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해넘기는 광역의회 의장 공석 사태...울산시의회 자리다툼 전모
-
2회 연결
본문
울산시의회가 의장 없이 해를 넘길 전망이다. 의원들끼리 자리다툼 때문이다. 국내 광역자치단체 의회 가운데 의장이 없는 곳은 울산시의회가 유일하다. 울산시의회 측은 26일 "최근 본회의에서 예정됐던 제8대 울산시의회 후반기 의장 재선거가 취소됐다"고 밝혔다. 의회 관계자는 "의장 후보자로 등록했던 국민의힘 이성룡, 김기환 의원이 후보 자리에서 물러나면서 선거 자체가 성립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울산시의회는 회기 등 일정을 고려해 조만간 세 번째 의장 선거를 준비할 예정이다.
6월부터 공석, 자리다툼 이유
울산시의회의 의장 공석 사태는 의원 간 자리다툼에서 시작됐다. 지난 6월 국민의힘 20명, 더불어민주당 2명으로 꾸려진 울산시의회는 후반기가 시작된 지난 6월 25일 후반기 의장 선거를 했다.
당시 선거에는 국민의힘 이성룡 의원과 같은 당 안수일 의원이 출마했다. 두 후보는 3차례 진행된 투표에서 모두 같은 수의 표를 받았다. 득표수가 같을 때는 최다선 의원을 당선자로 한다는 울산시의회 규칙에 따라 3선인 이 후보가 의장으로 선출됐다.
무효 논란, 소송전
그런데 이 의원 이름 옆 기표란에 도장을 두 번 찍은 것처럼 보이는 용지가 발견됐다. 이를 두고 '무효' 논란이 불거졌다. 안 의원 측은 울산시의회 선거 규정에 '같은 후보자란에 2개 이상 기표가 된 것은 무효로 한다'는 조항을 들어 이의를 제기했다. 그러면서 법원에 울산시의회를 상대로 '의장 선출결의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내고, 국민의힘을 탈당했다. 법원이 안 의원 측 주장을 인용하면서 울산시의회 의장 공석 사태가 장기화로 접어들었다.
이에 국민의힘 중앙당은 '의장 공백 사태를 조기 수습하라'는 지침을 내렸다. 이달 초부터 두 번째 의장 선거가 진행됐다. 이번엔 이성룡 의원과 같은 당 전반기 의장을 지낸 김기환 의원 간 자리다툼이 생겼다. 의원 간 우여곡절 끝에 이 의원 출마로 정리했지만, 김 의원이 막판에 후보로 등록했다. 이를 두고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낯부끄럽고 명분 없는 일탈 행위'라는 지적이 나왔다. 결국 두 후보 모두 사퇴하는 것으로 결정하면서 재선거는 무산됐다.
의장 자리다툼 탓에 후반기 의정활동도 차질을 빚었다. 의회 개원 후 한 달 넘도록 본회의를 한 차례도 열지 못했다. 후반기 임시회는 3차례 이상 미뤄지다가 열리기도 했다. 확대의장단 회의도 제때 열리지 못했다. 반년 가까이 의장 공석인 울산시의회는 지방자치법에 따라 제1부의장 직무대리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의전 서열 2위 '의장'
이처럼 의장 자리에 욕심을 내는 것은 '특별한 대접' 때문이라고 한다. 의회 의장은 자치단체에서 단체장에 이어 의전 서열 2위 대접을 받는다. 또 관용차와 운전기사가 딸리고, 업무추진비도 지역마다 차이는 있지만 1년에 5000만원 전후로 쓸 수 있다고 한다. 비서 역할을 하는 직원도 있다. 의회 공무원 인사에도 목소리를 낸다.
이에 대해 더불어민주당 울산시당은 "22석 가운데 20석을 독차지한 국민의힘 자리다툼 때문에 빚어진 일"이라며 "즉각 사죄하고, 의장을 선출하라"고 비판했다. 시민단체인 '울산을 사랑하는 모임'은 "정상적인 의회를 운영할 수 있는데도 일부 의원이 의회의 기본과 본질을 훼손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댓글목록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