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고려인 모셔와 인구 늘리자”...제천 이주 정착 실험 500명 돌파

본문

17325875924579.jpg

지난 8월 제천시 신월동 재외동포지원센터 1층에서 이주 고려인과 통역사, 제천시 관계자가 한국어 교재를 보여주며 센터 생활을 소개하고 있다. 왼쪽부터 권세영 제천시 주무관, 굴나라, 김 알리나, 통역사 최 나탈리아. 프리랜서 김성태

4개월 무료 숙식에 취업 알선 혜택 

충북 제천시가 인구 감소 대책으로 추진 중인 ‘고려인 이주 정착’ 사업 참여자가 500명을 넘어섰다.

25일 제천시에 따르면 국내·외 고려인 동포를 유치해 일자리 마련 등 정착을 돕는 이주 프로그램 참여자가 194가구, 502명(22일 기준)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제천으로 이주를 마친 동포는 205명(83가구), 직장을 구한 사람은 112명(78가구)이다. 김창규 제천시장은 3년 이내에 고려인 동포 1000명을 유치한다는 계획이다.

시는 지난해 10월 이 사업을 시작하면서 제천에 온 고려인이 4개월 동안 무료로 머물 수 있는 재외동포지원센터를 마련했다. 센터 안에 숙소와 강의실·식당·세탁실·유아 놀이방 등 생활시설이 있다. 이곳에서 4개월 동안 한국어 교육과 취업 준비, 관내 공공시설 견학 등 현지 적응 교육을 받는다. 센터 거주 기간이 끝나면 제천 지역에 집을 구하고 살아야 한다.

고려인은 구소련 붕괴 후 러시아·중앙아시아 지역에서 흩어져 사는 한민족 동포를 말한다. 1860년부터 1945년 광복 시기까지 농업과 독립운동, 일제 강제동원 등 사유로 러시아 지역으로 이주한 동포 또는 그 후손이다. 제천에 이주한 고려인은 30·40대가 40% 정도로 비교적 젊고, 사업 참여자(502명) 중 100여 명은 20세 이하 유아·청소년이다. 김창규 제천시장은 “한민족 정체성이 강한 고려인을 제천에 정착시키면 인구 감소 문제와 기업체 구인난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17325875926068.jpg

충북 제천시는 지난해 10월부터 고려인 동포 이주 정착 지원 사업을 진행해 지금까지 502명을 유치했다. 이들은 단기체류시설에 머물며 한국어 교육과 문화체험 등으로 현지 적응을 한다. 사진 제천시

30·40대 40%…“인구 감소, 기업체 구인난에 도움” 

제천에 온 고려인은 다양한 혜택을 받는다. 미취학 자녀에게 보육료 30만원을 지원한다. 초·중·고 자녀 둔 가정은 제천인재육성재단을 통해 장학금 50만원을 준다. 자녀가 대학에 진학하면 장학금 100만원을 준다. 시는 비자 연장이나 ‘지역특화형 비자’ 전환 업무를 대행하고, 수수료를 면제해 준다. 관내 3개 종합병원에서 의료비 20%를 할인해 준다. 단기 체류시설 입소 전 제천시가 나서 관내 기업체에 취업을 알선하고, 공인중개사와 함께 거주지도 알아봐 준다.

올해 고려인 의사소통 능력 향상을 위해 한국어 회화 프로그램을 개설했다. 재외동포지원센터 내 놀이방에서 자녀를 돌봐주는 돌봄서비스를 시작했다. 이한교 제천시 미래전략팀장은 “제천이 노동 소득이 높은 편은 아니지만, 자녀 교육을 위해 제천으로 이주하는 사례가 많다”며 “고려인 동포 자녀들이 공교육에 원활히 적응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시는 고려인 동포 유입을 이끄는 또 다른 요인으로 지역특화비자를 꼽았다. 제천은 법무부가 시행하는 지역특화비자 대상 지역으로, 일정 요건을 갖춘 재외동포에게 거주·취업 조건 완화, 배우자 취업활동 허가 등 특례가 제공된다. 현재 제천시에 이주한 동포 배우자 취업률은 70%에 달한다. 시 관계자는 “제천에 오면 배우자도 돈을 벌 수 있다는 게 고려인 동포가 가족 단위로 이주하는 원인인 것 같다”고 말했다.

0
로그인 후 추천을 하실 수 있습니다.
SNS
댓글목록 0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전체 51,154 건 - 1 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