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번 넘게 타인의 집에서 '하룻밤 보내기'에 성공했다는 30대 일본인 남성 슈라프 이시다. 사진 후지뉴스네트워크 캡처

500번 넘게 타인의 집에서 '하룻밤 보내기'에 성공했다는 30대 일본인 남성의 사연이 화제다.

야후재팬은 지난 17일 매일 밤 사람이 붐비는 역 앞이나 번화가에서 '하룻밤 재워주세요'라는 팻말을 들고 5년 동안 서 있었다는 슈라프 이시다(33)의 사연을 보도했다.

그는 5년간 한 곳에서 꾸준히 팻말을 들고 누군가 찾아오기를 기다렸다. 행인들에게 다가가 직접 대화를 시도하거나 요청을 하지는 않았다고. 한마디도 하지 않고 4시간 가량 서 있을 때도 있다고 한다.

놀랍게도 매일 밤 요청을 수락하는 사람들이 있었다고 한다. 그를 집 안에서 재워준 사람들의 약 90%는 남성 1인 가구였지만, 한 달에 2~3번꼴로 여성들도 있었다.

슈라프는 집 주인과 저녁을 먹거나 게임을 하며 교류하면서 그들의 다양한 삶 이야기를 들었다. 슈라프는 이를 "매일 밤 다른 소설을 읽는 기분"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하룻밤 묵기' 미션을 수행하게 된 것은 소극적이었던 성격을 바꾸기 위해서였다"며 "앞서 대학 시절 무작정 떠난 대만 여행에서 낯선 이들과의 대화를 통해 큰 변화를 경험했다"고 밝혔다.

이후 대기업에 취직해 5년간 500만엔을 저축한 그는 세계여행을 위해 28세에 퇴사했다. 이번 '하룻밤 묵기'는 세계 여행을 앞두고 국내 여행부터 해보자는 마음에서 시작됐다고. 그러나 정작 세계여행은 접었고, '하룻밤 묵기'가 생활이 돼버렸다고 슈라프는 말했다.

500번 넘게 타인의 집에서 '하룻밤 보내기'에 성공했다는 30대 일본인 남성 슈라프 이시다. 사진 후지뉴스네트워크 캡처

만약 하룻밤을 묵을 대상을 못 찾으면 그는 과거에 재워줬던 집주인을 찾아간다고 한다. 이 가운데 슈라프를 무려 4번이나 재워준 이도 있었다. 바로 81세 여성 히로코였다. 히로코는 "혼자라서 오히려 반갑다"고 했다.

슈라프의 사연을 두고 일본 네티즌들은 갑론을박을 벌였다. 긍정적인 의견을 제시하는 이들은 "고령화와 미혼 인구가 늘면서 일본에서 급증하는 1인 가구의 외로움을 반영한 사례"라고 말했다. 후지TV도 "슈라프의 이야기는 1인 가구 증가와 고독의 문제를 조명하며 현대 일본 사회의 새로운 인간관계 가능성을 제시한다"고 분석했다.

반면 "타인의 선의에 기대서 살아가는 것이 좋지는 않아 보인다", "이런 사람이 많아지면 사회가 곤란해질 것"이라는 등 비판적인 의견을 보인 이들도 있었다.

슈라프는 비판 의견을 신경쓰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는 "나는 묵고 싶고, 집주인은 재워주고 싶어 한다. 뭐가 문제인가?"라면서 기존 생활 방식을 지속하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