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재계 '4세 경영' 돌입…3040 젊은 오너 등판, 앞당겨진 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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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재계에서 30~40대로 젊은 오너 3, 4세들의 행보가 두드러지고 있다. 잇달아 그룹 내 중책을 맡아 공격적인 투자를 주도하면서 경영 전면에 나서고 있다. 재계의 세대교체 속도가 빨라지는 모양새다.

25일 재계에 따르면 오는 27일 고(故) 허만정 GS그룹 창업주의 4세인 허서홍(47) GS리테일 경영전략 서비스유닛장(부사장)이 대표이사 사장에 선임될 예정이다. 오너 3세인 허연수 GS리테일 대표이사(부회장)은 용퇴한다. GS리테일을 이끌 4세 허 부사장은 허광수 삼양인터내셔널 회장의 장남이자 허태수 GS그룹 회장의 오촌 조카다. 2006년 GS홈쇼핑에 입사해 2019년 GS에너지 경영지원본부장, ㈜GS 미래사업팀장 등을 거치며 그룹의 신사업과 전략 등을 이끌어왔다. 허 부사장의 승진으로 GS리테일은 본격적으로 4세 경영에 돌입하며, 그룹의 세대 교체 속도도 빨라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현재 GS그룹 내 4세 중에는 GS칼텍스 허세홍(55) 대표와 GS건설 허윤홍(45) 대표가 대표이사로 기업을 지휘하고 있다.

올해 창업 100주년을 맞은 삼양그룹도 25일 오너 4세인 김건호(41) 삼양홀딩스 전략총괄사장을 화학사업 그룹장으로 선임했다고 밝혔다. 김윤 삼양홀딩스 회장의 장남인 김 사장은 지난해 전략총괄 사장으로 승진한 데 이어 이번 인사로 생산 분야까지 관할한다. 삼양은 화학그룹을 화학1그룹과 2그룹으로 분리했는데 그룹1은 전통적인 화학소재 사업이고 김 사장이 맡는 2그룹은 스페셜티(고부가가치 소재) 사업을 한다.

3세 오너들도 전면에 나서고 있다. HD현대그룹의 정기선(42) 부회장도 최근 수석부회장으로 승진했다. 지난해 부회장으로 승진한지 1년 만에 다시 승진하며 사실상 승계 막바지에 접어들었다는 평이다. HD현대 최대주주이자 정 수석부회장의 아버지인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은 경영에는 참여하지 않고 있다.

26일 인사 발표를 앞둔 LS그룹에서는 구자열 (주)LS이사회 의장의 장남인 오너가 3세 구동휘(42) LS MnM 최고운영책임자(COO)·부사장이 최고경영자(CEO)로 승진할 가능성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구 부사장은 2013년부터 LS그룹에 합류해 LS일렉트릭, ㈜LS, E1 등을 거쳤다. 지난해 LS MnM COO에 오른지 1년만에 CEO를 맡아 2027년 기업공개(IPO)를 추진할 예정이다.

LG그룹에서 2021년 계열분리된 LX그룹에서는 최근 구본준 회장의 장남 구형모(37) LX MDI 대표이사가 부사장에서 사장으로 승진했다. LX MDI는 LX그룹 내 경영컨설팅 업체로, 계열사들의 경영 정보가 모이는 곳으로 재계에선 구 사장이 그룹 경영에 본격 나서는 과정으로 보고 있다. 구 사장은 LG 창업주 고(故) 구인회 회장의 증손자다. 오는 28일로 예상되는 롯데그룹 인사에서도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장남인 신유열(38) 롯데지주 미래성장실장(전무)의 승진 여부가 관심사다. 지난해 상무에서 전무로 승진한 신 전무는 롯데바이오로직스 글로벌전략실장을 겸하고 있다.

재계에선 저성장 시대를 맞아 기존 주력 산업의 동력이 떨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젊은 오너들의 신속하고 과감한 결단이 필요한 시기라고 본다. 특히 기업들이 꼽는 미래 먹거리가 인공지능(AI)‧로봇‧신소재‧푸드테크 등 첨단 산업에 집중된 것도 젊은 오너 경영자의 등판 시점을 앞당기는 이유로 꼽힌다. 중책을 맡은 오너 일가 3, 4세들은 대부분 그룹 내 신사업을 총괄한 이력이 있다. 익명을 요구한 재계 관계자는 “결국 대규모 투자나 신사업 진출 등 큰 결정은 오너가 내려야 하는데, 유학이나 경영 수업을 하며 쌓은 글로벌 네트워크가 풍부한 젊은 오너들이 아무래도 첨단 산업에 대한 이해나 적응도 빠르다”라고 말했다.

정부가 밸류업(기업가치 제고)을 강조하는 상황에서 책임 경영의 중요성이 커진 영향도 있다. 지난해 12월 허창수 GS건설 회장의 장남인 허윤홍(45) GS건설 사장이 수장을 맡았다. 10년간 유지하던 전문경영인 체제를 깨고 오너 경영 체제로 전환한 것이다. 건설업계에선 “당시 인천 검단아파트 지하주차장 붕괴사고로 이후 4세인 허 사장이 구원투수로 등판해 신뢰 회복에 집중하고 있다”라고 봤다.

승계에 대한 부담도 4세 등판을 앞당기는 이유로 꼽힌다. 창업주 이후 두세대에 걸친 승계를 거치며 대기업마다 고민도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 장자 승계 원칙을 잇는 기업들은 대부분 지분 상속에 따른 상속세(상속재산의 최대 60%) 재원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형제나 사촌들이 경영을 돌아가면서 하는 가족경영 체제인 그룹의 경우 늘어난 자손들 간 경쟁 과정에서 잡음이 일 수 있어 일찌감치 두각을 나타내는 인물을 점찍어 경영자로서 입지를 다지도록 하는 면도 있다.

이윤수 서강대 경제학부 교수는 “안정적으로 경영권 승계가 이뤄질 경우 기업은 사업에 대한 이해도가 높고 신속한 의사결정, 과감한 투자 활동을 하기에 유리할 수 있다”라며 “다만 가족간 승계 자체에 집착하기보다는 기업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 필요한 지배구조와 승계 모델이 무엇일지, 전문경영인을 활용하는 것에 대해 진지한 고민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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