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7년전 만난 트럼프, 푸틴에 푹 빠진 듯 보여…독일엔 국방비 적다 비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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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과 한국은 분단이라는 특수한 경험으로 서로 연결돼 있었기에 나는 이 협정 체결이 특히 기뻤다.”
2021년 퇴임한 앙겔라 메르켈(70) 전 독일 총리가 26일 출간한 자서전에서 2010년 한국과 유럽연합(EU)의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과정을 회상하며 그 결과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당시 한국과 EU가 관세의 99%를 철폐하는 협정을 체결하면서 유럽에선 자동차산업이 큰 타격을 입을 것이란 우려가 나왔다. 메르켈 전 총리는 “이러한 협정에 대한 온갖 우려, 특히 유럽 자동차업계의 우려는 5년 만에 불식됐다”면서 “독일과 한국의 인연 덕에 이 협정이 나에게 더 특별한 것으로 남았다”고 회고했다.
2010년 11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한국을 찾았을 당시의 이야기도 담았다. 한국 국민이 평화로운 독일 통일을 얼마나 부러워하는지 직접 느꼈다는 것이다. 메르켈 전 총리는 “당시 이명박 대통령이 동독의 독재 정권에서 살았던 나의 특별한 경험을 이야기해주길 청했고, 독일 통일 과정에서의 난관 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며 “한국인들도 언젠가 평화와 자유 속에서 통일을 이루기를 진심으로 소망한다”고 밝혔다.
이날 한국을 비롯해 전 세계 32개국에서 동시 출간된 메르켈 전 총리의 자서전 『자유: 1954~2021년을 회고하다』에는 동독의 목사 가정에서 자란 메르켈 전 총리의 어린 시절부터 2005년 11월 독일의 첫 여성 총리가 되기까지 개인적 경험이 솔직하게 담겼다.
2005년 11월 독일의 첫 여성 총리가 된 후 16년간 총리직을 역임하며 부닥쳤던 다양한 정치적 과제에 대한 소회도 밝힌다. 글로벌 금융위기, 난민 정책, 러시아-우크라이나 갈등 등 다양한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찾기 위해 세계 정상들과 논의했던 과정과 각국 정상들에 대한 평가도 담았다.
특히 메르켈 전 총리는 재임 당시 사사건건 부닥쳤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과의 ‘악연’을 소개하며 트럼프에 대해 혹평했다. 2017년 미국 워싱턴을 방문해 정상회담을 했는데 트럼프 당시 대통령은 “독일이 국방비를 너무 적게 지출하고 있다”고 대놓고 비난하는 등 무례한 태도를 보였다는 것이다. 메르켈 전 총리는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트럼프와는 전 세계 공통의 문제를 함께 해결해 나갈 수 없다는 분명한 결론을 내렸다”고 적었다. 이어 “그(트럼프)는 정치에 뛰어들기 전 부동산 사업을 했는데, 이후에도 모든 것을 부동산 사업가의 눈으로 판단했다”며 “그에게 모든 국가는 경쟁 관계였고, 한 나라의 성공은 다른 나라의 실패를 의미했다”고 평가했다.
당시 두 사람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 대한 이야기도 나눴다고 한다. 메르켈 총리는 책에서 “그는 푸틴에게 푹 빠진 듯했다”며 “이후 몇 해 동안 나는 트럼프가 독재적이고 권위적인 성향의 정치인들에게 매료된다는 인상을 받았다”고 전했다.
푸틴 대통령에 대해서는 유치하고 독선적이라고 평가했다. 외국 정상과의 만남에 지각하기로 유명한 푸틴 대통령은 2007년 열린 G8 정상회담에도 45분 늦게 등장했다. 메르켈 총리는 “내가 참지 못하는 한 가지가 있다면 시간을 지키지 않는 것”이라며 당시 늦게 등장한 푸틴 대통령을 향해 “어떻게 된 일이냐”며 분통을 터뜨렸다고 적었다. 그러자 푸틴은 “메르켈 총리가 회의 전에 선물한 맥주를 마시느라 늦었다”고 답했다고 한다.
메르켈 전 총리는 이번 자서전에서 2008년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정상회의에서 우크라이나 가입에 반대했다가 러시아의 침공 이후 책임론이 불거진 것에 대해서도 항변했다. 당시 러시아 흑해 함대가 우크라이나 영토인 크림반도에 주둔하고 있었고,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사이의 관련 조약은 2017년까지 유효한 데다 우크라이나에서는 나토 가입을 지지하는 국민이 소수였다는 것이다. 메르켈 전 총리는 “푸틴의 시각을 분석하지 않고 우크라이나의 나토 회원 가입을 논의하는 건 매우 경솔하고 무책임한 행동이라고 생각했다”고 당시 입장을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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