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트럼프 2기 내각 완성…'젊은 예스맨 MAGA 군단' 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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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23일(현지시간) 농무부 장관에 브룩 롤린스 미국우선주의연구소(AFPI) 대표를 지명하면서 집권 2기 내각 인선을 사실상 마무리했다. 대선 다음 날인 지난 6일, 당선을 확정 지은 트럼프는 단 17일 만에 속전속결로 15개 부처 장관 지명을 마쳤다. 8년 전인 1기 행정부 때는 12월이 돼서야 첫 내각 인선을 발표했지만, 이번엔 11월이 아직 1주 남아 있는 시점에 장관 지명을 마무리했다.
트럼프 2기 내각 인선의 키워드는 ‘영 마가(Young MAGA)’의 대거 기용이다. 트럼프의 선거 구호인 ‘마가(MAGA·Make America Great Again)’에 투철한 30~50대 인물들을 발탁하면서 1기 행정부 출범 당시 평균 63세이던 장관들의 평균을 연령은 57.4세로 낮아졌다.
“No” 없는 ‘젊은 마가’가 장악한 트럼프 2기
특히 트럼프 2기 외교·안보 진용엔 트럼프의 독주를 견제할 인사가 보이지 않는다. 트럼프는 당선 직후 자신에게 반기를 들었던 니키 헤일리 전 유엔대사와 마이크 폼페이오 전 국무장관 등을 기용하지 않겠다고 밝히며 '충성파'로만 내각을 채우겠다고 선언했다. 부통령 후보부터 자신보다 더 강경하다는 평가를 받는 ‘젊은 보수’ JD 밴스(40)를 택했던 트럼프는 전 부처 인선에서 이 원칙을 적용했다.
당장 외교안보의 '투톱'인 국무장관과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에는 트럼프 정책의 핵심이 될 대중 강경 노선에 앞장서온 마코 루비오(53) 상원의원과 특수부대 ‘그린베레’ 출신의 마이크 월츠(50) 하원의원을 각각 지명했다. 국방장관 지명자는 미군의 해외 파병에 반대 입장을 피력했던 소령 출신 방송인 피트 헤그세스(44) 폭스뉴스 진행자다. 국가정보국장(DNI)엔 털시 개버드(43) 전 민주당 하원의원, 주유엔 대사로 지명된 엘리스 스터파닉(40) 하원의원도 대표적인 젊은 충성파 인사로 꼽힌다.
트럼프의 또 다른 핵심 공약인 국경 봉쇄 정책 역시 크리스티 놈(53) 국토안보부 장관 지명자와 트럼프의 최측근 스티븐 밀러(39세) 전 백악관 선임 보좌관이 국경담당 백악관 부비서실장을 맡아, '국경 차르'로 지명된 톰 호먼(63) 전 이민세관단속국(ICE) 국장과 함께 주도하게 했다.
다만 강성의 젊은 충성파들로만 내각을 꾸리면서 인사 대상이 줄어들었고, 결과적으로 전문성을 무시한 인사란 평가도 나온다. 특히 1기 때 트럼프를 견제했던 이른바 ‘어른의 축(Axis of adults)’이 백악관과 전 부처에서 배제되면서, 젊은 ‘마가 장관’들이 자신의 목소리를 내기보다 백악관이 주도하는 트럼프의 공약과 지시를 각 부처가 충실하게 집행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집중하게 될 가능성이 있다.
외교안보 3톱 모두 플로리다…‘폭스뉴스파’ TV 출연자 약진
플로리다가 사실상 '마가의 성지'가 된 점도 주목된다. 당장 국무장관·국가안보보좌관·국방장관 지명자 등 트럼프가 내세운 미국우선주의의 큰 그림을 만들 외교안보 분야의 수장 3명 모두가 플로리다 출신이다.
플로리다엔 트럼프의 자택이자 정권 인수팀이 꾸려진 마러라고 리조트가 있다. 낙마한 맷 게이츠 전 법무장관 지명자뿐 아니라 새로 법무장관에 지명된 팸 본디(59) 역시 플로리다의 법무장관을 지냈다. 만약 루비오 상원의원이 국무장관으로 발탁되며 공석이 된 플로리다 상원의원 자리를 트럼프의 며느리 라라 트럼프가 차지하게 될 경우 ‘플로리다파’의 입김은 더 거세질 가능성이 있다.
또 TV 출연자를 ‘캐스팅’하듯 발탁한 트럼프의 내각엔 TV로 얼굴을 알린 인사들이 눈에 띈다. 대표적인 인사는 8년간 폭스뉴스 진행을 맡았던 헤그세스 국방장관 지명자다. 이밖에 숀 더피(53) 교통장관 지명자, 마이크 허커비(69) 주이스라엘 대사 지명자도 폭스뉴스의 진행자 출신이다. 또 상무장관에 지명된 하워드 러트닉(63)은 트럼프가 출연했던 ‘어프렌티스’에 심사위원으로 함께 출연했던 인연이 있고, 보험청(CMS)의 수장으로 지명된 메멧 오즈는 건강 프로그램 ‘닥터 오즈 쇼’의 진행자다.
반중 강경파 외교라인…‘무임승차론’ 압박 본격화
충성파들의 특징을 아우르는 '교집합'으로 대중 강경 노선이 자리잡고 있다. 월츠 국가안보보좌관 지명자는 “미국은 중국 공산당과 냉전을 치르고 있다”는 인식을 가진 인사다. 2022년 베이징 동계 올림픽 때는 위구르·홍콩 탄압 등을 이유로 불참을 주장하기도 했다. 루비오 국무장관 지명자 역시 위구르 강제노동 방지법 등 중국 견제 법안을 주도했다. 이들은 경제 분야의 투톱 스콧 베센트(62) 재무장관 지명자와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 지명자와 함께 경제와 외교 측면에서 대중 압박을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미국우선주의'(아메리카 퍼스트)의 열성 지지자들로 외교안보 라인이 구축되면서 동맹에 중심을 뒀던 외교 원칙도 급속하게 변화될 가능성이 있다. 트럼프는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NATO) 대사에 충성파인 매슈 휘태커 전 법무장관 대행을 지명하며, 나토 동맹국에 대한 방위비 인상 요구를 본격화할 계획임을 시사했다.
우크라이나와 이스라엘 전쟁에 대해선 다른 접근이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 트럼프는 이스라엘 주재 대사에 이스라엘을 일방적으로 지원해온 마이크 허커비(69) 전 아칸소 주지사를, 유엔 대사에는 친(親)팔레스타인 시위를 반(反)유대주의로 몰았던 스터파닉 의원을 각각 지명했다. 우크라이나에는 트럼프의 외교책사 역할을 해온 초강경파 리처드 그리넬(58) 전 주독일 대사를 ‘전쟁 담당 특사’로 지명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한국도 방위비 압박 우려…‘조선 협력’ 기회될 수도
한국도 방위비 분담금 인상 압박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트럼프는 한국을 ‘머니 머신(money machine)’이라고 지칭하며 연간 100억 달러(13조원)의 분담금을 언급한 상태다. 또 헤그세스가 미군 철수를 지지한다는 점도 부담 요인이다. 이런 가운데 트럼프는 1기 때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의 대화 과정에서 국무부 대북 특별 부대표를 맡았던 알렉스 웡을 백악관 국가안안전보장회의(NSC) 수석 부좌관으로 지명하며 대북 대화를 재개할 가능성을 시사했다.
반면 트럼프가 윤석열 대통령과의 첫 통화에서 “한국의 건조 능력을 알고 있고 보수와 수리, 정비 분야도 한국과의 협력이 필요하다”며 조선업 협력을 먼저 제안한 것은 한국에는 기회가 될 수 있다. 특히 트럼프의 ‘안보 투톱’이 의회에서 한국과의 조선업 협력 등을 통해 중국의 해군력 견제해야 한다는 내용의 전략보고서를 함께 냈다는 점에서 한국이 안보전략의 주요 파트너가 될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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