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금투세 닮아가는 암호화폐 과세 논쟁…'이재명 입' 막판 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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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당이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처럼 입장을 뒤집는 건 아닐까. 내년부터 시행 예정인 암호화폐(가상자산) 투자 소득 과세를 두고서다. 과세에 일단 제동을 하는 듯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발언이 막판 변수로 떠올랐다. 비트코인 거래 가격이 1개당 10만 달러(약 1억4000만원) 돌파를 코앞에 둔 상황이라 관심사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조세소위원회는 25일 가상자산 과세 관련 소득세법 개정안을 심의할 예정이다. 가상자산에 투자해 얻은 소득에 대해 내년 1월 1일 이후 양도·대여분부터 기타소득으로 분리과세(연 250만원 초과 시 22%)하는 내용이다. 정부·여당은 과세 2년 유예를, 야당은 공제 한도를 250만원에서 5000만원으로 올리자고 주장한다.
‘소득 있는 곳에 과세한다’는 조세 원칙에 따르면 암호화폐 과세는 불가피하다. 암호화폐 거래 대금이 최근 주식시장 거래대금을 넘어설 정도로 급성장한 만큼 더는 과세를 미루기 어려워졌다. 미국·영국·일본 등 선진국도 암호화폐 투자 소득에 과세한다. 국회예산정책처는 최근 보고서에서 “앞서 두 차례 연기한 가상자산 소득 과세를 다시 유예하는 건 조세정책의 일관성 및 예측 가능성 측면에서 신뢰성을 떨어뜨린다”고 우려했다.
하지만 국회 세법 개정안 심사를 앞두고 키를 쥔 야당 기류가 바뀌었다. 이재명 대표가 최근 지도부 비공개회의에서 “과세하려면 소득부터 파악해야 하는데, 해외 거래를 포함해서 가상자산 소득을 파악할 수 있느냐”고 언급해 파문이 일었다. 국내 코인 거래소를 통한 거래는 세금을 내고, 해외 거래소를 이용할 경우 과세를 회피하는 ‘구멍’이 있는 만큼 과세 반대 내지 유예를 고려해야 한다는 취지로 해석됐다.
진성준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22일 “당 지도부에서 기술적·실무적으로 가상자산 과세가 가능하냐는 논의가 있었다”면서도 “해외 거래소를 통한 거래는 자진신고하지 않으면 파악하기 어려운 문제가 있지만,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 관련 정보를 공유하도록 한 2027년부터 과세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가상자산 과세 공제 한도를 250만원에서 5000만원으로 상향해 예정대로 내년부터 시행하는 것을 당론으로 여기고 있다”고 진화했다.
앞서 야당은 금투세 폐지에 반대하다 막판에 이재명 대표의 ‘변심’으로 입장을 바꿨다. 암호화폐 과세와 관련해서도 언제든 입장을 바꿀 수 있다는 얘기다. 금융위원회 산하 금융정보분석원(FIU)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말 기준 국내 암호화폐 투자자는 788만명 수준이다. 투자자 중에서 민주당이 공을 들이는 3040 남성 비중이 39.6%에 달한다. 특히 25일 위증교사 1심 선고를 앞두고 ‘사법리스크’ 문제를 안고 있는 이 대표 입장에서 부담이 크다.
관례상 조세소위는 만장일치로 의결한다. 세법 개정안의 법정 처리 기한은 이달 30일이다. 이날을 넘기면 정부 안(2년 유예)이 본회의에 자동 부의된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조세소위원장(박수영)과 상임위원장(송언석)이 여당인 데다 세법개정안이 예산안 처리와 연동한 부수 법안이라 야당이 강행 처리할 가능성은 작다”고 설명했다.
여야 합의로 암호화폐 과세를 미룰 경우 유예기간 동안 부족한 점부터 보완해야 한다. 대표적으로 암호화폐 투자 소득을 ‘기타소득’으로 분류하는 만큼 금투세와 달리 다른 투자 손익과 통산(通算)을 허용하지 않고, 암호화폐 결손금에 대해 이월공제가 불가능한 점 등이 구멍으로 지적된다. 구체적인 과세 기준·인프라를 구축하고 소비자 보호 방안을 마련하는 것도 숙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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