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소년중앙] '영화 보물창고'서 만난 90년 전 영화, 막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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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의 한 면 담은 영화
복원 통해 빛바래지 않는 기록으로
영화가 탄생한 지 130여 년이 흘렀습니다. TV가 대중화될 무렵 이제 영화 매체는 없어질 것이라고 예측한 사람이 많았다고 해요. 그러나 많은 이들의 예상과 달리 우리는 여전히 영화를 즐기고 있고, 누구나 쉽게 향유할 수 있는 대중적인 예술 장르가 됐죠. 이처럼 영화가 100년 넘게 살아남을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는 시대를 기록할 수 있다는 장점 덕분일 것입니다. 영화처럼 그 시대적 분위기와 당시 풍경을 구체적이고 확실하게 고증할 수 있는 매체는 그리 많지 않거든요. 그래서 유럽이나 미국은 과거부터 영상자료 보존과 활용에 정성을 들였다고 해요. 영상자료를 귀중한 문화유산으로 인식한 거죠. 우리나라도 1974년 한국필름보관소라는 이름으로 출발해 현재 한국영상자료원에 이르기까지 국내 영상문화 복원·보존을 위해 힘쓰고 있습니다. 필름이 어떻게 복원되고 이 영상들은 어떤 가치를 갖고 있을까요. 소중 학생기자단이 궁금증을 해결하기 위해 경기도 파주에 있는 한국영상자료원 파주보존센터를 찾았습니다.
영화진흥위원회가 발표한 '2023년 한국 영화산업 결산'에 따르면 지난해 극장 전체 매출액은 1조2614억원이며 전체 관객 수는 1억2514만 명이었습니다. 2023년 전 세계 박스오피스 기준 극장 매출은 359억7000만 달러를 기록했는데요. 지난해 국내 박스오피스 매출은 12억4000만 달러로 세계 극장시장에서 박스오피스 기준 매출 규모 9위를 차지했죠. 또 지난해 한국의 국민 1인당 관람횟수는 전년도 2.19회 대비 소폭 증가한 2.44회였습니다. 2023년 데이터 추산에 따르면 한국의 1인당 관람 횟수는 전 세계 8위로 추정돼요. 이처럼 영화 산업 규모가 제법 큰 편에 속하는 우리나라는 다양한 영화를 소비하는 영화 강국으로 꼽히죠.
1930년대 영화부터 애니메이션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영상 자료를 복원해 공개하는 한국영상자료원 유튜브 채널(한국고전영화·Korean Classic Film)의 누적 조회 수는 3억뷰를 돌파했는데, 우리 국민뿐만 아니라 외국인들도 국내 고전 콘텐트에 큰 관심을 보이는 것으로 분석돼요. 이렇듯 한 나라의 영상이 국내를 넘어 외국에서도 소비할 수 있는 환경으로 바뀌며 영상을 디지털로 복원하고 아카이빙하는 과정이 더 중요해졌다고 전문가들은 강조해요. 국내외 영화와 영상 및 관련 자료를 수집하고 복원하는 중책을 맡은 한국영상자료원은 이에 2016년 경기도 파주에 복원·보존 전문시설 파주보존센터를 개설했죠. 지하 1층, 지상 5층 건물에 항온항습 설비가 갖춰진 매체별 보존고는 물론 필름 인화현상실 등이 마련됐고 재난·재해 등 만일의 사태를 대비해 영상자료 이원 보존체계를 완벽하게 구축함으로써 영화 관련 자료를 더욱 안전하게 보관할 수 있습니다.
옛 영상 복원·보존 전문 파주보존센터
최근 우리가 보는 영화는 필름으로 찍은 게 아닌 디지털 기술로 만든 건데요. 마지막 필름 영화는 2019년 개봉한 봉준호 감독의 '설국열차'라고 합니다. 그렇다면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한국영화 필름은 뭘까요? 바로 1934년 개봉한 안종화 감독의 '청춘의 십자로'입니다. 발성영화 시대가 열리기 전 제작된 ‘청춘의 십자로’는 유일하게 남아있는 무성영화로 필름 발견 당시 9롤 중 1롤은 훼손이 심각해 복원하지 못했다고 하는데요. 8롤은 복원에 성공해 1930년대 서울 풍경을 담은 귀중한 영상장면을 볼 수 있게 됐죠. 그 결과 1930년대를 이해할 수 있는 귀중한 자료로 인정받아 2012년에 대한민국의 국가등록문화유산 영화 등록문화재 제488호로 등재됐습니다.
그렇다면 옛 영화를 이토록 열심히 발굴해 복원하는 이유가 대체 뭘까요. 파주보존센터 남형권 컬러리스트는 “영화는 그 나라의 문화유산이에요. 필름으로 제작된 한국영화를 복원해 디지털로 변환하면 더 많은 국민이 보고 즐길 수 있기 때문이죠”라고 설명했어요. 과거 촬영한 원본 필름을 ‘오리지널 네거티브 필름’이라고 하는데, 이 필름으로 영화관에서 계속 상영하다 보면 오염은 물론 훼손도 빠르죠. 그래서 보관용으로 ‘마스터 필름(복제 필름)’을 따로 만들어 놨다고 해요. 그런데 필름 상영하는 영화관이 점차 없어지면서 옛 필름 영화를 볼 수 없게 되자 한국영상자료원은 국내 영화를 디지털로 변환하기 시작했죠. 아쉽게도 옛 영화를 발굴해 복원·보존한 역사는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고 합니다. 남 컬러리스트는 “1974년 종로구에서 시작한 한국필름보관소는 목재필름보관실을 운영하는 정도로 규모가 작았다고 해요. 1996년 영화 필름 의무납본(제출) 제도가 정착되면서 작품 보유율은 100% 수준으로 높아졌지만 1990년대 이전에 제작된 작품 보유율은 그렇게 높지 않아요”라고 말했죠.
한국필름보관소는 1990년대 초 종로구 시대를 접고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으로 옮기며 명칭도 한국영상자료원으로 변경했어요. “필름만 보관한다는 생각에서 벗어나 수장고에 항온항습 시설을 설치하는 등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다양한 영상 매체를 복원·보존하는 작업에 몰두한 것으로 전해져요.” 설명대로 당시 영상자료원은 영화 복원·보존뿐만 아니라 영화 관련 자료들을 연구하고 국민에게 이를 공개하며 ‘영화 보물창고’로서 그 역할을 확대해나갔습니다. 그러던 중 2007년 서울시 마포구 상암본원으로 이전하면서 더 체계적으로 필름자료를 보존하게 됐는데요. 문제는 영화 필름 보존 공간이 부족하다는 거였죠. 이를 해결한 게 2016년 파주보존센터 개관입니다.
남 컬러리스트는 “파주보존센터 건립으로 향후 30년 정도 수용 가능한 보존공간이 확보된 셈이죠. 또 상암본원과 더불어 이원보존체계를 구축해 더욱 안전하게 필름을 보존할 수 있게 됐고요. 전쟁 또는 재난 상황에 대비한 시나리오도 있어 관련 훈련도 해마다 하고 있답니다”라고 설명했어요. 장아원 학생모델이 “현재 보관된 영화는 몇 편인지, 복원이 끝난 작품 수도 궁금해요”라고 질문했죠. “상암과 파주 수장고에 총 9000여 편이 보관돼 있는데, 그중 디지털 복원을 끝낸 작품은 734편뿐이에요. 아직 10%도 복원을 못 한 셈이죠. 지금의 인력과 기술 수준으로 남은 작품을 복원한다면 약 120년 걸릴 것으로 봅니다.” “영화 한 편 복원 과정을 알려주세요”라고 김지우 학생기자가 말하자 남 컬러리스트는 “간략하게 설명하면 보수·세척→스캔(화면·음향)→화면복원→색재현→마스터링→아카이빙 순서로 진행되고 있어요”라면서 필름이 보관된 수장고부터 방문하자고 제안했죠.
꼼꼼함·섬세함 요구되는 ‘필름 복원’
남 컬러리스트는 소중 학생기지단과 함께 2층 수장고로 향했어요. 수장고 문을 열자 학생기자단은 "여긴 실내인데 정말 춥네요" "겨울왕국 온 것 같아요"라고 웅성거렸죠. 남 컬러리스트는 "필름 산화 및 손상을 막기 위해 온도 5℃, 습도 30%를 유지하고, 하루에 한 번씩 담당자가 온도와 습도를 체크하고 있죠"라고 설명했어요. 수장고 안에는 지름 50㎠가량 되는 파란색 통이 켜켜이 쌓여 있는데 이 캔마다 필름 1롤씩 들어있죠. “영화 분량으로 환산하면 한 캔당 20~25분 정도 되는데, 화면과 음향 필름이 각각 따로 있어요. 시대에 따라 조금 차이가 있겠지만, 영상·음향 합쳐서 12캔이 영화 한 편 분량이라고 생각하면 돼요”라며 캔을 열어 곱게 감긴 필름을 소중 학생기자단에게 보여줬어요. “여기 가운데 코어를 중심으로 필름을 감으면 지금 보는 모양처럼 원형이 됩니다. 이렇게 감은 필름을 먼저 폴리백 비닐에 넣어 1차 밀봉한 다음 이 캔에 넣어 보관해요.”
지우 학생기자가 “필름이 엄청 많은데 복원 우선순위가 따로 있나요?”라고 묻자 남 컬러리스트는 “캔을 열면 손상이 심한 필름의 경우 식초 냄새가 나거든요. 또 돌처럼 굳어있는 것들도 있고요. 이런 필름부터 복원하고 있죠”라고 설명했어요. 이어 소중 학생기자단은 필름을 보수·세척하는 영상복원실로 발걸음을 옮겼죠. 앞서 수장고는 필름을 보관하는 곳이라면, 영상복원실은 필름에 난 스크래치나 닳아 손상된 부분 등을 정교하게 작업하는 곳입니다. 30여 년 넘게 필름 복원 업무에 종사한 김영미 차장이 소중 학생기자단을 반갑게 맞아줬어요.
김 차장은 “여기는 복원 작업에 앞서 필름을 검사하는 곳이에요. 먼저 손상된 부분을 살핀 후 복원할 부분을 확인해야 하는데요. 이때 필름 손상 정도에 따라 물이나 화학약품으로 세척하는데, 이 과정에서 꼼꼼함과 섬세함이 요구되죠”라고 설명했어요. 이어 필름을 길게 늘어트린 김 차장은 “한 칸을 1프레임이라고 하는데요. 영화는 1초에 24프레임으로 구성돼요. 그러니까 1초에 24번의 암전으로 이뤄진다는 의미죠”라면서 소중 학생기자단에게 필름을 만져보라고 권했죠. 필름을 처음 만져본다는 윤근혜 학생모델은 “촉감이 부드럽고 신기해요”라면서 놀라워했어요.
이렇듯 복구·세척 과정을 통해 필름이 깨끗해졌다면 이제부터 본격적인 복원 작업이 이뤄지죠. 소중 학생기자단이 원본 화면을 디지털로 옮기는 '스캔(화면·음향)' 과정을 살펴보기 위해 디지털 복원실에 방문했습니다. 남 컬러리스트는 "문서나 사진을 스캔받아 본 학생기자가 있나요?"라고 묻자 소중 학생기자단 모두 "네"라고 한목소리로 답했죠. 그러자 남 컬러리스트는 "이 작업도 필름에 있는 이미지 한 장 한 장을 스캔받아 디지털 파일로 변환하는 거예요. 영화 한 편이 보통 100분 정도 되잖아요. 한 편이 15만 프레임으로 구성돼 있으니 스캔받는 소요 시간도 상당하죠"라고 말했어요.
“음향필름도 영상필름과 마찬가지로 시간이 지날수록 먼지가 쌓이면서 손상돼요. 그럼 본래 음향과 달리 찢어질 듯한 소리가 나거나 잡음이 섞여서 시끄러워질 수 있는데요. 그런 소리를 하나하나 제거해서 디지털로 변환하는 과정을 음향스캔이라고 해요. 이 작업도 영상처럼 일일이 스캔받아 손상된 부분을 손봐야 하죠.”
이에 아원 학생모델이 “영화 한 편 복원하는 시간이 얼마나 걸려요?”라고 질문하자 남 컬러리스트는 “장편·단편 그리고 컬러·흑백에 따라 소요시간이 다 달라요. 또 필름 원본의 훼손 정도에 따라서도 작업의 공력이 달라지고요. 복원은 매우 까다롭고 오래 걸리는 작업으로 지속적인 기술연구가 뒷받침돼야 하죠. 장편 컬러 영화 기준 약 1~2개월 정도 소요되는데, 훼손이 높은 작품은 최장 2년 가까이 작업했죠. 그 예가 ‘오발탄’으로 2014년부터 2년간 필름 얼룩과 스크래치 등을 제거하면서 작업을 진행했어요”라고 말했죠.
“영화 복원 시 어떤 부분을 가장 신경 쓰나요?”라고 지우 학생기자가 물었어요. “한국영상자료원 원칙은 최대한 원본을 훼손하지 않고 개봉 당시의 상태로 복원하는 거예요”라고 말문을 연 남 컬러리스트는 “고전영화를 주로 복원하다 보니 돌아가신 감독님들도 꽤 많아요. 그럴 경우 복원 과정에서 감독의 의도와 다르게 복원된 게 아닌지 고민할 때도 잦죠. 이럴 경우 최대한 작품 정보와 사료를 조사해 작업을 진행하고 있어요. 살아 계신 감독님의 작품은 이곳에서 자문 시사를 하면서 감독님이 직접 주신 의견에 따라 다시 수정하는 과정을 거치죠”라고 설명했습니다.
근혜학생모델이 “복구하기 가장 까다로웠던 작품이 궁금해요”라고 묻자 남 컬러리스트는 “필름은 물리적이고 화학적 매체이기 때문에 온도와 습도에 민감하죠. 그래서 오래된 필름일수록 쉽지 않아요. 또 변색되거나 손상된 필름은 디지털 복원 시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고, 이런 필름은 건드리는 것 자체가 위험하기 때문에 작업 과정 역시 조심스럽고 까다로워요”라고 토로했죠.
스캔 작업을 둘러본 소중 학생기자단은 색 보정하는 색재현실로 자리를 옮겼어요. 색 보정은 필름 복원 작업 중 마지막 공정에 해당하는데, 이 작업을 하는 사람을 컬러리스트라고 해요. 즉 컬러리스트는 영상의 색감과 질감을 조정하는 것은 물론 감독과 촬영감독의 제작 의도에 맞게 색을 컨트롤하는 업무를 담당합니다. “여러분은 스마트폰으로 찍은 사진을 보정 앱을 통해 수정할 때 주로 어떤 부분을 고쳤나요?” 남 컬러리스트가 질문하자 지우 학생기자가 “사진이 어두우면 밝게 하거나 마음에 안 드는 부분을 지울 때도 있어요”라고 대답했죠.
“맞아요. 영상 필름 색 보정도 그런 사진 수정 과정이랑 비슷하다고 생각하면 돼요. 요즘은 드라마나 영화를 촬영하는 카메라들이 고화질로 바뀌면서 배우들 피부가 적나라하게 보이는데요. 배우들 잡티나 상처 같은 걸 지워주는 것도 색 보정 작업 중 하나죠. 이를 ‘뷰티 작업’이라고 해요.”
그러면서 남 컬러리스트는 현재 색 보정하는 작품을 보여주겠다며 색재현실 조명을 껐죠. 그러자 스크린 위에는 2001년에 개봉한 김성수 감독의 ‘무사’가 펼쳐졌습니다. 별다른 효과를 준 것도 아닌데, 빛바랜 색이 화면을 가득 메웠죠. 남 컬러리스트는 “지금 화면에 무슨 색이 많아 보여요?”라고 묻자 소중 학생기자단은 “노란빛이 많은 거 같아요”라고 자신 있게 말했어요. “정확하게 봤네요. 이렇게 노란 부분을 줄여주면서 선명하게 만드는 작업을 하고 있답니다. 영화 프레임마다 멈추고 어떤 부분을 보정해야 할지 유심히 관찰해야 하죠. 그래서 지금 우리가 있는 색재현실을 영화관 환경이랑 비슷하게 조성해 놓은 거고요.”
아원 학생모델이 “이렇게 어두운 공간에서 계속 작업하면 눈 피로도가 높을 거 같아요”라고 말하자 그는 “학생기자 말처럼 장시간 어두운 곳에 앉아서 색 보정을 하다 보면 눈이 침침하거나 뻑뻑할 때가 많죠. 그게 컬러리스트의 힘든 점 중 하나랍니다. 하하”라고 귀띔했죠. 이어 1m가 넘는 색 보정 기기를 소중 학생기자단에게 보여주면서 “이름은 ‘블랙 보드(black board)'라고 해요. 파주보존센터에 2대밖에 없어요. 여러 버튼 중에 이 나침반같이 생긴 모니터만 주목하면 돼요”라고 소개했어요.
이 나침반 모니터는 영상에서 어느 색이 부족하고 또 많은지 알려주는 역할을 하죠. “안에 보면 R·G·B·Y·C·M이라고 나뉘어 있는데, 이게 뭔지 유추할 수 있는 학생 있을까요?”라고 질문하자 아원 학생모델이 “색 같아요. R은 빨간색, G는 녹색, B는 파란색 Y는 노란색이요”라고 말했어요. 남 컬러리스트는 “정답이에요. C랑 M은 여러분이 잘 못 들어봤을 거 같은데 각각 시안·마젠타에요. 색을 이루는 기본 3요소가 마젠타·시안·노랑인데, 색 보정은 이런 색 중 부족한 색을 더 채워주고 넘치는 색은 빼주는 작업이죠”라고 설명했어요. 남 컬러리스트 설명이 끝나자 지우 학생기자가 블랙 보드 앞에 서서 오른쪽 중간에 있는 볼을 움직이며 색을 조절해봤어요. 그러면서 그는 “컬러리스트라는 직업이 흔하지 않은데, 어떻게 시작하게 됐는지 궁금해요”라고 물었죠.
“저는 영화를 전공했는데 그중 촬영 분야에 관심이 많았어요. 촬영은 빛과 색 관련 공부를 많이 해야 하는데 그때 자연스럽게 영상 색감에 호기심이 생기더라고요. 그러다 보니 컬러리스트 분야로 진출하게 됐고 지금 10년 넘게 일을 하고 있어요. 영화학도일 땐 ‘나도 영화 스태프 일원이 되고 싶다’는 막연한 꿈이 있었는데 그 바람을 이루게 된 거죠.”
근혜 학생모델이 “컬러리스트가 되려면 어떤 노력이 필요한가요?”라고 궁금해하자 남 컬러리스트는 “우선 영화나 드라마와 같은 영상 콘텐트를 볼 때 색감을 유심히 살펴보는 게 중요해요”라면서 “단순히 색감만 보는 것이 아니라 이야기 흐름이나 분위기에 맞게 색이 사용되고 있는지도 고려해야 하죠. 또 배우의 감정에 따라 색도 달라져야 하고요. 다양한 분야의 책을 보는 것도 추천해요. 세상 보는 시야가 넓어지면 직·간접적으로 작업에도 좋은 영향을 미칠 수 있으니까요”라고 조언했어요. 그러면서 그는 “필름 영화를 복원하면서 원로 감독님들의 감사 인사를 들으면 뿌듯하고 많은 보람을 느껴요”라면서 마지막 바람도 전했어요. “수장고에 아직 세상의 빛을 보지 못한 수많은 작품이 잠들어 있는데요. 많은 분이 필름 영화를 디지털로 향유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복원하는 데 힘써야죠.”
남 컬러리스트 추천 '4K 복원'에 성공한 국내 애니메이션 3
1967년 1월 개봉한 신동헌 감독의 '홍길동'은 흥행에 성공한 국내 첫 장편 애니메이션입니다. 신 감독의 동생 신동우 작가의 '풍운아 홍길동'을 원작으로 서자로 태어난 길동이 봉건사회제도에 반발해 의적이 되고, 활빈당을 만들어 빈민을 구제하며 율도국의 왕이 된 이야기죠. 당시 제6회 대종상 비(非)극영화·문화영화 작품상을 받는 등 평단에서도 호평받았는데요. 이 작품은 유실된 것으로 알려졌다가 2007년 일본에서 극적으로 필름이 발견됐죠. 한국영상자료원은 수집한 영상 필름과 기존에 갖고 있던 음향 필름을 합쳐 원본 상태와 가깝게 복원에 성공했어요.
SF 만화 ‘태권동자 마루치 아라치’
임정규 감독의 '태권동자 마루치 아라치'는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MBC 라디오 연속극 '태권동자 마루치'를 원작으로 한 애니메이션이에요. 1970년대 엄청난 인기를 얻은 이 작품은 서울 관객 기준으로 16만 명을 동원하며 흥행에 성공했죠. 제목에도 나오듯 태권도를 소재로 하면서 SF 장르의 애니메이션으로 과학기술과 기계문명의 폐해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죠. 인기에 힘입어 '전자인간 337'(1977), '슈퍼태권V'(1982), '84 태권브이'(1984) 등 속편도 다수 만들어졌지만, 원작만큼 흥행하진 않았어요. '태권동자 마루치 아라치'는 현재 4K 복원에 성공해 온라인 플랫폼에서 관람할 수 있어요.
한국 애니메이션의 상징적 존재 ‘아기공룡 둘리 얼음별 대모험’
김수정 작가의 '아기공룡 둘리'는 1983년부터 월간 보물섬에 연재된 만화예요. 1980~90년대 큰 인기를 얻으면서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됐죠. 1억 년 전 거대한 빙산 조각에 갇혀 엄마와 헤어지게 된 둘리는 그 안에서 깊은 잠에 빠져요. 그러다 어느 날 한강으로 빙산 조각이 흘러들게 되고 마침내 깨어난 둘리는 쌍문동에 사는 소시민 고길동 가족과 함께 살게 돼요. 티격태격 싸우면서 정드는 에피소드를 재미있게 담아냈죠. 4K 복원한 ‘아기공룡 둘리 얼음별 대모험’은 현재 한국영상자료원 유튜브 채널을 통해 볼 수 있어요.
학생기자단 취재 후기
한국영상자료원 취재 전, '영상을 복원한다는 것이 왜 그리 중요한 걸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영상자료원 선생님께 설명을 듣고 저의 생각이 틀렸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영상 보관부터 세세한 흠을 자르고, 음악을 조절하고, 색칠까지 해야 한다는 것이 너무 놀랍고 신기했죠. 저는 파주보존센터 곳곳을 방문하며 어떻게 영상을 복원하는지 단계별로 살펴보았는데요. 그중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마지막 단계였던 색 보정 디지털 복원이었습니다. 이 일을 하는 분들의 이름이 컬러리스트라는 것을 알게 됐고 기계로 영화 배경의 색을 바꿀 때 저는 마치 컬러리스트가 된 거 같았죠. 영화 복원이 힘들다는 것을 알고, 영화에 대한 소중함도 깨달았습니다.
김지우(서울 대치초 5) 학생기자
평소 영화에 대해 관심이 많아서 이번 파주보존센터 취재가 더 기대됐습니다. 필름 복원 과정도 자세히 들을 수 있어서 좋았고, 필름을 보관하는 수장고가 엄청 추웠던 게 특히 기억에 남아요. 설명해주신 남형권 선생님이 옛날 영화를 복원할 때 그 당시 영화를 만든 감독님이 살아계시면 함께 복원한다는 것을 듣고 놀랐어요. 영화 복원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많은 분이 최선을 다하시는 거 같았죠. 색 보정도 직접 해보고 필름도 만져보고 마치 필름복원전문가가 된 기분이었습니다.
윤근혜(서울 이문초 4)
영상 복원부터 색 작업 등을 세세하게 알 수 있었던 이번 취재는 특별한 경험이었어요. 특히 영상 복원하는 과정이 신기했죠. 필름 관리부터 스캔, 색 작업 등 정말 많은 시간과 장비가 들어가더군요. 그중에서도 색 작업이 가장 신기했어요. 색 작업을 하는 기기 '블랙 보드'에는 버튼이 정말 많았는데 다 보지 못해 아쉬웠어요. 그래도 그중에서 색을 조종할 수 있는 버튼을 잠깐 조작할 수 있었죠. 제가 원하는 색으로 바꿀 수 있는 게 너무 신기하고 놀라웠어요. 영상 복원이 생소해서 취재하러 가기 전 걱정했는데 너무 특별한 경험이었고 기억에 남는 시간이었습니다.
장아원(경기도 위례푸른초 6) 학생모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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