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소년중앙] 첫눈엔 귀여운데 뜯어보면 기이한 독창적인 판타지 세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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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유명 아티스트인 유코 히구치(Yuko Higuchi)는 고양이·꽃·소녀·나무 등 친숙한 주제를 바탕으로 독특한 상상력을 결합해, 귀여우면서도 기이한 요소가 공존하는 독창적인 판타지 세계를 만들어냅니다. 동시에 정교하고 섬세한 묘사를 통해 강렬한 인상을 남기는 것이 특징이죠. 첫눈에는 귀여움이 느껴지지만 섬세하게 그려낸 그림을 유심히 살펴보면 곧 섬뜩한 호러로 표현되는 어두운 미학까지 담겨있음을 느끼게 됩니다. 어느 것 하나 범상치 않은 것이 없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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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눈에는 귀여움이 느껴지지만 섬세하게 그려낸 그림을 유심히 살펴보면 곧 섬뜩한 호러로 표현되는 어두운 미학까지 담겨있음을 느끼게 된다.

유코 히구치의 첫 번째 한국 전시 ‘유코 히구치 특별전: 비밀의 숲’이 서울 영등포구 더현대 서울 ALT. 1에서 성황리에 개최되고 있어요. 이미 일본에서 열 차례 성공적인 투어 전시를 마친 작가는, 이번 전시를 통해 한국 관람객들에게 미공개 신작을 비롯한 다채로운 작품들을 선보이며 더욱 깊이 있는 판타지의 세계로 초대합니다. 이번 특별전에서는 작가의 독창적인 세계관이 고스란히 담긴 1000여 점의 작품들을 한국에서 최초로 공개하며 오리지널 작품, 드로잉, 포스터, 영화 포스터, 컬래버레이션 작품 등 다채로운 볼거리를 보여주죠. 또한 전시 기획부터 공간 디자인 및 조성까지 작가 본인이 총괄해 자신만의 독창적인 예술 세계가 고스란히 관람객에게 전달될 수 있도록 작품 하나하나 직접 설치하며 이번 전시를 완성했습니다. 각 공간에 맞춰 배경 음악을 다르게 설정해 신비로우면서도 섬뜩한 분위기도 연출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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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꽃·소녀 등 친숙한 주제를 바탕으로 독특한 상상력을 결합해, 독창적인 판타지 세계를 만들어낸다.

전시장에 들어서니 작가 소개란에 앵무새 사진이 눈에 띄는데요. 최예림 도슨트가 “이 프로필 사진뿐만 아니라 실제 본인의 홈페이지에도 커다란 탈을 쓰고 사진을 찍었고요. 인스타그램 프로필도 이 앵무새 탈을 쓰고 찍은 사진이에요. 마치 펭수 같은 존재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앵무새 탈을 쓰고 신분을 숨긴 채 하루 종일 그림만 그리는 기묘한 작가! 남자인지, 여자인지, 나이가 몇 살인지 등 모든 신상은 비밀에 부쳐져 있습니다. “놀랍게도 이번 전시를 준비하기 위해 한국에 내한하면서 저를 만나줬는데요. 대신 아무도 없을 때 전시장 안에서 만날 것, 자신의 신상을 절대 말하지 않을 것 등의 조건을 걸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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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 도입부 ‘숲의 입구’와 ‘컬래버레이션&보리스 잡화점 작품’에서는 다양한 브랜드·기업과 협업한 작품을 볼 수 있다. 사진은 일본 유명 캐러멜 제품을 재해석한 작품.

작가의 정체 등 호기심이 더욱 커지면서 작품들을 감상하기 시작합니다. 몇 작품 보지 않아도 고양이와 캐릭터 등이 사랑스러우면서 어쩔 땐 섬뜩하게도 보이는 표정들을 섬세한 디테일로 그려낸 걸 보다 보면 금세 전시에 몰입하게 됩니다. 전시는 8개의 섹션으로 구성됐으며, 섹션 1~5는 비밀의 숲을 본격적으로 들어가기 위한 여정으로 유코 히구치의 초기 작품과 다양한 브랜드와 캐릭터 등의 컬래버레이션 작품, 작가가 제작한 전통 인형과 일본스러운 분위기의 병풍, 그림책 원화, 한국 전시를 위한 작품까지 만나볼 수 있어요. 전시 도입부 ‘숲의 입구’와 ‘컬래버레이션&보리스 잡화점 작품’에서는 다양한 브랜드·기업과 협업한 작품을 볼 수 있는데요. 그의 독특한 세계관은 유명 브랜드와의 컬래버레이션에서도 살펴볼 수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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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스트푸드 브랜드 모스버거 등 기업과 협업한 작품에서도 그의 독특한 세계관을 느낄 수 있다.

먼저 화장품 브랜드랑 협업한 고양이 그림들이 시선을 모았죠. “고양이를 주로 계속 그리고 있어요. 특히 노란색의 고양이가 자주 나올 텐데 유코 히구치가 키우는 노란색 고양이에서 모티브를 얻은 겁니다.” 또 일본을 넘어 전 세계적으로 주목받은 패션 브랜드 구찌(GUCCI)와의 협업, 잡지 『MOE』, 패스트푸드 브랜드 모스버거, 화구 제조사 홀베인 등과의 협업으로 탄생한 작품도 관람 포인트죠. 유명 화가 앙리 마티스의 작품을 재해석한 시리즈는 작가의 유머 감각을 느낄 수 있는 독특한 작품 중 하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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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스타브를 주인공으로 야수파를 이끈 프랑스 화가 앙리 마티스의 작품을 재해석한 연작도 살펴볼 수 있다.

전시장 중간에 있는 예쁜 인형 오두막에는 똑같이 생긴 여러 하얀 고양이가 있었죠. 앞머리가 한쪽으로만 내려온 일명 ‘최준 머리’를 한 게 인상적인데요. 유코 히구치가 키우는 둘째 고양이를 모티브로 만들었다고 해요. 이 고양이는 패셔니스타라는 설정으로, 다양한 옷을 소화한 모습을 표현해놨어요. 특히 눈알이 엄청 많이 붙어있는 옷은 전설의 그룹 퀸의 보컬 프레디 머큐리가 실제로 입었던 파격적인 무대 의상에서 따왔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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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의 방’에서는 작가가 제작한 전통 인형과 병풍이 전시됐고, 미지의 생명체도 만날 수 있으며 귀엽지만 섬뜩함이 담긴 작품들을 감상할 수 있다.

창문 너머로 미지의 생명체가 보이는 ‘비밀의 방’에서는 작가의 독창적인 세계관을 느낄 수 있어요. 이곳에는 작가가 제작한 전통 인형과 병풍이 전시돼 있으며, 귀엽지만 섬뜩함이 담긴 작품들을 가까이에서 감상할 수 있습니다. “저 생명체를 괴물 혹은 외계인이라고 하는 분이 많으실 텐데 히구치는 식물이라고 얘기해요. 식물이라는 증거는 머리 위에 꽃봉오리가 예쁘게 필 것처럼 담겨 있어요. 히구치가 그런 말을 해요. 남들과 다르게 생겼을 뿐이지 절대 나쁘거나 못된 인물이 아니라고, 자유로운 생명체들을 히구치는 계속 그려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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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서 유코 히구치는 그림책 ‘헝겊 고양이 양코 시리즈’로 유명한데, 양코 시리즈에 나오는 회색 고양이는 히구치의 아들이 제일 좋아하는 고양이 봉제 인형을 모티브로 해서 만들었다.

유코 히구치는 국내에서 그림책 ‘헝겊 고양이 양코 시리즈’로 유명한데요. 그림책 작가로서 활발히 활동해온 작가의 작업을 살필 수 있는 ‘그림책’ 섹션도 마련됐죠. 도서에 포함돼 있지 않은 미공개 컷을 비롯해 지금까지 발간된 작가의 대표 그림책 원화를 만날 수 있어요. 정교하고 섬세한 묘사가 돋보이는 장이죠. 특히 양코 시리즈에 나오는 회색 고양이는 히구치의 아들이 제일 좋아하는 고양이 봉제 인형을 모티브로 해서 만들었다고 해요. 양코 시리즈 첫 번째 이야기 『세상에서 네가 최고야』는 양코가 남자아이에게 더 오래 사랑받기 위해 진짜 고양이가 되고 싶어 떠난 여행길에서 여러 고양이를 만나면서 자신뿐 아니라 모두가 각각 세상에서 하나뿐인 ‘최고’라는 깨달음을 얻는 내용이 인상적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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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은 고양이, 팔은 뱀, 발은 문어, 장난기 넘치는 신비로운 생명체로 유머와 사랑스러움을 담아낸 ‘구스타브 이야기’.

이번 한국 전시를 위해 작가가 특별히 그린 신작을 비롯하여 그동안 진행되었던 전시 작품들도 만나볼 수 있습니다. 기이한 느낌을 주는 ‘숲’을 지나면 여섯 번째 공간인 ‘비밀의 숲’이 나타나죠. 작가의 상상 속 공간이 현실로 구현된 이곳에는 독특한 스타일과 기발한 상상력이 돋보이는 작품들이 전시돼 초현실적인 세계가 펼쳐집니다. 또한 ‘호러’ 섹션에는 유코 히구치의 작품에서 빼놓을 수 없는 어두운 미학이 집중적으로 드러나는 작품을 볼 수 있어요. 귀여운 눈망울을 지녔지만 문어 다리를 지닌 고양이 캐릭터 구스타브처럼 귀여운 요소들이 가득하지만, 동시에 무서운 분위기를 자아내는 작품들이 소개되며, 소녀·달팽이·버섯 등 평범한 요소를 통해 공포스러운 표현을 추구하는 유코 히구치의 진면목을 엿볼 수 있죠. “히구치는 지구가 이렇게 넓은데 어떻게 우리가 알고 있는 생명체만 있겠느냐 내가 모르는 다양하고 아름다운 생명체가 많이 존재하고 있을 것 같다는 상상을 하면서 수많은 생명체를 새롭게 그려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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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코 히구치가 자신만의 스타일로 재해석한 다양한 영화 포스터를 원본과 함께 비교하면 색다른 경험을 할 수 있다.

이번 전시에서는 평면 일러스트를 넘어선 다양한 입체 작품들도 선보이는데요. 나무로 만든 미니북·병풍·드레스·쿠션 등 다양한 소재와 오브제를 통해 작가의 작품이 갖는 질감과 분위기를 새롭게 경험할 수 있어요. 히구치가 만든 조명도 평범하지 않았죠. 독특한 패턴 아래 마네킹을 결합해서 마치 유령이나 귀신이 서 있는 것 같은 느낌을 주고 있어요. 생명을 부여하기 위해 심장까지 들어있는 것도 보였습니다. 마지막 공간은 숲속에 남겨진 작은 영화관으로 꾸며, 유코 히구치가 자신만의 스타일로 재해석한 다양한 영화 포스터를 볼 수 있는데요.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콜 미 바이 유어 네임’ 등 그의 섬세한 손길이 닿은 유명 영화 포스터를 원본과 함께 비교하면 색다른 경험을 할 수 있죠. “티모시 샬라메가 나온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은 한국에서도 많은 사랑을 받은 작품인데요. 이 작업을 위해 루카 구아다니노 감독을 만났을 때도 히구치는 역시 탈을 쓰고 나갔대요. 계속 똑같은 걸 쓰진 않고, 하루는 펭귄 탈을 쓰기도 하고 하루는 앵무새 탈을 쓰기도 하고 계속 바꿔가면서요. 근데 루카 감독이 당신의 그림들과 이미지, 말하는 걸 보면 앵무새 탈이 제일 잘 어울린다고 추천을 해줍니다. 그래서 그때부터 최근까지 앵무새 탈을 즐겨 쓰고 있다고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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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교하고 섬세한 묘사를 통해 강렬한 인상을 남기는 유코 히구치의 작품을 보다 보면 금세 전시에 몰입하게 된다.

이외에도 전시 공간 곳곳에 비디오아트를 설치해 그의 드로잉이나 채색 등 섬세한 작업을 직접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귀여운 고양이, 눈을 끔벅이는 나무, 내장과 뼈가 드러난 동물, 아름답지만 창백한 소녀 등 작가만의 확고한 취향이 한데 어우러진 전시는 강렬한 인상을 남겨요. 전시장 전체에 작가의 독특하고도 상상력에 감탄할만한 판타지가 펼쳐져 귀여움이 가득하지만 때로는 섬뜩한 분위기가 절묘하게 어우러진 공간을 만들어냈으니 신비하고 아름다운 비밀의 숲으로 놀러 가는 건 어떨까요.

‘유코 히구치 특별전: 비밀의 숲’

기간 2025년 1월 22일(수)까지(휴관일은 백화점 휴관일과 동일)
장소 서울 영등포구 여의대로 108 더현대 서울 6층, ALT. 1
관람 시간 오전 10시 30분~오후 8시(금,토,일 오후 8시:30분까지, 매표 및 입장은 관람 종료 1시간 전 마감)
관람료 성인 2만원, 청소년 1만5000원, 어린이 1만3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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