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美도 ‘명절밥상 정치 얘기’는 금기…“추수감사절 정치토크 피할 것 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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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추수감사절 만찬에는 정치 성향이 같은 직계 가족 12명만 모여서 칠면조 요리를 즐길 예정입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산타로사에 사는 엘리 코헨(81)은 27일(현지시간) 현지 매체 프레스데모크라트 인터뷰에서 “예전에는 35명 이상이 모인 대규모 추수감사절 모임을 가졌지만 올해는 일부러 정치적 견해가 같은 가족들만 추려 조용히 보내기로 했다”며 이렇게 말했다. 민주당원인 코헨은 정치적 관점이 다른 친지가 만찬 초대를 요청해 올 경우 어떻게 재치 있게 대처할지도 미리 생각해뒀다고 했다.
미국의 추수감사절은 뿔뿔이 흩어진 가족과 친지가 모처럼 한자리에 모여 칠면조 요리와 파이를 함께 먹으며 정을 나누는 최대 명절로 ‘미국판 추석’에 해당한다. 그런 추수감사절에 정치 얘기가 식탁에 오르는 것은 이제 금기시되다시피 했다. 정치적 스펙트럼이 대척점에 있는 사람들끼리 다툼이 생겨 불화로 이어지고 갈등의 골이 깊어지는 경우가 많아서다. 미 언론에서는 ‘미국의 가족이 정치적으로 갈라졌다’는 진단이 나온다.
‘대선 이후 가족 내 양극화 심화’ 22%
특히 11·5 대선을 거치며 극심해진 정치 양극화가 더욱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데이터 업체 프로필리서치가 최근 발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미국인의 22%는 ‘이번 대선 이후 가족 내 양극화가 심화됐다’고 답했다. ‘올해 추수감사절과 크리스마스 등 가족ㆍ친지 모임을 아예 생략할 계획’이라는 사람도 20%에 달했다.
추수감사절 모임을 갖더라도 정치 이야기는 하지 않겠다는 사람이 열 중 일곱으로 압도적으로 많았다. 26일 공개된 CBSㆍ유거브 여론조사(19~22일 미 성인 2232명 대상), 오차범위 ±2.3%포인트)에서 ‘이번 추수감사절에 정치 이야기를 피하려 한다’는 응답자가 71%였다. ‘정치 이야기를 하겠다’는 쪽은 29%에 불과했다. 정치 이야기를 피하겠다는 응답자 중엔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에 투표한 사람들(72%)이 도널드 트럼프 당선인에 투표한 사람들(62%)보다 다소 높았다. 대선 패배에 대한 실망감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민주당 후보를 지지한 직계 가족들만 추수감사절 만찬에 부르기로 한 엘리 코헨처럼 명절 식탁을 함께할 사람들이 같은 정치적 성향에 따라 묶이는 현상도 포착됐다. 해리스를 찍은 사람은 같은 후보를 찍은 사람들과 모임을 함께할 것이라는 응답이 46%였고, 트럼프를 찍은 사람과 함께할 거라는 비율은 8%에 그쳤다. 양쪽 후보 누구를 찍었든 함께할 거라는 비율은 24%였다.
트럼프를 찍은 응답자 역시 같은 후보를 찍은 사람과 모임을 함께하겠다는 응답이 42%였고, 해리스를 찍은 사람과 함께할 거라는 답변은 4%뿐이었다. 양쪽 후보 누구를 찍었든 함께하겠다는 답변율은 31%였다.
올해 추수감사절에 특별히 감사함을 느끼는 대상에 대한 질문에는 가족ㆍ친구가 79%로 압도적으로 많았고 건강(71%), 자유(58%), 신앙(49%), 평화(49%) 등이 그 뒤를 이었다. 정치를 꼽은 사람은 16%로 가장 낮았다.
“감정 고조되면 심호흡, 경청해야”
미국 공영 라디오 NPR은 “최근 몇 년간 더욱 심화된 정치적 분열에 뿌리를 둔 논쟁적 대선을 거치면서 사람들이 서로 대화하는 방식이 거칠어졌다”고 짚었다. NPR은 추수감사절 등 명절 모임에서 정치 이야기를 꺼냈다가 의견 충돌로 가지 않기 위해서는 서로 존중하고 이해하려는 마음이 필요하다며 몇 가지 팁을 소개했다. ▶감정이 고조되면 대화의 속도를 늦추고 심호흡을 하고 ▶서로 다른 의견에 대해 논쟁하려 들지 말고 관심사에 대해 토론하며 ▶한 가지 주제 대신 상대방의 생활ㆍ가족ㆍ취미에 대해 질문해 인간적 공감대를 넓히는 것 등이다.
작가이자 심리 치료사인 폴 호케마이어는 “추수감사절 기간 정치 토크를 아예 금지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며 “그럼에도 정치를 주제로 한 이야기가 나오면 ‘선을 넘는 발언을 한 사람은 밖에서 15분간 열을 식히고 들어온다’ 등 사전에 동의된 룰을 정하고, 무엇보다 먼저 판단하지 않으며 말하기보다 듣기를 더 많이 하려는 태도가 좋다”고 LA데일리뉴스에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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