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언젠간 끊어질 반창고” 이-헤즈볼라의 불안한 휴전…가자 평화는 요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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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6일간 전쟁을 이어오던 이스라엘과 레바논 친(親) 이란 무장단체 헤즈볼라가 ‘60일 일시 휴전’에 돌입했다. 미국의 정권교체기에 이뤄진 휴전으로 중동 정세는 변곡점을 맞게 됐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를 계기로 가자지구 전쟁까지 멈추겠다는 생각이나 일부 외신들은 이번 휴전을 ‘언젠간 끊어질 반창고’(파이낸셜타임스·FT)라고 부르며 회의적인 전망을 내놨다. 이번 휴전의 배경과 중동 전세에 미칠 영향 등을 살펴봤다.
①왜 지금인가
외신은 이번 휴전이 미국의 정권교체기에 이뤄졌다는 데 주목했다. 퇴임을 앞두고 자신의 외교적 성과이자 정치적 유산을 남기고 싶어하는 바이든 대통령과 취임 후 국제 분쟁에 개입하기 싫어하는 도널드 트럼프 당선인의 요구가 맞아떨어지면서 이번 휴전 합의가 가능했다는 얘기다.
실제로 지난 7월 재선 포기 선언 이후 사실상 레임덕 상태였던 바이든은 수많은 외교 현안 중 유독 중동 지역 갈등 해소에 힘을 쏟아왔다. 특히 지난 21일 국제형사재판소(ICC)가 네타냐후에 대해 전쟁범죄 혐의로 체포영장을 발부하자, 미국은 이를 빌미로 휴전을 강하게 압박했다. 타임스오브이스라엘은 이스라엘 관리를 인용해 “네타냐후는 바이든 행정부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로 이스라엘을 처벌할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에 휴전을 지지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영국 이코노미스트는 이번 휴전이 특히 트럼프 당선인을 기쁘게 하는 일이라고 짚었다. 트럼프는 대선 기간 레바논계 미국인 유권자에게 그들의 고국에서 전쟁을 끝내겠다고 강조해왔다. 이번 휴전으로 트럼프는 레바논에 전쟁이 멈춘 상태에서 취임(내년 1월 20일)하게 됐다. 트럼프가 국가안보보좌관으로 지명한 마이크 월즈는 이날 X(옛 트위터)에 “모두가 트럼프 대통령 때문에 협상 테이블에 모인 것”이라며 이번 휴전 합의가 트럼프 당선 효과라고 강조했다.
휴전에 합의한 네타냐후는 미 대통령 교체 과정에서 최대 이익을 노리고 있다고 FT는 전했다. 퇴임하는 바이든을 달래는 동시에, 복귀하는 트럼프에게 우호적인 메시지를 보냄으로써 미국의 새 행정부로부터 더 큰 자율권을 얻어낼 구상이라는 관측이다. 집권 1기 당시 네타냐후와 각별한 관계였던 트럼프는 네타냐후의 중동 전략을 지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②60일 이후 종전 가능성은
휴전 합의가 종전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미국과 프랑스가 중재한 이번 휴전 협상안은 2006년 체결된 유엔 결의안 1701호와 유사하다. 휴전 기간 60일 동안 이스라엘군이 레바논 남부를 떠나고, 헤즈볼라는 이스라엘 국경에서 25㎞ 떨어진 리타니강 북쪽으로 이동하고 관련 무기 시설 등도 철수하도록 했다. 대신 레바논 남부는 레바논군과 유엔평화유지군(UNIFIL)만 통제한다. 하지만 이 안은 당시에도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고 결국 잦은 분쟁으로 이어졌다.
실제로 이날 미국과 이스라엘은 휴전 발표에서부터 극명한 온도차를 보였다. 바이든은 휴전안에 대해 ‘영구적’이라는 단어를 강조했다. 그는 “적대 행위가 영구적으로 중단되도록 설계됐다”며 “헤즈볼라와 다른 테러 조직은 다시는 이스라엘의 안보를 위협할 수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네타냐후는 한시적 휴전임을 명백히 했다. 심지어 60일로 정해진 휴전 기간에 대해서도 “레바논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며 “헤즈볼라가 합의를 위반하고 재무장을 시도하면 우리는 무력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코노미스트는 “휴전기간 이스라엘이 전면전으로 복귀하진 않겠지만, 헤즈볼라와 새로운 교전 규칙을 만들어갈 가능성이 크다”며 “이스라엘은 레바논을 자주 공격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스라엘 내 극우 세력의 반발도 우려 요소다. 이날 안보내각에서는 휴전안에 대해 유일하게 반대표를 행사한 극우파 이타마르 벤 그비르 국가안보부 장관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오늘 내각의 결정은 심각한 실수”라며 “헤즈볼라를 무릎 꿇리게 할 역사적 기회를 놓칠 것”이라고 했다.
FT는 이번 휴전에 대해 “언제라도 끊어질 수 있는 반창고”라며 ‘관건은 헤즈볼라의 움직임’이라고 전했다. 이번 전쟁에서 헤즈볼라는 하산 나스랄라를 포함해 지도부 대부분이 몰살당하고 첨단 미사일 무기고와 군사 인프라의 대부분을 잃어버리는 등 조직이 초토화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휴전 기간 헤즈볼라가 이란의 지원을 받아 조직 재정비에 나설 가능성이 있고, 이것이 다시 갈등을 재점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③가자지구 전쟁 향방은
이스라엘이 헤즈볼라와 휴전에 합의하자 국제사회의 관심은 가자지구 전쟁에 쏠렸다. 이날 가자지구에서 이스라엘과 전쟁 중인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는 “가자 휴전에 준비돼 있다”며 휴전 의사를 밝혔다. 하마스 고위 관계자는 이날 “우리는 이집트‧카타르‧튀르키예의 중재자들에게 휴전 및 수감자 교환에 준비가 돼 있다고 알렸다”면서 “이스라엘이 협상을 방해한다”고 AFP에 전했다.
현재 이스라엘은 하마스에 강경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특히 이날 네타냐후는 이번 휴전의 목표에 대해 ▶이란의 위협에 대한 대응에 집중 ▶이스라엘군의 휴식 ▶하마스 고립이라 강조했다. 그는 “우리는 하마스 제거를 완료할 것”이라고도 했다. 헤즈볼라와의 휴전을 계기로 전선을 단일화해 가자지구에서 하마스에 대한 압박을 강화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다만 이스라엘은 가자지구 내 인질 구출 작전에는 더욱 힘을 쏟을 것으로 보인다. 네타냐후는 “가자지구에 남은 인질을 귀환시키는 것이 우리의 임무”라고 밝혔다.
영국 싱크탱크 왕립합동군사연구소(RUSI)의 H.A. 헬리어 선임연구원은 CNN에 레바논에서 휴전 합의가 이뤄졌다고 해서 가자지구의 휴전 합의 가능성이 커지는 것은 아니라고 지적했다. 그는 가자지구 휴전에 대한 협상이 오랫동안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데다 이스라엘도 인질 석방 협상에만 관심을 보이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날 바이든은 남은 임기동안 가자지구 휴전 협상을 위해 노력할 것이며, 이스라엘과 사우디아라비아간 관계 정상화도 계속 추진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바이든 행정부는 이스라엘과 사우디아라비아의 관계 정상화를 통해 중동 안정을 모색해왔으나, 지난해 10월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으로 관련 정책은 중단된 바 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성명을 통해 “하마스의 공격과 인질 납치는 어떤 것으로도 정당화 될 수 없지만, 팔레스타인 민족 전체에 대한 집단 처벌과 학살은 더욱 용서할 수 없는 행위”라며 가지지구 교전 중단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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