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의대 모집 중지’ 고수하는 의협...“현실성 없는 주장 고수” 비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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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오후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 회관에서 열린 개혁신당, 대한의사협회(의협) 및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간담회에 앞서 허은아 개혁신당 대표(왼쪽부터), 박형욱 의협 비상대책위원장, 이주영 개혁신당 의원, 박단 대전협 비상대책위원장이 취재진을 향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뉴스1

의정 갈등이 9개월째 이어지는 가운데, 대한의사협회(의협) 박형욱 비상대책위원장과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비대위원장은 24일 개혁신당과 간담회를 갖고 의료계 입장을 전달했다. 여야의정 협의체 참여는 거부하는 상태에서 자신들의 입장을 대변해줄 야당과 만나 ‘2025년도 의대 신입생 모집 중지’ 요구를 재차 압박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하지만 이런 요구는 수능도 끝난 시점에 실현 가능성이 떨어지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교육계뿐 아니라 의료계에서도 나온다.

이날 간담회에는 박형욱·박단 비대위원장과 개혁신당에선 허은아 대표, 이주영 의원이 참석했다. 개혁신당은 사태 초기부터 소아청소년과 전문의 출신인 이주영 의원을 필두로 정부의 의대증원 정책에 대립각을 세워 의료계의 호응을 받아왔다. 박형욱 비대위원장이 취임 후 정치권과 갖는 첫 만남 상대로 개혁신당을 택한 것도 자신들의 입장에 가장 힘을 실어줄 정당이라 판단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대전협은 간담회 이후 보도자료를 통해 “의대 증원 등 정부 정책으로 대한민국 의료가 붕괴되고 있다. 2025년 의대 모집 정지가 최선의 방법이라는 의견을 (개혁신당에) 전달했다”고 밝혔다. 또 의협·대전협·야당의 불참 속에 가동 중인 여야의정 협의체에 대해 “진정성 없이 책임 회피에 급급한 협의체는 무의미하다”며 “전공의와 의대생은 대부분 20~30대 청년들이다. 개혁신당과 달리 국민의힘은 젊은 세대의 목소리에는 관심이 없는 듯하다”고 비판했다.

의협 비대위는 출범 이후 줄곧 ‘2025년도 의대 모집 중지’를 촉구해왔다. 앞서 의협 비대위는 지난 22일 1차 회의 결과 브리핑에서 의대 모집 중지가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방법”이라며 “3000명을 교육할 수 있는 환경에서 갑자기 6000명, 7500명의 의대생을 교육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수능이 지난 14일 끝났고, 수시 전형 합격자 발표(12월 13일까지)가 3주가 채 안 남은 시점에서 모집을 중단할 수 있는 실질적인 방법은 제시하지 않은 채 “정부가 결자해지하라”는 입장으로 일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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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은아 개혁신당 대표와 박형욱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장,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 이주영 개혁신당 국회의원이 24일 오후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에서 열린 개혁신당-의협-대전협 간담회를 하고 있다. 뉴시스

하지만 정부는 2025학년도 입시는 그대로 진행할 수밖에 없고, 대신 2026학년도 정원부터 원점에서 논의하자는 입장이다. 입시가 상당 부분 진행된 시점에서 모집을 중단하면 수험생에게 큰 혼란을 일으키고, 이로 인한 반발은 대학에도 소송 부담 등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지난 20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입시는 법적인 규정에 따라 예측 가능하고 공정해야 한다”며 “그런 원칙에 비춰 보면 지금 의료계의 주장은 정부로서는 정말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

교육계에서도 의대 모집 중지는 내년도 대학 입시 전체를 흔들 수 있는 만큼, 현실적으로 실현 불가능한 요구라고 본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수시에서는 총 6번의 지원 기회가 있는데, 보통 의대에 지원하는 학생들은 평균 2개 이상 의·약학 계열 등에 중복 합격한다”며 “(의대 모집이 중지되면) 의대가 아닌 다른 학과에 지원했던 학생들도 연쇄적으로 합격의 기회가 박탈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의협 비대위는 1990년 세종대와 1968년 일본 도쿄대가 학내 소요로 정상적인 교육이 어려워지자 이듬해 신입생 모집을 중단한 사례가 있다고 주장한다. 이에 대해서도 임 대표는 “지금 우리 입시가 대학별 선발권이 있는 체계라면 모르겠지만, ‘수시 6번, 정시 3번’ 지원 기회가 있고 ‘수시 납치’(수시 합격 시 정시 지원 불가) 등이 벌어지는, 전세계적으로 유일한 입시 제도를 갖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의대 모집 중지는 39개 의대에만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  2025학년도 대학 입시를 전면 무효화시켜야만 가능한 얘기”라고 말했다.

의료계에서도 별다른 대안 없이 9개월째 해온 주장을 반복하는 의협 비대위를 향한 비판 목소리가 나온다. 서울의 한 의대 교수는 “그간 의협이 해온 주장을 그대로 반복할 거였다면 뭐하러 비대위를 꾸린 건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또 다른 수도권 지역 의대 교수는 “당장 1만명이 넘는 의대생, 전공의들의 군 문제와 진로가 걸린 상황에서 의협이 ‘배 째라’는 식으로 누워있는 것 같아 답답하다”고 말했다.

의협이 참여를 거부하고 있는 여야의정 협의체는 이날 국회에서 3차 전체회의를 열었다. 회의 이후 한지아 국민의힘 수석 대변인은 “협의체는 국민 눈높이에 맞는 협의안을 만들려고 노력하고 있다. 의협의 경우 국민 눈높이에 맞는 안들을 제시했는지, 국민들께서 판단해주시지 않을까 한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도 “의협과 대전협이 개혁신당이든, 어디든 대화하는 것 자체는 긍정적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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