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디즈니 감성에 한국식 유머 더하니…“믿고 보는 알라딘”

본문

1732547960703.jpg

알라딘을 연기한 김준수(왼쪽에서 세 번째)의 호흡은 강도 높은 안무를 출 때도 흔들림이 없었다. 밥칵·오마르·카심 등 ‘친구’ 배우의 감초 연기도 보는 맛을 더한다. [사진 에스앤코]

끝없이 펼쳐진 사막의 모래 위, 신비로운 도시 아그라바가 모습을 드러낸다. 찬란한 태양이 내리쬐는 이국적 거리엔 짙은 향신료 냄새와 떠들썩한 북소리가 가득하고, 반짝이는 비단과 화려한 드레스가 화폭처럼 펼쳐진다. 디즈니 뮤지컬 알라딘이 눈앞에 펼쳐놓은 꿈과 환상의 세계다.

하반기 최고 기대작인 뮤지컬 ‘알라딘’이 지난 22일 서울 송파구 샤롯데씨어터에서 개막했다. 극은 2011년 미국 시애틀에서 초연된 후 2014년 뉴욕 브로드웨이에 입성해 지금도 공연 중이다. 지금껏 전 세계에서 2000만 명 넘는 관객을 불러 모았다.

‘알라딘’은 누구나 좋아할 만한 요소를 두루 갖춘 영리한 상업극이다. 자유와 우정, 진실한 사랑을 추구하는 선남선녀 주인공이 적재적소에서 도움을 주는 코믹한 친구(지니)와 함께 무시무시한 악당을 물리치고 사랑을 쟁취하는 이야기.

예상 가능한 전개지만 ‘나 같은 친구’, ‘새로운 세계’, ‘프린스 알리’, ‘아라비안 나이트’ 등 명곡 메들리와 쉴 새 없이 눈과 귀를 자극하는 화려한 춤이 뻔한 이야기를 뻔하지 않게 만든다.

하이라이트는 1막의 끝에서 램프의 요정 지니가 부르는 넘버 ‘나같은 친구’(Friend like me). 30명의 배우가 총출동해 관객의 혼을 쏙 빼놓는 ‘아라비안 나이트’가 끝나자마자 지니가 등장해 한껏 흥을 돋운다. 황금 동굴에 갇힌 알라딘 앞에서 전지전능함을 과시하며 마법을 부리는 지니. 그의 손짓 한 번에 미녀 댄서들이 무대 위로 등장하고 금은보화와 사치스러운 음식들이 쏟아져 내린다. 지니와 알라딘, 앙상블이 함께하는 탭댄스가 끝나자 객석에서는 함성과 박수가 한참 동안 이어졌다.

마법의 양탄자 장면은 평이 갈린다. 애니메이션이나 영화처럼 역동적으로 움직이는 양탄자를 기대했다면 실망할 수 있다. 대표 넘버인 ‘새로운 세상’을 부르는 자스민 이성경의 음색은 아름다웠지만 성량은 아쉬움을 남겼다.

자스민이 궁궐 바깥 세상을 상상하며 부르는 ‘성벽 너머로’ 등 신곡 4개를 포함한 모든 넘버는 알란 멘켄의 작품이다. 애니메이션 ‘인어공주’의 메가 히트송 ‘언더 더 씨’(Under the sea), ‘미녀와 야수’의 ‘미녀와 야수’ 등을 모두 작곡한 디즈니의 전설이다.

한국 초연의 알라딘은 김준수·서경수·박강현이 맡았다. 진취적인 공주 자스민은 이성경·민경아·최지혜가 연기한다. 주인공보다 더 주인공 같은 램프의 요정 지니 역에는 정성화·정원영·강홍석이 발탁됐다.

오프닝 공연에서 지니를 연기한 정성화는 “너 어디서 왔니?”라는 알라딘의 물음에 능청스럽게 “잠실역 3번 출구에서 왔지”라고 답하며 관객을 웃게 했다. 넷플릭스 시리즈 ‘흑백요리사: 요리 계급 전쟁’의 유행어 “이븐하게 구워드릴게요”, 로제와 브루노 마스의 히트곡 ‘아파트’를 대사에 녹여내는 지니의 코믹한 연기에 객석에선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공연은 내년 6월 22일까지 계속되며, 7월 부산 드림씨어터로 장소를 옮긴다. 예매가 풀린 내년 2월 초까지는 전 좌석이 매진이다.

0
로그인 후 추천을 하실 수 있습니다.
SNS
댓글목록 0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전체 50,999 건 - 1 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