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9940건이나 셀프 처방한 '마약 의사들'…올해만 300명 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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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한해 300명에 달하는 의사가 마약류 사범으로 경찰에 검거된 것으로 집계됐다. 마약류 사범은 마약, 향정신성의약품, 대마 등을 직접 투약하거나 불법 처방한 것을 비롯해 제조, 유통, 소지한 사람을 뜻한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양부남 의원이 24일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10월까지만 모두 294명의 의사가 마약류 사범으로 검거됐다. 이 같은 추세면 연말 기준으론 지난해 323명을 넘겨 역대 최대치를 기록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경찰에 따르면 그동안 마약류 사범으로 검거된 의사와 간호사 등 의료인의 수는 2020년 186명, 2021년 212명, 2022년 186명이었다. 200명 안팎이던 의료인 마약류 사범이 지난해부터 의사만 추산했을 때 300명대로 크게 늘었다.
이처럼 의사 마약 사범이 급증한 이유에 대해 프로포폴 등 의료용 마약류를 취급하는 의사들이 그만큼 투약 유혹에 빠지기 쉽기 때문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조현섭 총신대 중독재활상담학과 교수는 “유통되는 마약류의 70%는 의료용인만큼, 의사들은 마음만 먹으면 마약을 할 수 있는 환경에 노출돼 있다”며 “배우 유아인씨의 경우도 사제 마약을 구매해서 문제가 된 게 아니라 병원 마약류 처방 기록을 살펴보다가 혐의가 드러난 만큼, 의사들에게 강력한 교육과 함께 처벌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배우 유아인(38·본명 엄홍식)은 상습 마약류 투약 혐의로 지난 9월 1심에서 징역 1년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됐다. 유아인은 2020년 9월부터 2022년 3월까지 서울 일대 병원에서 미용 시술용 수면 마취를 빙자해 181차례에 걸쳐 의료용 프로포폴 등을 상습 투약한 혐의를 받고 있다. 유아인에게 부적절하게 마약을 처방한 의사 6명은 벌금형 등을 선고받았다.
의료인의 ‘셀프 투약’ 문제도 원인 중 하나로 거론된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김미애 의원이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1~5월 5265명의 의사나 치과의사가 항불안제·식욕억제제·항뇌전증제 등 마약류 의약품을 9940건이나 ‘셀프 처방’한 것으로 드러났다. 내년 2월 7일부터는 중독성·의존성이 있는 마약류 의약품에 대해 의사, 치과의사가 자신에게 투약하는 행위를 금지하도록 하는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이 시행된다. 최근 식약처는 프로포폴을 셀프처방 금지 대상으로 지정하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단순히 마약사범 수가 증가했기 때문에 마약 사범 의료인 수 역시 늘어난 것이란 해석도 있다. 지난해 마약사범 총 2만7000명으로 젊은 층을 중심으로 급증하는 추세를 보인다. 윤흥희 한성대 마약알콜학과 교수는 “최근 향정신의약품 처방이 늘어나고 있기도 하고, 젊은 세대 의사들이 마약에 대한 위험성을 인지하지 못해서 주변 지인들에게 권유하는 경우도 있다”며 “의료인의 마약 투약은 청소년들에게도 마약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심어줄 수 있는 만큼 의료인 스스로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경찰의 단속이 강화된 것도 의료진 마약사범 통계가 증가한 원인으로 꼽힌다. 성균관대 과학수사학과 정희선 석좌교수는 “최근 마약류 검거가 늘어나는 원인 중 하나는 마약 관리 시스템이 고도화됐기 때문”이라며 “이처럼 마약류를 관리하는 시스템을 개선하는 게 의료인의 마약범죄를 막는 가장 좋은 예방수단”이라고 말했다. 정 교수는 “지금 당장은 의료진 마약사범이 늘어나는 통계가 나오더라도, 결과적으로는 암수 범죄가 줄고 의료진 사이에서도 경종을 울리는 계기가 되어 장기적으로는 마약사범 억제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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