더 장비 등에 사용되는 반도체 집적회로(IC)칩을 중국에 밀수출한 수출·유통업자들이 재판에 넘겨졌다.
수원지검 방위사업·산업기술범죄수사부(부장 박경택)는 21일 관세법 위반과 대외무역법 위반 등 혐의로 수출업체 대표 A씨와 이사 B씨 등 2명을 구속기소했다. 또 이들의 밀수출을 도운 유통대리점 이사 C씨와, IC칩을 빼돌린 유통업체 대표 D씨 등 2명을 관세법과 배임수재 등 혐의로 구속기소했다. A씨가 대표로 있는 수출업체 E사와 D씨의 유통업체 F사도 불구속기소 했다.
A씨 등은 2019년 7월부터 지난해 8월까지 국내 통신장비 개발업체가 내수용으로 수입한 미국산 반도체 IC칩을 견본품으로 위장해 세관에 신고하지 않고 중국 등으로 밀수출한 혐의 등을 받는다. 이들이 밀수출한 반도체 IC칩은 9만8000개로 141억원 규모다. 이중 IC칩 5만6000개(126억원)는 산업통상자원부의 수출 허가를 받아야 하는 전략물자지만 허가 없이 중국 등으로 수출한 것으로 파악됐다.
전략물자는 대량살상무기나 재래식 무기를 개발·제조하는데 이용 가능한 물품이나 기술이다. IC칩 중 군용 무기 개발·제조에 사용될 수 있는 제품은 전략물자로 지정돼 국제수출통제체제에 의해 수출 통제를 받는다. 이들이 밀수출한 IC칩도 통신 기지국, 중계기나 군용 레이더, 위성통신 등에 사용될 가능성이 있어 전략물자로 지정됐다고 한다.
미국 IC칩 제조사는 소수의 유통대리점을 통해 국내 개발업체에 IC칩을 공급한다. 국내 개발업체는 유통대리점에 주문 내역을 등록하고 사용 목적과 최종 사용자 등이 기재된 서류를 제출한 뒤 미국 상무부 허가를 받아야만 IC칩을 구매하는 구조다.
A씨는 미국 IC칩 제조업체의 국내 유통대리점에서 근무한 경험을 바탕으로 개발업체에 부탁해 허위 서류를 제출하는 방식으로 IC칩을 확보했다. IC칩을 수월하게 확보하기 위해 유통대리점 이사인 C씨에게 4억3000만원을 건네기도 했다.
A씨 등은 확보한 IC칩을 견본품으로 위장해 중국으로 밀수출했다. 중국업체는 미국의 수출통제 등으로 미국산 IC칩을 직접 구매할 수 없고. 구매한다고 해도 비싼 가격으로 사야 한다고 한다. 예를 들어, 국내 소재 통신장비 개발업체가 미국 IC칩 제조업체로부터 개당 34달러에 구매한 특정 IC칩을 국내 유통업체에 개당 73달러에 재판매하고, 유통업체는 다시 중국 브로커에 3배 이상 비싼 개당 250달러에 밀수출했다는 것이다.
수입한 전략물자를 제3국에 수출하려면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그러나 이들은 이런 과정을 거치지 않았다. 허가 없이 IC칩을 수출하는 것이 발각될 것을 우려해 반도체부품을 수출하는 것처럼 허위로 신고했다. 440만원 상당의 반도체부품을 홍콩으로 수출하면서 세관에는 75억원으로 부풀려 허위신고해 밀수출 대금을 챙겼고, 일부 수출대금은 중국 환치기 상을 통해 현금으로 받았다.
검찰은 A씨 등이 챙긴 실제 수익을 43억원으로 추정하고, 이들의 범죄수익 중 35억여원에 대해 추징 보전하는 등 범죄수익을 동결했다.
유통업체 대표 D씨도 2019년 7월부터 지난해 6월까지 개발업체를 통해 미국에서 수입한 IC칩 1만2000개(17억원 상당)를 견본품으로 위장해 세관에 신고하지 않고 중국 등으로 밀수출했다. IC칩 1만2000개 중 1만1000개가 전략물자로 지정된 IC칩이었다.
지난해 12월 7일 관세청 서울세관으로부터 사건을 넘겨받은 검찰은 수출 과정은 물론 수출할 IC칩을 수입·구매하는 과정의 비리도 확인해 이들을 구속했다. 검찰 관계자는 “밀수출된 IC칩이 군수품에 사용되었을 가능성이나 국내 방산기업들이 미국의 수출통제 강화에 따른 피해를 볼 가능성 등을 고려하면 국익을 위협하는 중대 범죄”라며 “유관기관과 협력해 전략물자 밀수출 관련 구조적 비리 엄단에 힘쓰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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