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尹 내란죄 적용땐…대통령 불소추특권 적용 안돼 수사 받을 수도
-
0회 연결
본문
윤석열 대통령의 지난 3일 비상계엄 선포는 6시간 만에 해제됐지만 그 후폭풍은 현직 대통령의 사법처리 문제로 이어질 전망이다. 정치권은 4일 계엄 선포의 위법·위헌성을 지적하며 윤 대통령의 내란 혐의를 집중 부각했다. 이번 사태는 “대통령은 내란 또는 외환의 죄를 범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재직 중 형사상의 소추를 받지 아니한다”(헌법 제84조)는 불소추특권 적용의 예외적 상황이란 판단에서다. 검찰 내부에서도 윤 대통령에 대한 수사 필요성을 강조하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이날 입장문을 통해 “지난 밤 윤석열 대통령의 계엄 선포는 명백한 국헌 문란이자 내란 행위”라며 “윤석열 대통령의 사퇴와 내란죄에 대한 즉각 수사를 관철하겠다”고 말했다. 민주당 등 야5당 의원 40여명이 연합한 ‘윤석열탄핵국회의원연대’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대통령은 군을 동원해 사실상 내란죄에 해당하는 범죄를 저질렀다”고 주장했다.
"尹 내란수괴 범죄" 고발장 접수
정의당·녹색당·노동당은 계엄 해제 6시간여만인 이날 오전 10시 50분쯤 서울중앙지검에 윤 대통령에 대한 내란 혐의 고소장을 접수했다. 권영국 정의당 대표는 고소장 접수 전 기자회견을 열고 “헌법을 수호해야 할 대통령이 오히려 국헌을 문란하게 만들었고, 국헌을 문란하게 하는 자는 예외 없이 내란죄로 처벌받아야 한다”며 “대통령은 스스로가 쿠데타, 내란수괴 범죄자가 됐다”고 말했다. 시민단체 사법정의바로세우기시민행동도 이날 오후 윤 대통령과 김용현 국방부장관을 내란 혐의로 고소키로 했다.
불소추특권 깨는 내란죄…초유의 현직 대통령 소추 가능성
윤 대통령에 대한 고발장이 수사기관에 접수된 건 처음은 아니다. 지난 2월엔 총선을 앞두고 민생토론회를 활용해 특정 지역에 대한 지원책을 발표한 것이 공직선거법 위반이라는 고발장이 접수됐고, 지난 3월엔 민주당이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의 주호주대사 임명·부임과 관련 윤 대통령을 허위공문서 작성 및 범인도피죄 혐의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고발했다. 다만 이같은 혐의의 경우 대통령 불소추특권에 따라 범죄사실이 인정된다 해도 기소할 수 없는 내용이었고, 실제 검찰과 공수처 역시 실질적인 수사에 착수하지 않았다.
다만 계엄 선포에 따른 내란죄의 경우 대통령 불소추특권이 적용되지 않아 검찰 수사는 물론 혐의가 인정될 경우 재판에도 넘겨질 수 있다. 특히 경찰을 투입해 국회 등 주요 기관·시설 출입을 통제하고, 계엄군이 국회의사당을 무력으로 점거하기 위해 시도했다는 점이 내란죄 성립 여부의 쟁점이 될 가능성이 있다. 조승래 민주당 대변인은 “국회를 무력 진압한 행위가 내란죄에 해당한다는 점도 검토하기로 했다. 그에 따른 책임을 어떻게 물을지는 다른 정당과 협의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1997년 대법원은 1980년 전두환 정권의 ‘5·17 비상계엄 전국확대 조치’에 대해 “국헌문란의 목적을 가진 자에 의해 목적 달성의 수단으로 이용되는 경우 내란죄 구성요건인 폭동에 해당하고 우리나라 전국의 평온을 해하는 정도에 이르렀음을 인정할 수 있다”며 유죄를 확정했다.
윤 대통령의 내란 혐의를 주장하는 목소리가 잇따르자 수사기관들도 선제적인 법적 검토에 나섰다. 이날 고발장이 접수된 검찰의 경우 혐의점을 따지기에 앞서 내란죄의 경우 검찰의 수사대상이 아니란 입장이다. 실제 대검찰청은 이날 윤 대통령 내란죄에 대한 수사 가능 여부를 검토한 뒤 지휘부에 ‘수사 불가’ 결론을 보고했다고 한다.
검찰 관계자는 “문재인 정부 당시 검찰 수사 범위를 부패, 경제사범 등으로 해 놨기 때문에 내란죄의 경우 검찰에서 직접 수사할 수 없는 것으로 판단된다”며 “계엄 선포가 내란죄에 해당할지에 대한 검토를 포함해 고발이 접수된 사건들에 대한 수사는 경찰에서 맡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번 비상계엄 선포 자체가 위헌·위법에 해당한다면 계엄 논의 과정에 참여하거나 지휘한 국무위원 및 계엄 선포 이후 국회의사당 진입을 시도한 계엄군 등도 수사 대상에 오를 수 있다. 이 경우 우선 군 장병에 대한 수사는 군 검찰에서 이뤄지지만 계엄사령관 역할을 한 육군 참모총장 등 지휘부에 대한 수사는 공수처 등으로 이관될 가능성이 있다.
군 검찰 출신 변호사는 “계엄 선포 이후 명령을 이행한 군인에 대해서는 군 검찰이 수사해야 할 것으로 보이고, 민간인이나 공무원에 대해서는 경찰 등 민간 수사기관에서 담당해야 할 영역”이라며 “다만 계엄령 선포 자체가 위헌적이고 불법이었는지 따져봐야 하고, 계엄 선포 이후 국회 진입 등의 상황은 계엄사령관의 권한 내에서 일어난 일이었는지를 하나씩 살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고의성 있어야 성립 가능" 주장도
검찰 내부에서도 현직 검사가 윤 대통령의 내란 혐의에 대한 수사 필요성을 강조하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김태훈 서울고검 검사는 이날 검찰 내부망(이프로스)에 “헌법기관(국회)의 기능과 권한 행사를 정지시키기 위해 군 병력을 국회의사당 내부로 진입시켰다”며 “깊게 생각할 필요도 없이 명백한 위헌, 불법 아닌가”라고 적었다. 이어 “계엄사령부 포고령 발령 행위가 위헌, 위법이 명백하다면 즉각적인 수사가 필요하지 않겠나”라고 덧붙였다.
내란죄는 헌법 통치력을 저해하거나 무력화하겠다는 고의성이 전제돼야 하는 만큼 혐의 입증이 쉽지 않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김상겸 동국대 법학과 명예교수는 “군인들이 국회의사당을 점거해 국회의원의 의정활동을 막으려고 했다면 헌법에 없는 권한을 행사하려 한 것이기 때문에 내란죄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면서도 “내란죄는 목적 범죄이기 때문에 고의성이 있어야 성립 가능하고, 결과적으로 의회가 열려 계엄 해제가 가결됐기 때문에 표면적으로는 내란죄의 구성요건이 갖춰지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댓글목록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