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오늘부터 부산서 '플라스틱 협약' 마지막 담판…제2의 파리협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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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지구적 플라스틱 오염을 막을 역사적인 국제협약의 마지막 협상이 부산에서 막을 올렸다. 유엔(UN) 175개 회원국 정부 대표단 등 3800여 명은 25일 부산 해운대구 벡스코에서 ‘해양 환경을 포함한 플라스틱 오염에 관한 법적 구속력 있는 국제문서’(플라스틱 협약)를 마련하기 위한 제5차 정부 간 협상위원회(INC-5) 협상을 시작했다.
루이스 바야스 발비디에소 INC 의장(주영국 에콰도르 대사)은 이날 개막식에서 “(오염을 막는) 의미 있는 개입이 없다면 매년 자연으로 유출되는 플라스틱의 양이 2040년에는 2022년의 두 배에 달할 것”이라며 “이번 협약은 인류가 실존적 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움직임”이라고 말했다. 김완섭 환경부 장관은 “플라스틱 오염이 우리를 끝내기 전에 우리가 플라스틱 오염을 끝내야 한다”며 협상 성안(문안을 완성)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2015년 파리기후협약에 비견되는 이번 협상은 ①우려 화학 물질 문제 ②폐기물 관리 ③재정 등 국제협력 ④이행 모니터링 등 4개 분야의 분과 회의와, 이를 토대로 한 본회의가 수시로 열리며 일주일 동안 진행될 예정이다.
이미 해양에 최대 1억 9900만t 플라스틱 축적
유엔환경계획(UNEP)은 올해 인류가 5억t(톤) 이상의 플라스틱을 소비했으며, 4억t의 플라스틱 폐기물이 나올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이 상태가 유지된다면 매해 배출되는 플라스틱 폐기물은 2040년에는 현재의 두 배인 8억t, 2060년은 세배인 12억t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1950년대부터 생산된 플라스틱은 90억t에 달한다. 전 세계 플라스틱 재활용률은 9%에 그치는 가운데 매립·소각되지 못한 플라스틱 쓰레기가 바다와 토양으로 유출돼 오염을 일으키고 있다. UNEP는 2022년까지 해양에 7500만~1억 9900만t의 플라스틱이 축적돼 수생태계가 심각한 위협에 처했다고 보고했다.
잉거 안데르센 UNEP 사무총장은 “인류 역시, 미세플라스틱이 몸속에 축적되며 암 발병과 생식 기능에 부정적 영향을 받고 있다”며 “미세플라스틱이 우리 신체에도, 태어날 아기들의 신체에도 있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산유국들, 성안 미루자며 지연전술
가장 큰 쟁점은 플라스틱 생산을 줄이는 것이다.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 등 산유국은 생산 감축에 가장 강경하게 반대하며 이번 5차 협상에서 마무리 짓지 말고 5.1차 회의를 열자는 입장을 내비치고 있다. INC가 만장일치로 협약을 도출한다는 점을 이용한 지연전술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세계에서 가장 많은 양의 플라스틱을 생산하는 중국도, 산유국과 마찬가지로 생산 규제에 기본적으로는 반대 입장이다.
환경 문제에 적극적이던 미국의 기류 변화도 변수다. 미국은 지난 8월 플라스틱 생산 감축에 지지한다는 입장을 밝혔는데,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에 당선된 가운데 최근 ‘각국이 자체 감축 목표를 설정하는 방안을 지지하는 쪽’으로 물러선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 정부 “입장차 팽팽…성안이 목표”
마지막 협상을 주관하는 한국은 중간자적 입장이다. 강력한 플라스틱 규제를 찬성하는 ‘우호국연합(HAC)’인 동시에 세계 4위의 플라스틱 생산국이다. 김완섭 장관은 “한국은 ‘생산 감축’이 추구해야 할 방향이라고 보지만, 이번 협약에서는 성안이 목표이고 현실적으로 팽팽하게 맞서는 국가들이 있기 때문에 단계적 접근을 추진해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발비디에소 INC 의장은 부산에서 의미 있는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자신했다. 그는 ‘모든 국가의 입장을 고려하다가 선언적 합의에 그치는 게 아니냐’는 우려에 대해 “우리가 합의할 문안은 플라스틱 오염을 종식할 것이며, 이는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강화되는 살아있는(living) 문안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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