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단독]중매도 명장? 가짜 잡자…'대한민국 명장' 칭호 특허 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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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구 청담동에서 웨딩숍을 운영하며 자신을 ‘대한민국 양복 명장’으로 홍보해온 A씨는 지난달 30일 사기 혐의로 검찰에 송치됐다. 서울 강남경찰서는 A씨가 원단 바꿔치기를 하며 예비 신랑, 신부에 수천만원대 피해를 준 것으로 보고 있다. A씨의 웨딩숍에서 직원으로 일해온 B씨는 “실제 고급 원단과 유사한 이름으로 소비자들에게 설명하면서 소비자들을 기만했다”고 주장했다. A씨의 웨딩숍에서 의복을 맞춘 피해자들은 “명장 브랜드를 내세우며 평생 를 약속하기에 철석같이 믿었다”며 황당해 했다. 알고 보니 A씨는 이미 사망한 양복 명장과 동명이인이라고 한다.
대한민국 명장 제도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22개 분야 96개 직종에서 15년 이상 종사한 기술인 중 최고 숙련 기술을 보유한 기술자를 선정하는 제도다. 명장으로 인정받으면 일시장려금 2000만원과 은퇴 시까지 매년 종사 장려금 200~400만원이 지급된다. 성과에 따라 국가 훈장을 받을 기회도 생긴다.
명장이 되기 위한 과정도 치열하다. 서류 심사를 통과하면 심사관들이 현장 실사를 나와 기능 평가를 진행하고, 최종적으로는 인성을 보기 위한 면접 심사도 거쳐야 한다. 해마다 각 직종에서 1명의 장인만 뽑기 때문에 인기직종 경쟁률은 두 자릿수가 넘어간다. 지난해 가장 인기가 많은 제과제빵 분야에서 19명이 지원했으나 단 1명만 장인으로 선정됐다. 넷플릭스 예능 ‘흑백요리사 : 요리 계급 전쟁’에 출연한 안유성 셰프는 대한민국 제16대 조리 명장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명장을 사칭하는 경우가 자주 발생하고 있다는 게 대한민국명장회(명장회)의 주장이다. 명장회는 명장들이 속한 비영리단체다. 명장회 회장을 맡은 서완석 명장은 “네이버에 ‘명장’이라고 검색하면 버젓이 공인되지 않은 칼 명장이 자신을 ‘대한민국 명장’이라 일컬으면서 온라인으로 칼을 팔고 있는 현실이다”며 “심지어 자신을 ‘중매 명장’이라 주장하는 광고가 등장하는 등 명장 마케팅 난립으로 명장의 권위가 어느 때보다 땅에 떨어진 상황”이라고 개탄했다.
명장회 측은 “매년 5~6건의 명장 사칭으로 인한 문의가 들어온다”며 “부주의에서 비롯된 경우도 있지만 고의로 사칭하는 사례도 있어 공문을 보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명장회는 지난해 11월 30일 경상북도 구미의 한 식품 회사 측에 명장 명칭 사용을 자제해달라는 공문을 보냈다. 지난 3월에는 대구 달서구의 서각 명인을 다룬 KBS 프로그램에서 ‘대한민국 제26호 서각 명장’이라고 잘못된 정보가 나갔다며 수정을 요청하는 공문을 보내기도 했다.
대한민국 정부(고용노동부)는 지난 8월 19일, 특허청으로부터 ‘대한민국 명장’ 호칭에 대해 상표법에 따른 업무표장을 승인받았다. 이에 따라 ‘대한민국 명장’이라는 칭호는 고용부에 의해 승인을 받은 명장만 쓸 수 있다. 기존에도 숙려기술장려법 본문 제 4장 제26조에 따라서 대한민국 명장이나 유사한 명칭을 사용할 경우엔 고발 조치 및 과태료를 부과하게 돼 있었지만, 처벌 수위가 약해 예방 효과가 거의 없었다는 게 명장회 측 주장이다. 그러나 이번 특허 출원으로 인해 대한민국 명장이 아닌 자가 명장 칭호를 사용할 경우 7년 이하 징역 또는 1억 이하 벌금을 물리게 된다. 대한민국명장회 측은 “이번 특허 신청 통해 ‘가짜 명장’들을 뿌리 뽑는 계기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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