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머스크가 대놓고 깎아내린 남자…소로스 제자, 美재무장관 됐다[뉴트럼프 파워엘리트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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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경제 정책을 총괄할 재무장관으로 헤지펀드 '키스퀘어 그룹' 창업자 스콧 베센트(62)가 22일(현지시간) 지명됐다. 트럼프 당선인은 성명에서 "베센트는 세계 최고의 국제 투자자이자 지정학적·경제적 전략가로 존경받고 있다"며 "베센트는 미국의 경쟁력을 높이고 무역 불균형을 막고 성장을 최우선으로 하는 경제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내 정책을 지지할 것"이라 밝혔다.
미 행정부 내 최고위 경제 정책 부처로 꼽히는 재무부는 세금과 국가 부채, 금융 규제, 경제 제재 등에 막강한 권한을 행사한다. 베센트는 특히 트럼프 당선인이 대선 캠페인 중 강조한 '전 세계를 상대로 한 보편 관세(전 수입품에 10~20%)' 공약을 실행하는 데 주력할 전망이다. 경제계에는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운 보편 관세가 실행되면 무역 전쟁이 일어나고, 결국 미국 내 소비자 물가까지 오르는 악영향이 있을 것이란 우려가 높다.
베센트는 그러나 이런 우려에도 트럼프표 경제 정책을 옹호해왔다. 그는 지난 15일 폭스뉴스에 "관세는 전략적 산업의 보호 수단이자 정부 수입 창출 도구"라면서 "동맹국이 자국 국방에 더 큰 비용을 지출하도록 하거나 군사적 침략을 억제할 때, 관세가 큰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또 10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기고한 글에서는 "트럼프는 조 바이든 행정부 정책이 불러온 문제를 해결하고 경제 성장을 촉진해 민간투자를 유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대선을 앞두고 그는 트럼프에게 '3·3·3' 정책도 제안했다. 연간 3%의 실질 경제 성장을 이루고, 현행 6%대인 GDP 대비 재정 적자를 3%로 줄이고, 미국의 일일 석유 생산량을 300만 배럴 늘려 에너지 자립도를 높이자는 의미다.
한때 민주당 기부한 적도…물밑경쟁 뚫고 낙점
그는 이번 대선 동안 트럼프의 유세에 자주 동행했고, 관련 행사를 열어 선거자금 모금에도 기여했다. 이번 대선에 기부한 돈은 200만 달러(약 28억원)다.
23일 WSJ에 따르면 베센트는 수십 년간 트럼프 가족과 친분이 있었으나 트럼프와 가까워진 건 비교적 최근이다. 가족 중에서는 금융업자였던 트럼프 동생 로버트 트럼프와 가깝게 지냈다.
장관 지명까지 우여곡절이 있었다. 외신을 종합하면 당초 그는 정권 인수팀 공동위원장인 투자은행 '캔터 피츠제럴드'의 하워드 러트닉 최고경영자(CEO)와 함께 2명으로 압축된 재무장관 후보에 들었다. 트럼프 1기 백악관 국제경제위원장을 지낸 래리 커들로, 스티브 배넌 전 백악관 수석전략가 등이 베센트를 재무장관으로 밀었다는 후문이다.
하지만 이번 대선을 계기로 트럼프 최측근이 된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가 "베센트를 재무장관에 앉히는 건 늘 해오던 선택"이라며 공개적으로 그를 깎아내렸다. 물밑 경쟁 끝에 트럼프는 러트닉에게는 권한이 강화된 상무장관 자리를 주는 대신, 베센트를 장관 서열 2위인 재무장관으로 최종 낙점했다.
과거 베센트는 민주당 정치인의 후원자였다. 2000년 대선 때 뉴욕주 민주당 전국위원회 기금 모금 행사에 참여해 당시 후보였던 앨 고어 부통령을 도왔다. 또 민주당 주요 후원자인 조지 소로스 밑에서 일한 경력 때문에 베센트는 공화당 일각에서 '빌런'(악당)이란 평가를 받았다고 뉴욕타임스(NYT)가 전했다. 그러나 정작 트럼프는 베센트가 소로스 밑에서 일한 경험을 좋게 평가했다고 WSJ은 전했다.
사우스캐롤라이나주(州)에서 태어난 그는 1984년 예일대를 졸업한 뒤 유명 투자자 짐 로저스의 인턴 생활로 월가에 첫발을 들였다. 1991년 헤지펀드의 전설로 불리는 조지 소로스가 세운 소로스펀드매니지먼트에 입사해 최고투자책임자(CIO)까지 지냈다. 특히 소로스가 1992년 영국 파운드 붕괴에 베팅해 10억 달러 이상 수익을 냈을 때 베센트가 옆에서 도왔다.
2011~2015년 소로스펀드매니지먼트의 CIO를 지내다가 2015년 독립해 키스퀘어그룹을 세웠다. 로이터통신은 베센트가 재무장관으로 인준되면 이해 상충을 피하기 위해 그가 운영 중인 키스퀘어는 축소·매각되거나 '휴면 모드'로 전환될 수 있다고 전했다. 동성애자로 뉴욕시 검사 출신 남편과 결혼해 대리모를 통해 얻은 두 자녀를 키우고 있다. 미 상원이 지명을 인준하면 공화당 내각 최초의 성소수자 장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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