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처단한다" 살벌한 포고령…이게 '허술한 계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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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공의를 비롯 파업 중이거나 의료현장을 이탈한 모든 의료인은 48시간 내 본업에 복귀하여 충실히 근무하고 위반시는 계엄법에 의해 처단한다.(계엄사령부 포고령 제1호 5항)
지난 3일 오후 11시부로 계엄사령관 육군대장 박인수 명의로 발령한 포고령 제1호의 문구를 두고 디시인사이드 등 온라인 커뮤니티 게시판에선 “실화맞냐” “단어들 하나하나가 너무 살벌하다” 등 경악하는 반응들이 나왔다. 특히 5조의 전공의 등의 의료현장 복귀를 명령하며 “위반시는 처단한다”와 포고령 말미의 “이상의 포고령 위반자는 ~계엄법 제14조(벌칙)에 의해 처단한다”는 두 번의 표현이 논란이 됐다.
우선 ‘처단(處斷)’ 용어를 놓고 일반 네티즌들은 “처단이 무슨 의미냐. 죽인다는 거냐”고 반발했다. 처단은 국어사전에선 ‘결단을 내려 처치하거나 처분한다’는 뜻이다. 여기선 계엄법 14조 벌칙조항에 규정된 ‘계엄사령관의 지시나 조치에 따르지 않는 자는 3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는 것을 표현한 것으로 풀이된다. 과거 ‘법에 따라 처벌한다’는 한자식 표현으로 많이 썼다.
이를 두고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처벌한다’ 같은 단어를 놔두고 처단이라는 살벌한 표현을 사용한 것은 아마 포고령을 만든 실무자가 45년 전 계엄포고를 고민 없이 가져다 쓴 결과물일 것”이라며 “계엄을 허술하게 준비했다는 증거”라고 했다.
비상계엄 발령 6시간 만인 4일 오전 4시 28분 윤석열 대통령이 국회의 계엄 해제 요구에 따라 계엄령을 해제하면서 이번 포고령 제1호 역시 효력을 잃었지만 각 조항을 놓고 “위헌적이다” “일부 조항은 계엄 선포 사유와도 맞아떨어지지 않는다”는 등 후속 논란도 이어지고 있다.
살벌한 표현으로 문제가 된 5조 의료인 복귀 명령의 경우 윤 대통령이 대국민담화에서 비상계엄 발령 사유로 밝힌 ‘국회의 유례없는 탄핵소추 다수 발의’ ‘야당의 정부 주요 예산 삭감’ 등과 아무런 연관도 없는 데 포고령에 집어넣었다는 비판이 나왔다.
김대환 서울시립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계엄 사태와 전공의 파업 문제는 전혀 관계가 없다. 손 안 대고 코 풀려고 한 의도로밖에 볼 수 없다”며 “계엄령을 정치적으로 활용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계엄이 선포되면 특별 조처를 할 수 있지만 구체적으로 요건과 효과를 정해야 하는데, 이번 포고령에는 그게 없다”며 “예를 들어 의료분쟁이 아닌 개인적 사정으로 떠난 의료인은 어떻게 할 것인지, 이미 사표 쓰고 나간 사람은 어디로 복귀하라는 건지 등 포고령 자체가 구체적으로 적용 가능하지 않고 아마추어스럽다”고 꼬집었다.
실제로 2018년 11월 대법원도 1979년 부마 민주항쟁 당시 박정희 정권이 내렸던 계엄포고에 대해 위헌 판정을 내리며 판단 이유 중 하나로 “계엄 포고 내용 중 ‘유언비어를 날조·유포하는 일체의 행위’ 등 범죄의 구성요건이 추상적이고 모호하며, 적용범위가 너무 광범위하고 포괄적이어서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의 원칙’에도 위배된다”고 설명했다.
직전 마지막 비상계엄은 45년 전 박정희 전 대통령 서거 이튿날 1979년 10월 27일 때다. 당시 계엄사령부 계엄포고 제1호 말미엔 ‘상기 포고를 위반한 자는 영장 없이 체포·구금·수색하며 엄중 처단한다’는 표현이 들어있다.
이번 포고령 제1호의 1. 일체의 정치활동 금지 2. 가짜뉴스·여론조작 등 금지 3. 계엄사의 언론과 출판 통제 4. 사회혼란 조장하는 파업·태업 금지 등 6개 항 중 4개 항이 45년 전 계엄포고 1호와 사실상 판박이란 지적도 나온다. 당시엔 1항 집회·시위·단체활동 금지 2항 언론·출판·보도 사전 검열 3항 야간통행금지 4항 직장이탈 및 태업 금지 5항 유언비어 유포 금지 등의 순으로 열거했다. 이 평론가는 “시대의 변화에 대한 인지 감수성이 떨어진 채 그대로 과거를 답습한 계엄 선포”라고 했다.
"국회 점령 시도는 군사 쿠데타로 봐야"
한편 “국회와 지방의회, 정당의 활동 등 일체의 정치활동을 금한다”고 규정한 포고령 1조는 위헌 논란이 제기됐다. 헌법연구관 출신 김승대 변호사는 “계엄이 선포되면 정부는 국회에 통고해야 하고, 국회는 계엄 해제 요구를 심의해야 한다. 이는 국회 활동을 보장하는 건데, 계엄사령부가 ‘국회 활동을 금지한다’고 하는 건 위헌적인 거다. 국회 점령을 시도했기 때문에, 이건 계엄이 아닌 군사력에 의한 헌법위반 행위로 군사쿠데타로 봐야 한다”고 비판했다.
과거 계엄 전례를 비춰봐도 유례없는 조항이라는 평가다. 과거 1972년 10월 박정희 유신정권 때의 계엄포고와 전두환 정권의 계엄포고 때도 국회의 활동을 직접 명시하지 않았다. 당시 헌법에는 대통령에게 지금과 달리 국회 해산 권한이 있었다.
한상운 연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과거 군사정권의 계엄포고처럼 포괄적 정치활동 금지라고 했다면 추후 ‘국회는 예외였다’고 해명할 여지라도 있는데, 이번엔 국회라고 못 박고 심지어 실제로 군인을 투입했다. 포고령 위반이라며 국회의원을 현행범으로 체포하는 극단적 상황까지도 갈 수 있던 위헌적 계엄이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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