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K철강, 베트남산으로 둔갑?…美 의심 자료 '트럼프 2기' 손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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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대선 기간이던 지난 10월 도널드 트럼프 당시 공화당 후보가 펜실베이니아 지역 철강 노동자들 앞에서 유세하던 모습. AP=연합뉴스

포스코의 베트남 법인(포스코베트남)이 미국에 수출하고 있는 철강 제품에 대해 미 정부가 우회덤핑 조사를 하고 있는 것으로 24일 확인됐다. 한국산 철강은 매년 지정된 양(쿼터)만큼 미국에서 관세 면제를 받는데, 이를 초과한 물량에 대해선 제품가의 25%를 관세로 내야 한다. 포스코가 이를 회피하기 위해 일부 제품을 베트남산으로 꾸며 수출했다고 미 정부가 의심하는 것이다. 철강업계와 통상당국은 이 사건에 대한 판단이 트럼프 2기(내년 1월 20일 출범) 정부에서 내려질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대책 마련에 나섰다.

이에 대한 최근 논의는 22일 ‘미 신정부 출범 대비 철강산업 영향 점검’ 간담회에서 열렸다. 서울 역삼동 한국기술센터에서 개최된 간담회엔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포스코·현대제철·세아홀딩스 등 업계 고위관계자들이 모였다. 안 장관은 모두발언에서 “(트럼프) 신정부의 정책 변화에 따른 업계의 고민이 클 것”이라며 “업계와 정부가 ‘원팀’이 돼 철저히 준비한다면 오히려 기회로 작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모두발언 뒤 비공개로 진행된 발표에선 ‘미국 대선 결과에 따른 철강 산업 영향-미중 갈등 영향 중심으로’라는 제목의 문건이 정부 측에 제출됐다. 포스코그룹의 싱크탱크 조직인 포스코경영연구원이 만든 5쪽 짜리 문건이다.

2016년에 이어 또 우회덤핑 조사 

여기엔 '미국의 한국산 철강 대상 베트남 우회덤핑 조사개시 3건'이라는 내용이 담겨있었다. “미국이 중국산 철강 제품의 우회수출 기지로 베트남을 지목하고 조사를 강화하고 있다”는 내용에 이어 나온 설명이었다. 미국은 2016년엔 중국산 철강재의 베트남 우회 수출 의혹을 두고 포스코베트남을 조사한 적이 있었는데, 이번엔 한국산 철강재까지 그 대상으로 지목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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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열린 철강 업계 간담회에서 모두발언하는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사진 산업부

한국이 미국으로 수출하는 철강재는 해마다 263만톤(t)까지 관세 면제 혜택을 받는다. 트럼프 1기 정부가 2018년 철강을 국가 안보 연관 물품으로 해석해, 한국으로부터의 철강 수입량 관세 면제 쿼터를 그렇게 정했다. 그 이전까지 한국의 대미 철강 수출량은 340만~440만t이었지만, 이 조치 이후 250만t대로 떨어진 상태다. 이 때문에 트럼프 2기 정부가 이번 베트남 우회 수출 의혹 등을 명분으로 쿼터 감축과 같은 추가 조치를 내릴 수 있다는 게 업계의 걱정이다.

이 자리에선 또 멕시코를 우회 경로로 한 제품에 대해 미국이 감시에 나선 상황에 대해서도 논의됐다. 멕시코산 제품은 ‘미국-멕시코-캐나다 협정’(USMCA)에 따라 관세 혜택을 받는데, 최근 미국은 중국 전기차 회사가 멕시코를 생산 기지로 활용해 관세 장벽을 피하려는 것으로 보고 ‘멕시코산 자동차 수입관세 100%’ 등을 예고한 상태다. 이에 대해 포스코경영연구원은 “‘포스코멕시코’가 미국내 자동차 회사에 공급하는 아연도강판에 한국산 냉연소재를 사용하면 USMCA 기준을 충족하지 못해 관세 부담을 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정부와 업계는 트럼프 정부를 상대로 한국산 제품 수출이 미 경제에 도움이 된다는 점을 설득할 계획이다. 또 철강 세부 품목별로 미국의 정책 변화가 미치는 영향이 다르기 때문에 민관 협의체를 만들어 현지 동향을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시나리오별 대응 전략을 만들 필요가 있다는 데 뜻을 같이 했다. 이날 간담회에서 서강현 현대제철 사장은 기자들에게 “(철강 수출) 쿼터를 잘 유지해달라고 얘기할 생각”이라며 “현대차그룹은 미국에 신공장까지 지어서 철강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 현지 투자를 어필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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