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尹·이시바 악수 1주일만에…'사도광산 뒤통수' 때린 日,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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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이 한국인 강제노역이 이뤄진 사도광산 추도식에 제2차 세계대전 A급 전범이 합사된 야스쿠니 신사에 참배한 경력이 있는 이쿠이나 아키코 외무성 정무관을 참석시키겠다고 한 건 ‘의도적 결례’에 가깝다. 특히 윤석열 대통령과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일본 총리가 만난 지 1주일 만에 사실상 한국의 ‘뒷통수’를 친 셈이라 일본의 결정이 어떤 경위로 이뤄졌는지를 두고서도 뒷말이 나온다.
윤 대통령은 지난 16일(현지시간)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참석을 계기로 페루 리마에서 이시바 총리와 만나 50분간 회담했다. “양 측은 내년 한·일 국교정상화 60주년을 맞이해 한·일 관계를 한 단계 더 높이 발전시켜 나가기로 했다”며 ‘셔틀 외교’도 이어나가기로 했다고 당시 대통령실은 밝혔다.
하지만 일본이 추도식을 불과 이틀 앞둔 지난 22일 기습적으로 이쿠이나 정무관의 참석을 통보하며 이런 정상회담 결과도 빛이 바랬다. 일본 외무성이 윤 대통령 뿐 아니라 이시바 총리의 정상 외교 성과에도 흠집을 낸 셈이다.
한술 더 떠 일본 언론은 한국의 과잉대응이라는 외무성 간부의 발언을 전하는 등 오히려 한국 탓을 하는 듯한 분위기다.
일본 아사히 신문에 따르면 일본 외무성의 한 간부는 “일본 측은 성심성의껏 대응해 왔다. 심히 유감스럽다”고 말했다. 외무성의 한 간부는 교도통신에 “한국이 국내 여론에 과잉 반응하고 있다”며 불만을 제기하기도 했다. 아사히는 이쿠이나 정무관이 외무성에 “(야스쿠니신사를) 참배하지 않았다”고 말했다며 그의 거짓 주장을 그대로 보도하기도 했다.
이를 두고 외교가에선 일본 총리실의 장악력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과거 강력한 리더십을 구현했던 고(故)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 재임 시만 하더라도 총리관저가 외교를 주도하며 외무성은 일사불란하게 지침에 따라 움직였지만,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는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무파벌’로 권력 기반이 공고하지 않다는 지적을 받아온 이시바 총리는 지난달 총선에서 참패하며 입지가 더욱 좁아진 게 사실이다.
한 소식통은 “무너진 총리 관저와의 위계 등을 배경으로 그간 우경화한 일본 외무성 특유의 엘리트 관료주의가 이번에 드러난 것으로 볼 수 있다”며 “이는 일본 사회가 전반적으로 과거사 문제에 대해 이전과 달리 책임 인정이나 사과에 거부감을 갖는 분위기로 바뀐 것도 영향을 미친 측면이 있는 것 같다”고 전했다.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이시바 총리와 결선투표까지 가며 겨뤘던 다카이치 사나에(高市早苗) 전 경제안보상이 벌써 차기 주자로 거론되는 것과 무관치 않다는 이야기도 일각에선 나온다.
일본의 이런 태도는 윤석열 정부 들어 어렵게 개선된 한·일 관계에 지속적 악재를 돌출시킬 수 있다는 우려로 이어진다. 내년 한·일 국교정상화 60주년을 앞두고 미래지향적 협력을 약속해야 할 시기에 과거사 문제로 인해 관계가 자꾸만 뒷걸음질 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최은미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일본 정치권은 물론이고 외무성에서도 과거사 문제와 관련해 한국이 어떤 부분에서 민감해하는지 이해하지 못하고 잘 모르는 인사들이 많은 것으로 보인다"며 "한·일 관계가 윤석열 정부 들어 전향적으로 개선됐으니 별다른 노력 없이도 이런 기조가 유지될 것이라고 안일하게 여기는 듯해 실망스럽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부의 이번 사도광산 추도식 불참 결정이 일본의 경각심을 일깨우는 계기가 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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