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호랑이는 가죽, 칠곡할매는 시 남긴다"…대형사고 친 그녀들, 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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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연하장에 쓰인 글꼴을 만들고 외신으로부터 ‘K-할매’라고 불리며 래퍼로도 활동하는 칠곡할매들이 또 '대형사고'를 쳤다. 여든이 넘어 한글을 깨친 할머니들의 시와 그림이 내년부터 사용될 중학교 교과서에 실리게 되면서다.
25일 경북 칠곡군에 따르면 칠곡군 약목면에 거주하는 할머니들 시와 그림이 2025년부터 사용될 ‘2022개정 중학교 1학년 국어 교과서’에 수록된다. 점유율 1등 출판사인 천재교과서가 만든 국어교과서다.
여든 넘어 한글 깨친 할머니 시
교과서에 실리는 시와 그림 작가들은 여든 넘어 한글을 깨친 고(故) 강금연·김두선 할머니와 이원순(87)·박월선(96) 할머니다. 이들은 일제시대 태어나거나 6·25 한국전쟁을 겪고 가난과 여자라는 이유로 배움의 기회를 얻지 못했다. 한글학교에서 여든이 넘어 한글을 배웠다.
교과서에는 할머니 시와 그림을 게재하며 “70여 년 동안 이름조차 쓰지 못했던 할머니들은 한글을 배우며 어느덧 삶까지 시로 표현했다”고 소개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함께 고 강금연·김두선 할머니의 시 ‘처음 손잡던 날’ ‘도래꽃 마당’과 이원순·박월선 할머니의 ‘어무이’ ‘이뿌고 귀하다’ 전편을 두 면에 걸쳐 실었다.
할머니 시가 교과서에 실리게 된 데에는 칠곡군의 지속적인 노력이 있었다. 칠곡군은 지난 1년 동안 교과서 수록을 통한 지역 가치를 높이기 위해 출판사와 긴밀한 협업 관계를 구축해 왔다.
또 칠곡군은 할머니 시를 모아 『시가 뭐고』 『콩이나 쪼매 심고 놀지뭐』 『작대기가 꼬꼬장 꼬꼬장해』 『내친구 이름은 배말남 얼구리 예뻐요』 등을 발간했다.
자작시 낭송하며 눈시울 붉히기도
이와 관련해 칠곡군은 지난 22일 김재욱 군수와 김태희 칠곡군의원, 이원순 할머니가 참석한 가운데 교과서 수록을 자축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이날 이 할머니는 ‘80이 너머도(넘어도) 어무이(어머니)가 조타(좋다). 나이가 드러도(들어도) 어무이가 보고 씨따(싶다). 어무이 카고(하고) 부르마(부르면) 아이고 오이야(오냐) 오이야 이래 방가따(방갑다)’라며 교과서에 실린 자신의 시를 낭송하며 눈시울을 붉혔다.
이 할머니는 “교과서 수록을 누구보다 기뻐할 언니들이 고인이 되거나 거동이 불편해 안타깝다”며 “어린 학생들이 우리 할머니 시를 읽으며 부모님께 효도하고 타인을 배려하는 마음을 갖길 바란다”라고 전했다.
김 군수는 “칠곡군에는 호랑이는 가죽을, 칠곡할매들은 시를 남긴다는 말이 있다”며 “칠곡 어르신들의 열정이 초고령화 시대 실버 문화를 선도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칠곡군은 교과서 수록을 알리는 현수막을 내걸고 약목면에 ‘교과서 거리’를 만들어 꾸밀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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