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역사학자가 파헤친 미국의 이승만·박정희·전두환 '제거 공작' 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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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한국 정치 개입사 연구 1~6
이완범 지음
한국학중앙연구원출판부
대한민국 정부 출범 이후 한·미 관계는 항상 원만하게만 전개된 것은 아니었다. 특히 이승만 대통령의 북진 통일 주장과 반공 포로 석방 등을 둘러싸고 심각한 갈등을 빚었다.
미국은 6·25전쟁 중인 1952년 '부산 정치파동' 때부터 이승만 제거를 구상했고, 1953년 초 단독 북진 강행에 대비해 구체적 제거 계획을 마련했다. 맥스웰 테일러 주한 미8군 사령관이 만든 '에버레디 계획(Plan Everready)'이 대표적. 이외에도 몇 차례 계획이 있었는데 결국 1960년 4·19 혁명으로 이승만 대통령이 하야했고, 그 과정에 미국의 직·간접적 작용이 있었다. 박정희·전두환 시절도 예외가 아니었다.
현대사 연구 권위자 이완범 한국학중앙연구원 교수가 여섯 권으로 완간한 이 책에서 주장한 내용이다. 2022년 말 세 권을, 나머지 세 권을 이번에 출간했다. 박사학위 논문('38선 획정의 진실')을 계기로 해방 이후 한·미 관계에 천착해온 저자가 한 우물 파듯 30년 연구한 성과를 집대성한 역작이다.
저자는 지도자 제거 공작이라는 도발적 주제로 미국이 한국 정치에 어떻게 직·간접 개입하고 막전막후 영향력을 행사했는지를 파헤쳤다. ‘제거’는 단순 견제부터 비리 폭로로 정계에서 몰아내는 강제 은퇴와 하야, 선거 낙선 공작, 최악의 경우 암살까지 포함한다.
저자는 미국의 주요 대통령들 도서관과 국립문서기록관리청(NARA)을 발로 뛰었다. 주한 대사관과 국무부 문서, 중앙정보국(CIA) 보고서 등 1차 사료를 넓고 깊게 해부했다. 이를 통해 한·미 관계를 둘러싼 드라마를 파노라마처럼 그려냈다.
저자에 따르면 미국은 칠레·니카라과 내정에는 강하게 직접 개입했지만, 한국엔 상대적으로 약하고 간접적으로 은밀하게 개입했다. 냉전 시대 공산화 차단이 최대 목표였던 미국의 한국 지도자 제거 작전은 꾸준히 준비됐다. 이승만 제거 계획은 1960년 4·19로, 1960년 말 장면 총리 제거 공작은 1961년 5·16으로 민주당 정권이 무너지면서, 1970년대 후반 박정희 제거 공작은 1979년 10·26으로, 1980년 초 전두환 제거 구상은 1986~1987년 친위 쿠데타 견제와 1987년 6·29 선언 유도로 우회적 결실을 봤다는 것이 저자의 시각이다. 물론 항상 미국은 "한국인의 뜻에 따랐을 뿐 내정에 개입하지 않았다"고 반박해왔다
이승만·장면 제거 공작은 1권 1·2부에 다뤘다. 특히 4~6권의 전두환 제거 관련 부분에 주목할 대목이 많이 보인다. 지금까지 학계는 남침을 막고 안정을 선호한 미국이 1979년 12·12와 1980년 5·18까지 일관되게 전두환 정부를 지지했고 지도자 제거라는 무리수를 검토하지 않았다는 것이 통설. 하지만, 저자는 주한 미 대사관과 국무부 및 CIA 등이 카터 대통령에게 보내 승인 받은 문서들을 카터 기념 도서관에서 찾아내 제거 공작의 실체를 제시했다. 이에 따라 기존 학설을 수정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6권 후반부에는 김영삼·노무현·박근혜 정부 시절이 추가됐다. 노태우·김대중·이명박 대통령에 대해서는 제거 계획이라고 할 내용을 발견하지 못했다고 한다. 미국의 한국 정치 개입의 생생한 사례들을 들춰낸 이 책이 반미 세력에게 빌미를 제공하지 않을까. 저자는 "미국의 개입을 친미주의자는 인정하고 싶지 않을 것이고 반미주의자는 정치적으로 이용하고 싶을 수 있다"면서도 "미국의 개입에 대해 어떻게 대응할지 초당파적으로 고민하는 계기가 되면 좋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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