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130분간 29곡…가왕은 쇼가 필요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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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필은 콘서트에서 자신의 56년 음악 인생을 망라하는 히트곡들은 물론이고 ‘20’에 실린 신곡들도 처음 라이브로 불렀다. [사진 YPC]

“안녕하시죠? 저도 안녕합니다. 근래 들어 자주 뵙는 것 같아 좋습니다. 저를 아직 ‘오빠’라고 그럽니까?” ‘가왕’ 조용필(74)은 관객의 함성에 미소를 지으며 이렇게 말했다. 23일 서울 올림픽공원 KSPO돔에서 열린 ‘20집 발매 기념 조용필&위대한탄생 콘서트-서울’ 첫 공연에서다. 그는 지난달 22일 11년 만에 정규 음반 ‘20’을 발매했다. 전국 투어는 서울·대구·부산 등으로 이어진다. 그 시작인 서울 콘서트는 다음 달 1일까지 네 차례다.

조용필은 빠른 비트와 강한 에너지가 느껴지는 ‘아시아의 불꽃’으로 첫날 공연의 문을 열었다. 간단한 인사 뒤에 ‘자존심’ ‘물망초’ ‘나는 너 좋아’ ‘그대를 사랑해’를 연달아 불렀다. 오프닝 뒤엔 “같이 놀기 위해 빠른 노래들을 많이 준비했다. 운동하는 셈 치고 같이 노래 불러보자. 여러분 노래가 힘이 된다”고 말한 뒤 입고 있던 재킷을 벗었다. 꽃무늬 검정 셔츠에 검정 슬랙스와 하얀 운동화. 이날의 유일한 무대의상이었다.

돌출 무대나 리프트 없는 일자형 무대. 조용필 양옆에는 밴드 위대한탄생과 코러스가 자리했다. 조용필은 2시간여 동안 인사를 건네는 잠깐 외엔 단상을 벗어나지 않았다. 음악만으로 가득 채운 공연이었다. 기타 사운드에 맞춰 춤추는 듯한 조명 연출로 볼거리를 제공했고, 대형 스피커 4대는 웅장한 사운드를 뿜어냈다.

조용필은 간드러진 미성과 힘 있는 고음, 날카로운 박자감의 내레이션으로 ‘킬리만자로의 표범’ ‘미지의 세계’ ‘모나리자’ 등을 소화했다. 한 치의 흐트러짐 없는 보컬에 나이마저 무색했다. 게스트 한 명 없이 홀로 내달리는 열정에 객석에선 “역시 가왕”이란 감탄이 터져 나왔다. 그는 박수갈채를 보내는 관객에게 “내 나이 때 (이렇게) 할 수 있겠어요”라고 장난스레 말을 건넸다.

20집 타이틀곡 ‘그래도 돼’를 부를 땐 배우 박근형·이솜 등이 출연한 뮤직비디오가 대형화면에 흘렀다. ‘이제는 믿어 믿어봐/ 자신을 믿어 믿어봐/ 지금이야 그때’라는 가사는 묵묵히 제 길을 걸어가는 모든 이를 위한 헌사처럼 들렸다. 조용필은 “스무 번째 앨범을 냈다. 아쉽게도 끝났으나 나로서는 최선을 다했다”고 소회도 밝혔다.

솔로 데뷔곡 ‘돌아와요 부산항에’를 필두로 ‘창밖의 여자’ ‘단발머리’ ‘못찾겠다 꾀꼬리’ ‘청춘시대’ 등 히트곡이 이어지자 객석은 달아올랐다. 자연스레 떼창이 이어졌다. 40여년 전 ‘그 소녀’로 돌아간 듯 ‘단발머리’를 부르는 모습에 조용필은 “좋아요”라고 화답했다. ‘남겨진 자의 고독’ ‘기다리는 아픔’을 부를 땐 “노래방이라 생각하고 적극 참여 바란다”며 남성 관객의 가창을 이끌었다.

‘여행을 떠나요’로 2시간여의 본 공연이 끝나자 앙코르가 이어졌다. ‘추억 속의 재회’ ‘꿈’에 이어 2013년 전국을 들썩이게 한 ‘바운스’까지 3곡으로 화답한 조용필은 공연장 곳곳을 향해 감사 인사를 전하고 손을 흔든 뒤에야 무대를 내려왔다. 마무리까지도 군더더기 없는 무대였다. 130분을 29곡으로 꽉 채운 공연, 역시 가왕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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