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생아 이미지. [연합뉴스]

신체 장애를 갖고 태어난 아이를 살해한 혐의를 받는 30대 친모가 구속된 데 이어 범행을 공모한 의심을 받는 산부인과 의사가 구속 기로에 놓였다.

청주지법은 26일 살인 혐의를 받는 청주지역 모 산부인과 의사(60대)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오후 2시부터 진행 중이다. 숨진 아이의 친모 A씨(30대)는 전날 살인 혐의로 구속됐다. 아이가 숨지기 전 의사 B씨가 A씨 부부와 대화를 나누던 중 산후조리원 내 폐쇄회로TV(CCTV)가 없는 장소를 미리 알려주고, 아이가 숨지면 사망진단서를 발급해 주겠다는 취지로 범행을 공모했다는 게 경찰 판단이다.

충북 흥덕경찰서에 따르면 지난달 10일 청주시 흥덕구 한 산후조리원에서 생후 일주일 된 여자아이가 숨졌다는 A씨 남편 신고가 접수됐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부검 결과 사망 원인은 질식사였다. 이 아이는 팔에 장애가 있었으나, 병원 측은 출산 전 검사에서 발견하지 못했다. 숨지기 직전까지 부모와 함께 산부인과 산후조리원에서 지냈다. A씨 부부는 경찰 조사에서 “아이를 베개에 비스듬하게 세워놓은 채 재웠으나, 자고 일어나보니 아이가 엎어진 자세로 숨을 쉬지 않았다”고 진술했다.

하지만 신생아가 홀로 자세를 바꿀 수 없는 점을 수상히 여긴 경찰은 부모 휴대전화를 압수해 조사한 결과, 아이를 살해하려고 계획을 세운 정황을 발견했다. 경찰 관계자는 “A씨 부부가 산후조리원에서 아이를 침대에 뒤집어 놓는 방법으로 숨지게 한 것으로 확인했다”며 “부부는 살해 사실을 자백했고, 조사과정에서 의사와 범행에 공모한 대화 녹취록을 확보했다”고 말했다.

경찰에 따르면 A씨 부부는 출산 전에 의사 B씨에게 "아이 장애를 왜 발견하지 못했냐"며 항의했다고 한다. 범행을 누가 먼저 제안했는지는 아직 조사 중이다. 경찰 관계자는 “B씨가 병원 내 CCTV가 없는 장소와 사망진단서를 끊어주겠다고 알려준 대화 녹음을 볼 때 B씨가 살인을 공모한 공동정범으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B씨는 살인 공모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당초 경찰은 친부의 영장도 신청했으나 부양해야 할 가족이 있는 점 등을 이유로 검찰 단계에서 반려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