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우성(왼쪽)과 문가비. 뉴스1

배우 정우성(51)이 아빠가 됐다. 아이 엄마는 모델 문가비(35)로 파악됐는데, 두 사람이 결혼하지 않는다고 알려져 세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결혼이 출산의 전제가 되어야 하는지, 우리 사회에 물음표를 던진 셈이다.

뜻밖의 소식에 대중은 놀랐지만, 이들처럼 부부가 아닌데 아이를 낳는 사례는 점점 늘어나고 있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남녀가 연예인이라 그런 것뿐 혼외자 사건은 항상 있었다"고 말했다.

혼인 외 출생아 수는 지난해 사상 처음으로 1만 명을 돌파하며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지난 8월 통계청이 발표한 '2023년 출생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혼인 외 출생아 수는 1만900명이다. 이는 1981년 관련 통계 작성 이래 역대 최대치로, 전체 출생아 23만 명의 4.7% 수준이다. 전체 출생아 20명 가운데 1명이 혼외자라는 얘기다.

혼인 외의 자 출생 추이. 사진 통계청

혼인 외 출생아 수는 2021년 7700명, 2022년 9800명, 2023년 1만900명 등 최근 3년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그간 사회 통념상 결혼과 출산은 연결고리처럼 이어져 있었다. 이런 인식을 반영하듯 혼인외 출생자 비율은 81년 통계 집계 이래 줄곧 0~2%대 초반에 머물렀다. 그러다 2018년 2.2%로 올라섰고, 2020년 2.5%, 2021년 2.9%, 2022년 3.9%에 이어 지난해 4%대를 넘어섰다.

정우성이 문가비가 최근 낳은 아들의 친아버지로 지난 24일 밝혀지면서 온라인은 뜨거웠다. 그중에서도 "새로운 가족의 탄생" "한국 사회에서 가족 개념이 바뀌는 본격적인 신호탄"이라며 비혼 출산에 의미를 두는 쪽도 적지 않았다. 일본 국적의 방송인 사유리가 정자 기증을 받아 2021년 출산했다고 알리면서 '자발적 미혼모'의 길을 선택했을 때와 비슷한 반응이다. 배우 김용건이나 세계적인 축구 스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도 혼외 자식을 두고 있다.

정우성과 문가비의 출산 내용을 처음 보도한 연예매체 디스패치에 따르면 두 사람은 정식으로 교제한 사이는 아니며, 결혼할 계획도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처럼 '결혼은 의무'라는 인식이 젊은 층에서 줄어드는 세태는 최근 통계에서도 확인된다. 지난 17일 통계청 '2024년 사회조사'에 따르면 올해 20~29세 가운데 42.8%가 '결혼하지 않고도 자녀를 가질 수 있다'고 답했다. 2014년 30.3%가 긍정적인 답변을 한 것과 비교하면 10년 새 12.5%포인트 증가했다.

반면 20대 가운데 결혼을 '반드시 해야 한다' 또는 '하는 것이 좋다'고 답한 비율은 2014년 51.2%에서 2024년 39.7%로 줄었다. 청년층에서 '결혼해야 한다'는 인식이 옅어졌지만, 비혼 출산에는 더 개방됐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문가비가 지난 22일 공개한 사진. 사진 문가비 인스타그램

법조계에선 "혼외자 문제는 시대를 막론해서 계속 있던 흔한 케이스(사건)"라는 반응이 나온다. 그렇다면 이 자녀의 법적 지위나 권리는 어떻게 될까.

이혼·형사 전문인 김신혜 법무법인 한경 변호사는 25일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핵심은 아버지의 인지 여부"라고 설명했다. 혼외자가 친부와 법률적으로 부자(父子) 관계가 있음을 인정받으려면 인지가 필수라는 얘기다. 인지란 혼인외 출생자를 그의 생부 또는 생모가 자신의 자녀라고 인정하는 것을 뜻한다.

김 변호사는 "아버지가 인지를 따로 해줘야 하고, 아버지가 인지를 해주지 않으면 인지청구소송을 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친자 관계를 확인받게 되는 것"이라며 "(인지 시엔) 혼외자도 정우성의 상속인으로 혼인 중 출생자와 똑같은 권리를 인정받게 된다"고 말했다. 인지된 혼외자는 피상속인의 직계비속으로 1순위 상속인에 해당한다.

만약 아이가 아버지 성(姓)을 따르고 싶다면 이는 인지 이후에 가능한 일이다. 인지 뒤 가족관계증명서를 뗐을 때 이 아이는 자녀로 표시된다. 김 변호사는 "정우성씨가 생물학적 아버지를 인정한 만큼 아이에 대한 인지를 해주겠다는 것으로 보인다"며 "면접 등은 두 사람이 협의할 문제"라고 말했다.

양육비 문제도 관심사 중 하나다. 24년 차 가사 전문 변호사인 양소영 법무법인 숭인 대표 변호사는 "일단 합의가 우선"이라면서도 "합의가 안 된다면 법원 기준표에 따라 양육비가 결정된다. 소득 구간이 1200만 원 이상이 최대 구간이라 (톱배우 소득 등을 고려했을 때) 이 기준에 해당하는 양육비보다 알파(α) 정도 더 나올 것 같다"고 내다봤다. 서울가정법원의 양육비 산정 기준표에 따르면 부모 합산 소득 최고 구간은 1200만 원으로 책정돼있다. 이 구간의 평균 양육비(0~2세)는 220만7000원인데 이를 양육자와 비 양육자가 분담하게 되므로 비 양육자가 지급해야 할 금액은 그보다 더 적을 수 있다.

전날(24일) 정우성 소속사 아티스트컴퍼니는 "(두 사람이) 아이의 양육 방식에 대해 최선의 방향으로 논의 중"이라며 "(정우성은) 아이에 대해 끝까지 책임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아이 출산 시점과 문가비와 정우성의 교제 여부, 결혼 계획 등 사생활과 관련한 내용은 확인해줄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한동안 연예계 활동을 하지 않던 문가비는 지난 22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을 통해 "너무나 갑작스럽게 찾아온 소식에 아무런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던 저는 임신의 기쁨이나 축하를 마음껏 누리기보다는 가족들의 축복 속에 조용히 임신 기간 대부분을 보냈다"며 임신·출산 사실을 깜짝 공개했다. 글에서 결혼이나 아이 아버지를 언급하지 않았는데, 전날 디스패치 보도로 정우성이 문가비 아들의 아버지로 알려지게 됐다.

정우성은 오는 29일 서울 여의도 KBS홀에서 열리는 제45회 청룡영화상 시상식에 참석할 예정이다. 정우성이 시상 무대에 선다면 소감을 밝히는 과정에서 문가비 사이에서 얻은 아들에 대한 입장을 직접 내놓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