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아파트 특공 받으려 ‘가짜 결혼’…유산 상속 위해 ‘가짜 아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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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딸 키우는 택배기사인데요. 브로커 통해서 소개받은 30대 여자랑 허위 혼인신고하고 신혼부부 특별공급 아파트 청약 넣기로 했거든요. 오늘 상대 여자를 처음 소개받았는데 지적장애가 있네요. 이거 어떡하죠?’
20일 개봉한 영화 ‘한 채’(감독 정범·허장)의 주인공 도경(이도진)이 자신의 고민을 온라인 게시판에 익명으로 올리면 이런 내용이 될 법하다. 집 한 채 갖기 힘들고 육아 또한 만만치 않은 시대, 신혼부부의 매운맛 생존법을 다룬 1980년대생 감독들의 독립영화 2편이 나란히 개봉했다.
‘한 채’가 신혼부부 특공을 노린 가짜 커플의 불법 청약을 다뤘다면, 같은 날 개봉한 영화 ‘딜리버리’(감독 장민준) 또한 신문 사회면에 나올 법한 사연을 담았다. 피임 실패로 낙태하려던 백수 커플 미자(권소현)와 달수(강태우)가 유산 상속을 위해 아이가 필요한 불임 부부 우희(권소현)·귀남(김영민)과 뱃속 아기를 불법 거래하는 내용이다.
두 작품 모두 내 집 마련, 물질적 풍요를 지상 목표로 삼는 세태 속에 가족과 생명의 가치가 경시되는 우리 시대 현주소를 되짚었다. 서스펜스 가득한 전개(‘한 채’), 허점투성이 캐릭터 코미디(‘딜리버리’) 등 장르적 재미도 놓치지 않았다.
‘한 채’ 공동 연출을 맡은 정범(37)·허장(40) 감독은 “집 한 채를 소유하는 것이 과연 우리의 안정된 삶을 책임져 줄 수 있을까”란 질문에서 출발해 물리적 집 자체보다 집 한 채를 채우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려나갔다.
지적 장애가 있는 30대 여성 고은(이수정)과 아버지 문호(임후성) 부녀는 집을 얻기 위해 홀로 딸을 키우는 젊은 남자 도경과 가족 행세를 한다. 딸 고은을 위해 안정된 보금자리를 원하는 문호와 분양권을 팔아 새출발하려는 도경, 다르면서도 닮은 두 아버지의 사연을 데칼코마니처럼 펼쳐낸다. 주연 배우를 제외하고 일반인 배우를 동원해 다큐멘터리를 보는 듯 현장감이 생생하다.
대학원(단국대 문화예술대학원) 영화과 동기인 두 감독이 각각 연극 조연출(정범), 영화 프로듀서(허장) 경험을 녹여냈다. 지난해 부산 국제영화제 한국영화의 오늘-비전 부문에 선정돼 LG올레드 비전상·시민평론가상 2관왕을 차지했다.
‘딜리버리’ 역시 부산 국제영화제 같은 부문에 이어 이달 초 파리 한국영화제 페이사쥬 부문에 초청된 화제작이다. 제목은 배달과 출산이라는 뜻이 있는 영단어 ‘딜리버리(Delivery)’에서 따왔다. 영아 유기 기사를 접한 장민준(35) 감독이 직접 아내와 임신·출산 과정을 겪으며 느낀 바를, 대리모·입양 가족의 엇갈린 입장을 통해 한바탕 소동극으로 풀어냈다.
게임 폐인 달수의 전세방에서 ‘짝퉁’ 명품 중고 거래를 하며 별생각 없이 살아온 미자는 뜻밖의 모성애에 눈을 뜬다. 자신이 불임이라 믿어온 ‘금수저’ 우희는 산부인과 의사인 남편 귀남이 감춰온 비밀을 알게 되면서 결혼 생활 전체가 흔들린다. 영화 ‘마돈나’(2015)로 칸 국제영화제 주목할만한시선 부문에서 갈채를 받은 권소현과 걸그룹 포미닛 출신 권소현, 동명의 두 배우가 정반대 처지의 예비 엄마 역을 맡아 임신·출산 전 과정을 실감나게 소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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