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현동 개발 비리 의혹’의 핵심 로비스트로 지목된 한국하우징기술의 전 대표 김인섭 씨가 징역 5년에 63억여원 추징을 확정받았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4단계 용도 변경 등 배임 혐의로 기소된 백현동 의혹과 관련한 첫 확정판결이다.

‘백현동 개발사업 비리 의혹’ 관련 핵심 로비스트로 지목된 김인섭 전 한국하우징기술 대표. 뉴스1

대법원 2부(주심 권영준)는 28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혐의로 기소된 김씨 상고심에서 1·2심과 마찬가지로 이 같은 형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원심이 ‘알선 행위’, ‘알선에 관한 대가’, 고의, 위법성의 인식 및 법률의 착오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고 밝혔다.

김씨는 2014년부터 지난해 3월까지 백현동 개발사업 인허가와 관련한 알선의 대가로 부동산 개발업체 아시아디벨로퍼 정바울 회장에게서 77억원을 수수하고, 5억원 상당의 공사장 식당 사업권을 받은 혐의로 지난해 5월 기소됐다. 김씨 개입 후인 2015년 4월 성남시가 해당 부지를 녹지에서 준주거지역으로 4단계 상향하는 용도 변경해 11만 1265㎡ 규모 부지에 아파트를 짓는 백현동 개발 사업이 진행될 수 있었다고 검찰은 판단했다.

검찰은 4단계 용도 변경이 이뤄지는 과정에 김씨와 당시 성남시장인 이재명 대표, 성남시 정책실장이던 정진상 전 민주당 정책조정실장과의 친분이 작용했다고 봤다. 김씨는 2006년 이재명 성남시장 캠프 선거대책본부장 등을 지냈다.

이날 대법원 역시 김 전 대표에 대해 “이 대표가 출마한 각종 선거를 지원하고 성남시장 초선 및 재선에 기여하는 등으로 오래전부터 이 대표, 정 전 실장과 정치적 교분을 형성했고, 성남시 소속 공무원들도 셋의 특수관계를 잘 알고 있었다”고 규정했다.

지난 2월 1심 재판부는 “김씨는 정 대표로부터 사업 용도지역 변경, 주거용지 비율 확대, 성남도시개발공사의 사업 참여 배제에 관해 성남시 공무원에게 부탁해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정 전 실장에게 여러 차례에 걸쳐 자신 또는 정바울 대표의 뜻대로 처리해 달라는 취지의 이야기를 했다”고 판단했다.

지난 8월 2심 재판부 역시 “공무원 직무의 공정성과 이에 관한 국민 신뢰를 해하는 죄질이 불량한 범죄다. 재판 과정에서 잘못을 진정으로 뉘우치는 건지 의심스러워 비난 가능성이 높고 동종 범죄로 누범 기간에 있었던 만큼 상응하는 처벌을 피할 수 없다”며 형량을 유지했다. 당시 재판에선 김씨가 성남시 공무원에게 “내가 백현동 개발 사업을 해보려고 하는데, ‘2층’에서도 잘 해보라고 했다”고 말한 점도 고려됐다. 재판부는 “당시 성남시장실과 정책실장실이 시청 2층에 있었기 때문에 성남시 공무원들은 이재명·정진상을 ‘2층’으로 칭해왔다”고 말했다.

(서울=뉴스1) 안은나 기자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입장하고 있다. 2024.11.27/뉴스1

이번 선고는 이 대표 재판 등 다른 재판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 이 대표는 용도 변경이 이뤄지는 과정에서 김 전 대표 청탁을 받고 정 대표에게 혜택을 준 혐의(배임)로 지난해 10월 기소돼 재판받고 있다. 지난 15일 이 대표 공직선거법 사건 1심 재판부는 “백현동 용도 변경을 하지 않으면 국토부가 직무유기로 문제 삼겠다고 협박했다”는 이 대표의 발언을 허위사실공표 혐의 유죄로 판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