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55년째 무소식, 고속도로 건설을"…'육지 속 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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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북부 지역과 강원 남부 지역은 맞닿아 있지만, 이들 지역을 오가려면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산악지역인 이곳은 철도나 고속도로가 없다. 그렇다고 시외버스 등 다른 교통 수단이 넉넉한 것도 아니다. 특히 경북 영양에서 강원도 양구까지 직접 가는 대중교통 편은 없다.
경북 영양~강원 양구, 대중교통 없어
이에 지난해 7월 강원 6개 군과 경북 4개 시군 등 10개 지역 단체장은 ‘남북9축 고속도로 추진협의회(협의회)’를 창립했다. 국내 대표 낙후 지역인 강원~경북을 잇는 고속도로를 조기에 건설하자는 차원이다. 국가간선도로망은 남북10축, 동서10축의 격자형 구축을 기본 방향으로 한다.
남북9축 고속도로는 강원 양구에서 부산까지 406㎞ 구간을 잇는 고속도로다. 국토종합계획과 고속도로 건설계획 등에는 이미 반영돼 있는 도로다. 하지만 1969년 경북 영천~부산 95.6㎞가 개통된 후 나머지 309.5㎞ 구간은 55년째 진척이 없다.
주민 1만5000명 서명 담은 만인소 올려
남북9축 고속도로 건설과 관련해 주민 목소리를 담은 글이 조선시대 만인소(萬人疏) 형식으로 지난달 22일 정부에 전달됐다. 만인소에는 강원과 경북 해당 지자체 주민 1만5134명의 서명이 담겼다. 만인소는 조선 시대 유생(儒生) 1만명이 임금에게 올린 일종의 탄원서다. 추진협의회 측은 "윤석열 대통령이 직접 보고 관심 가져달라는 의미에서 전달했다"고 했다.
추진협의회 소속 자치단체 가운데 경북 영양군이 가장 적극적이다. 영양군에는 전국 모든 지자체 중 유일하게 4차로 도로도 없다. 영양군은 1970년대만 해도 농업과 광업에 종사하는 이들이 터전을 잡아 인구가 7만여 명에 달했다. 하지만 현재 1만5000여 명인 소도시로 쪼그라들었다. 영양군은 경북 울릉군을 제외하고 전국에서 가장 인구가 적다. 영양군은 ‘남북9축 고속도로’와 안동~영양~영덕을 잇는 국가철도망 구축계획을 현실화하는 데 사활을 걸었다.
4차선 도로 없는 영양군, 가장 적극적
영양군은 지난달 15일 영양읍 영양공설운동장에서 주민 1만여 명이 모인 가운데 남북9축 고속도로 건설을 촉구하는 ‘범군민 총결의대회’를 열었다. 또 고속도로 건설을 외치는 현수막을 100여 장 게시해 지역 분위기를 알리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영양향교에서 주관한 석전대제에서 유림들이 상소문을 올리기도 했다.
영양군은 남북9축 고속도로 건설 등으로 접근성이 좋아지면 지역 대표 관광명소인 자작나무숲 등을 활용한 생태관광 프로그램을 개발해 관광객 유입에도 힘쓸 방침이다. 또 귀농·귀촌 인구를 수용하기 위해 ‘바대들 주거단지 조성사업’을 추진한다. 영양읍 동부리 일원에 2026년까지 260세대 규모 주거단지를 조성해 정주인구를 늘리는 게 주요 내용이다. 기피시설인 교도소 유치도 추진한다. 다른 지역에서는 혐오 시설로 꼽히지만 인구 증가와 세수 확보 수단이 될 수 있어서다. 영양군은 기피시설로 꼽히는 양수발전소도 지난해 12월 유치했다.
오도창 군수 "접근성이 지역 발전 걸림돌"
오도창 영양군수는 “지방소멸에 대응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늘 걸림돌이 되는 게 접근성”이라며 “일자리·경제·삶의 터전, 이 연결고리를 만드는 데 있어 기본이 되는 것은 사람과 재화의 공간적 이동을 돕는 교통시설물, 곧 길”라고 강조했다. 실제 2016년 12월 상주~영덕 고속도로가 개통하자 15만 명이던 동해안 관광객이 개통 1년 만에 33만 명이 몰렸다. 오 군수는 “남북9축 고속도로가 지나가는 교통오지 10개 시‧군의 간절함을 중앙정부에서도 고려해 경제성보다 지역균형개발 차원에서 긍정적으로 검토해 주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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