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50년 구두수선공 ‘나눔의 꿈’…HD현대아너상 최우수상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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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회 HD현대아너상 최우수상(개인 부문)·1%나눔상에 선정된 김병록(64)씨가 25일 서울 상암동 자신의 구두 수선점 인근 도로변에 마련한 '무인 구두 나눔 전시관'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김서원 기자

‘돈쭐(돈으로 혼쭐)’ 났으니 제대로 ‘돈질’ 해야죠. 쪽방촌에 제과점 차려서 독거노인들한테 공짜 빵 펑펑 나눠드리렵니다.

제2회 HD현대아너상 최우수상(개인 부문)·1%나눔상에 선정된 김병록(64)씨의 말이다. 평소 종로3가 등지의 서울·경기권 쪽방촌을 틈틈이 찾아 식료품 나눔·봉사활동을 해왔던 김씨는 “주변에 무료 급식소는 흔하지만, 빵 등 간식을 나눠주는 곳은 잘 없다”는 어르신들 얘기를 듣고, ‘언젠가 작은 빵집 하나를 차려 빵을 맘껏 나눠야겠다’는 목표를 세웠다고 했다. 김씨는 “꿈에 한 발짝 다가가기 위해 최근 제과·제빵 기술학원에 등록했는데 마침 이렇게 좋은 상을 통해 실현할 수 있게 되어 기쁘다”고 수상 소감을 밝혔다.

김씨는 50년 가까이 평생 구두를 닦아 모은 돈으로 기부와 봉사활동 등 꾸준한 선행을 이어온 공로를 인정받았다. HD현대1%나눔재단은 25일 “3평 남짓한 구둣방에서 생계를 이어가면서도 노숙인 등 소외된 이웃을 위해 헌 구두·가방 등을 나누는 활동을 이어온 숨은 영웅”이라며 선정 이유를 밝혔다. 올해 최우수상·1%나눔상 등 2개 부문 수상자가 된 김씨는 각각 5000만원씩 총 상금 1억원을 받는다.

김씨는 “어려운 이웃에게 돈을 전하는 건 기부가 아니라 나한텐 취미 생활”이라며 “돈이 부족해서 마음만 써왔지, 많이 베풀지도 못했는데 이제 (상금으로) 날개를 달아줬으니 하고 싶었던 일들을 맘껏 해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아무리 베풀어도 끝이 없다”며 “내가 할 일은 이제부터 시작”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찾은 김씨의 서울 상암동 구두 수선점 앞에 놓인 ‘행운의 항아리’ 안엔 동전 수백여 개가 들어있었다. 2022년부터 여러 재난 등으로 어려움에 처한 이웃들에게 희망을 전달하기 위해 시작했던 동전 모으기 운동의 일환이다. 지난해 김씨는 이렇게 모은 성금 100여만원을 수재민을 돕기 위해 전국재해구호협회에 전했다. 그는 앞서 2020년 초 경기 파주에 있는 시가 5억~7억 원짜리 땅 3만3000㎡(1만평)를 코로나19로 위기에 처한 이웃을 돕기 위해 파주시에 아무 조건 없이 기증하기도 했다.

김씨는 2021년부턴 상암동 자신의 구두 수선점 인근 도로변에 ‘무인 구두 나눔 전시관’을 마련해 자신이 모아 깨끗하게 수선한 헌 구두와 헌 가방 등을 무상으로 나눠주고 있다. 그는 1996년부터 2017년까지 21년간 헌 구두 5000여 켤레를 수선해 어려운 이웃에게 전했고, 1997년부턴 이발 기술을 배운 뒤 매달 요양원·노인정 등을 찾아 이발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HD현대1%나눔재단은 2011년 그룹 임직원들이 급여의 1%를 기부하기로 뜻을 모아 설립한 곳이다. 특히 김씨가 수상한 1%나눔상은 임직원들이 직접 투표로 뽑은 상이다. 시상식은 다음달 17일 경기 성남 HD현대글로벌R&D센터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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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록(64)씨가 이발 봉사활동을 하는 모습. 사진 HD현대 1%나눔재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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