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트럼프, 부동산 개발업자의 눈으로 모든 것 판단"...메르켈, 자서전에서 트럼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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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와의 대화에서 내린 결론은 분명했다. 전 세계 공통의 문제를 그와는 함께 해결해나갈 수 없다는 것이었다. 그는 정치에 뛰어들기 전 부동산 사업을 했는데, 이후에도 모든 것을 부동산 사업가의 눈으로 판단했다."

지난 2021년 퇴임한 앙겔라 메르켈(70) 전 독일 총리는 2017년 도널드 트럼프 당시 미국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마친 후 귀국하는 비행기에서 이런 생각을 했다고 한다. 두 사람의 첫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기자들의 악수 요청을 무시하는 등 메르켈 총리에게 의도적으로 냉랭한 모습을 보였다. 메르켈 총리는 26일 전 세계 동시 출간된 자서전 『자유: xxxx-xxxx년을 회고하다』에서 이런 트럼프 대통령과의 '악연'을 소개하며 트럼프의 인성과 리더로서의 자질에 대해 혹평을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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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6월 캐나다 퀘벡에서 개최된 주요7개국(G7) 회의에서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운데 푸른 옷)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에게 말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당시 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독일이 국방비를 너무 적게 지출하고 있다고 대놓고 비난하는 등 여러 불평을 늘어놓았다고 메르켈은 회상했다. 메르켈 총리가 이에 반박하며 부드럽게 이야기를 이끌어가고자 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전혀 반응을 보이지 않으며 무시했다. 이날의 만남으로 메르켈 총리는 트럼프에 깊이 실망한 것으로 보인다. 자서전에는 "그(트럼프)에게 모든 국가는 경쟁 관계였고, 한 나라의 성공은 다른 나라의 실패를 의미했다. 그는 협력을 통해 모두의 번영이 증진될 수 있다고 믿지 않았다"고 썼다.

당시 두 사람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 대한 이야기도 나눴다. 메르켈 총리는 책에서 "그는 푸틴에게 푹 빠진 듯했다"며 "이후 몇 해 동안 나는 트럼프가 독재적이고 권위적인 성향의 정치인들에게 매료된다는 인상을 받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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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미국 백악관에서 대화하고 있는 앙겔라 메르켈 총리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AP=연합뉴스]

이후로도 두 사람의 불편한 관계는 계속된다. 2017년 함부르크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앞두고 트럼프는 회의 6주 전 미국이 기후협약에서 탈퇴하겠다고 선언했다. 메르켈 총리는 자서전에서 당시 자신이 트럼프의 발언에 큰 충격을 받았고, 문제 해결을 위해 프란치스코 교황을 비공식 알현해 조언을 구했다고 공개했다.

메르켈 총리는 교황을 만나 트럼프의 이름을 거론하지 않은 채 "중요 인물들이 모인 그룹에서 근본적인 견해차가 있을 때 어떻게 대처하는 것이 좋겠느냐"고 물었다. 이에 대해 프란치스코 교황은 "굽히고 굽히고, 또 굽히되 부러지지 않도록 조심하라"고 조언했다고 한다.

740쪽에 달하는 이번 자서전은 메르켈 전 총리와 그의 오랜 보좌관이자 정치 고문 베아테 바우만이 공동 집필했다. 동독의 목사 가정에서 자란 어린 시절부터 물리학자로 활약하다 정치에 뛰어들게 된 사연, 2005년 11월 독일의 첫 여성 총리가 된 후 16년간 총리직을 역임하며 부딪혔던 다양한 정치적 과제에 대한 소회를 풀어놓았다. 트럼프 전 대통령을 물론이고 토니 블레어 전 영국 총리,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 등 함께 일했던 세계 정상들에 대한 평가도 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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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겔라 메르켈 전 독일 총리의 자서전 한국어판 표지. 사진 한길사

메르켈 전 총리는 특히 2010년 한국과 유럽연합(EU)의 자유무역 협정 체결 당시를 회상하며 "독일과 한국은 분단이라는 특수한 경험으로 서로 연결되어 있었기에 나는 이 협정 체결이 특히 기뻤다"고 회상했다. 2010년 11월 G20 정상회의를 계기로 한국을 방문했을 당시에는 "한국 국민들이 평화로운 독일 통일을 얼마나 부러워하는지 경험했다"고 했다. 당시 이명박 대통령과 만나 독일 통일 과정에서의 난관 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며 "한국인들도 언젠가 평화와 자유 속에서 통일을 이루기를 진심으로 소망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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