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승진 줄이고 내부 인물 발탁, 젊은피 수혈…올해 재계 인사 키워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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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정 속 스피드. 주요 대기업들의 2025년 정기임원 인사의 키워드다. 기업들은 임원 규모와 신규 승진자 수를 대폭 줄이고 조직 규모도 축소하며 불확실성이 커지는 대내외 환경에 기민하게 대비하겠다는 의지를 인사로 드러내고 있다. 또 외부 인사를 영입하기보다 업무 능력이 검증된 내부 인사 위주로 핵심 사업을 맡겨 안정을 꾀했다.

무엇보다 올해는 임원 승진의 문이 크게 좁아졌다. LG그룹의 이번 인사에서 승진 임원 수가 전년보다 13% 줄어든 121명이다. GS그룹도 지난해보다 승진자가 16% 줄어 42명에 불과하다. 올해 고강도 리밸런싱(구조조정)을 진행하고 있는 SK그룹은 승진 문턱을 넘기가더 빡빡하다. 지난달 말 먼저 인사를 낸 SK이노베이션과 7개 계열사의 신규 임원 수는 3명으로 지난해(9명)보다 크게 줄었다. 롯데그룹도 60대 이상 임원의 80%가 퇴임하고 신규 임원 수를 줄여 지난해보다 임원 규모가 13%가량 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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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31일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의 모습. 연합뉴스

조직 규모도 축소하는 분위기다. GS건설은 6개 사업본부를 3개로 줄이고 임원 직급도 전무‧부사장을 부사장으로 통합한다. SK에코플랜트도 사업군별로 흩어져 있던 부문들을 묶고 있다. 건축‧토목‧플랜트는 솔루션 사업 조직으로 통합하고 반도체와 에너지사업 조직을 별도로 꾸렸다.

기업들은 조직 슬림화를 통해 비용 감소뿐 아니라 사내 빠른 의사소통 효과를 기대한다. 조직이 잘게 쪼개 있고, 직급 체제가 복잡할수록 의사결정이 지체되기 때문이다. 재계에선 “트럼프 2.0 시대에, 국내 주력 제조업들이 비실대고 있는 상황이라, 기업들이 신속한 위기 대응을 위해 다이어트를 하는 것”이라고 보고 있다

최근 수년간 기업들은 혁신의 키를 외부 출신 전문가에게 맡기는 데 적극적이었지만, 올해는 외부에서 스타 경영자를 영입하는 시도도 드물다. 현대차가 외국인 CEO(호세 무뇨스)를 처음 선임해 파격을 시도했지만, 이미 5년간 현대차의 핵심 사업을 이끌어온 인물이다.

CEO 1명이 여러 직위를 겸하는 사례도 늘었다. 삼성전자는 전영현 반도체(DS) 부문장(부회장)이 대표이사 자리를 맡으면서 메모리 사업부장과 SAIT(옛 삼성종합기술원) 원장까지 겸직한다. 역량이 검증된 인물에게 주력사업과 미래기술개발까지 모두 맡겨 전폭적으로 힘을 실어주는 인사라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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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종로구 SK 서린사옥. 뉴스1

동시에 물밑에선 세대교체도 진행 중이다.  CJ그룹은 1990년생 대표가 나왔다. CJ그룹은 CJ 4DPLEX 대표에 콘텐트 사업 기획 업무를 주로 해온 방준식(34) 대표를 선임하는 파격 인사를 냈다. 극장(CGV) 사업 혁신, 글로벌 사업 확대 등을 집중할 전망이다. 임원들 연령도 낮아졌다. CJ의 신임임원 21명의 평균 연령은 44.9세로, 절반이 1980년대생이다. 익명을 요구한 재계 관계자는 "주력 사업이 주춤하는 상황에서 신산업을 찾아야 하는 기업 입장에선 글로벌 경쟁이나 첨단기술에 익숙한 젊은 인재에 대한 목마름이 있다"며 "최근 30·40세대인 오너 일가 3·4세가 경영 전면에 나서고 있는 것도 연령을 낮추는 요인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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