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한국 첫 컨벤션센터 경주 ‘육부촌’ 국가유산 등록 추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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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개최를 앞두고 한국 최초의 국제컨벤션센터인 ‘육부촌(六部村)’이 주목받고 있다. 세계 최대 경제협력체 APEC 정상을 한 자리에 모을 수 있게 된 한국의 위상은 외국 차관으로 지은 육부촌을 지으면서 높아졌기 때문이다.
25일 경북 경주시 등에 따르면 세계 인구의 40%, 교역량의 50%를 차지하는 APEC 소속 국가 정상이 모이는 행사가 한국에서 다시 열리는 것은 2005년(부산) 이후 20년 만이다. 21개 회원국 외에 2~3개 초청국 정상과 기업인 등 총 2만 명이 참여하는 대규모 국제컨벤션이다.
경주 APEC 정상회의 이전에는 박정희 정부 시절 치러진 PATA(아시아태평양관광협회) 총회가 있었다. 1952년 미국 하와이에서 태평양 지역의 관광 발전을 위해 창설된 PATA에는 63년 한국관광공사가 정부회원으로 정식 가입했다. 이어 79년에는 PATA 총회를 서울과 경주에서 개최했다.
당시에 한국은 국제 컨벤션 경험이 전무했고 제대로 된 국제회의장조차 없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은 세계 정상들을 위한 회의장으로 쓸 건물을 건립하라고 지시했고 그렇게 건립된 것이 ‘육부촌’이었다. 가난했던 국가재정 탓에 국제부흥개발은행(IBRD)로부터 차관을 빌려 만든 건물이다.
‘육부촌’이라는 이름의 뜻은 기원전 7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현재 경주 지역에 있던 6개 성씨가 독립 부락을 형성하고 있었는데 이를 육부촌이라고 했다. 육부촌에서는 6개 부족이 의사 결정을 만장일치제로 결정했다. 한국 최초의 국제 컨벤션인 셈이다. 향후 6개 부족이 왜구 침략에 대비해 나라를 건국하기로 했고 그렇게 박혁거세를 왕으로 옹립한 서라벌이 건국됐다.
박 전 대통령은 이런 의미를 담아 국내 최초의 현대적 컨벤션센터에 육부촌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건물 외관은 경복궁 경회루 모양으로 설계했다. 지상 3층·지하 1층, 연면적은 5941㎡에 이르는 규모다. 당시로써는 획기적 기술이었던 6개국 동시통역 시스템을 갖췄고 육영수 여사가 선정한 문양으로 바닥과 벽면이 장식됐다. 당시 사용한 가구와 바닥재·카펫·계단 난간·샹들리에 등은 45년이 지난 현재까지 그대로 쓰이고 있다.
지난 18일 방문한 육부촌 건물은 현재 경북문화관광공사 사무실로 쓰고 있었다. 오랜 세월의 흔적이 느껴지는 건물 로비에는 준공과 함께 전시된 배만실 작가의 천마도장니(天馬圖障泥) 장식작품과 김원 작가의 문무대왕릉 회화작품이 눈에 띄었다. 신라금관을 본따 정교하게 만든 샹들리에도 천장에 걸려 있었다.
경북문화관광공사는 내년이 경주 보문관광단지 준공 50주년인 만큼 육부촌 건물의 가치 또한 재조명하는 사업을 펼칠 계획이다. 최근에는 영남대에 연구용역을 맡겨 육부촌 건물의 건축학적·역사적 가치를 분석하기도 했다.
영남대는 용역을 통해 “육부촌이 건립된 지 45년이 지났음에도 원형이 거의 그대로 남아있어 사료 가치가 충분하고 경주 보문단지 랜드마크 역할을 수행하기에 충분하다”고 평가했다.
경북문화관광공사는 이를 바탕으로 ‘육부촌 아카이빙’ 작업에 들어갈 방침이다. 육부촌과 관련된 과거 문헌과 기록을 수집하고 육부촌을 국가유산으로 등록하는 작업이다. 이와 함께 보문관광단지에 있는 물레방아기념비와 보문정·코모도호텔·관광역사공원 등을 잇는 관광역사 트레일을 만들고 기념주화와 우표도 발행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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