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현 두산에너빌리티 대표가 지난달 21일 오후 서울 중구 플라자호텔에서 열린 두산에너빌리티-두산로보틱스 분할합병 건 기자간담회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왼쪽부터 류정훈 두산로보틱스 대표, 박 대표, 스캇 박 두산밥캣 부회장. 연합뉴스

두산그룹의 사업 지배구조 재편안이 4개월만에 확정됐다. 최종안이 금융당국의 문턱을 넘으면서 두산그룹은 다음달 12일로 예정된 주주총회 표결만 남겨두게 됐다.

2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두산로보틱스는 지난 12일 제출한 6차 분할·합병 정정신고서에 대한 효력이 이날 발생했다고 공시했다. 두산그룹은 지난 7월 11일 사업구조 개편 계획을 발표한 이후 4개월여만에 분할·합병안을 확정하게 됐다.

두산그룹은 원전 설비 기업인 두산에너빌리티에서 두산밥캣 지분(46.06%)을 신설 법인으로 떼어내고, 이 법인을 두산로보틱스에 편입하는 사업구조 개편을 발표했다. 편입 뒤 포괄적 주식교환 방식으로 두산밥캣과 두산로보틱스를 합병한다는 계획이었다.

하지만 두산밥캣 소액주주의 이익에 반해 무리하게 합병을 시도한다는 시장의 반발과 금융당국의 압박에 지난 8월 말 포괄적 주식교환 방식은 진행하지 않기로 하며 한발 물러섰다. 지난달 두산그룹은 두산로보틱스와 두산밥캣을 보유한 두산에너빌리티 신설 법인의 합병 비율을 ‘1대 0.043’으로 변경했다. 기존 합병 비율 ‘1대 0.031’에서 상향해 소액 주주들에게 보다 유리한 방향으로 조정한 것이다. 두산그룹은 이 과정에서 총 6차례 증권 신고서를 정정하는 과정을 거쳤다.

두산그룹은 다음달 12일 임시 주총 표결을 남겨두고 있다. 회사의 분할·합병은 주총 특별결의 사안으로 전체 주주의 3분의 1 이상 및 참석 주주의 3분의 2 이상이 동의해야 한다. 주총을 통과하더라도 만일 주주들의 주식매수청구권 행사 규모가 회사 측이 제시한 규모를 크게 넘는다면 향후 일정에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이런 경우 두산에너빌리티와 두산로보틱스는 각각 이사회를 열고 이번 재편안에 대한 진행 여부를 다시 결정할 예정이다.

두산그룹은 내년 1월 2일까지 주식매수청구권 행사 기간을 거친 뒤 합병기일인 내년 1월 31일 전까지 사업구조 재편을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다.

이날 두산그룹 사업구조 개편안이 확정되면서 주가는 일제히 오름세를 보였다. 두산에너빌리티는 전날보다 5.74% 오른 2만2100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두산로보틱스 역시 장중 전날 대비 9.74%까지 올랐다가 이후 6만9400원( 0.87%)으로 장을 마감했다. 두산밥캣은 0.41% 올라 3만7100원에, 두산은 2.75% 올라 22만4000원에 장을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