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MZ 계엄군'은 달랐다…명령에 살고 죽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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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Z 계엄군’은 달랐다. 윤석열 정부가 꺼내 든 비상계엄 카드가 무위로 돌아간 데 지휘부의 명령이라 해도 비상식적이라면 쉽게 수긍하지 않는 이들의 사상관이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가 나온다. 계엄사령부가 포고령을 통해 국회 활동을 금지했으나, 계엄군이 이를 철저히 따르지 않은 게 비상계엄 해제 요구안 본회의 가결을 사실상 도왔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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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된 4일 새벽 무장 계엄군이 국회를 철수하고 있다. 여야는 이날 본회의에서 재석 190명 중 찬성 190명으로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을 가결 처리했다. 이에 따라 계엄령 선포는 무효가 됐다고 국회의장실은 설명했다. 뉴스1

최정예 무장 병력 투입…소용 없었다

4일 군 당국에 따르면 전날(3일) 오후 11시 비상계엄 선포 이후 육군 특수전사령부(특전사) 예하 제1공수특전여단·제707특수임무단, 수도방위사령부 제35특수임무대대 등으로 구성된 계엄군이 국회에 투입됐다. 해당 부대들은 육군의 최정예 전력으로 평가 받는다. 이들의 우선 임무는 “국회와 정당의 정치활동을 금한다”는 계엄사 포고문 1번에 따라 국회의원과 당직자 등의 국회 출입을 막는 것이었다.

실제 작전인 만큼 방독면, 야간투시경은 물론 소총으로 무장한 상태였다. 소총에 탄창은 제거돼 있었지만, 실탄 상자로 추정되는 물건을 소지한 일부 병력이 시민들 영상에 포착되기도 했다. 그만큼 심각한 상황이었다는 의미다. 국회는 이날 오후 11시 48분부터 4일 오전 1시 18분까지 군 당국이 헬기를 24차례 동원해 무장 계엄군 230여 명을 국회 경내로 진입시킨 걸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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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된 4일 새벽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 당사 인근에 배치된 군 병력이 취재진의 카메라를 막고 있다.뉴스1

하지만 이들은 결과적으로는 임무 수행에 실패했다. 당시 영상 등을 보면 총구를 겨눈 채 국회의사당 유리를 깨면서 진입했지만, 그 이상의 물리력 행사를 망설이는 모습이었다. 일부 야당 의원들이 국회 담을 넘어 들어가는 것도 제지하지 않았다.

한 야당 보좌진은 "계엄군 병력이 의원들의 출입을 묵인한 듯 보이기까지 했다"며 "결국 본회의 개최를 막으려던 계획은 허사로 돌아갔다"고 전했다. 오전 1시쯤 190명의 의원이 본회의에 참석함으로써 계엄 사태는 마무리 수순으로 접어들었다.

45년 전 부역군 오명 부대, 이번엔 국민 편에 서다

이는 계엄군이 '명령 준수'보다 '상황 판단'을 우선시한 결과로 풀이된다. 특전사의 모체 부대인 1공수여단이 1979년 12·12 군사반란 때 반란군으로 혁혁한 공을 세운 행보와도 상반된다.

군 안팎에선 MZ 군인들의 달라진 인식이 이번 사태에서 확인됐다는 시각이 있다. ‘명령에 살고 명령에 죽는’ 최정예 병력이라 할지라도 작전에 대한 목표 인식이 정상적이지 않을 경우 불복종도 가능하다는 생각을 드러낸 것 아니냐는 의미다.

특전사 부대장을 지낸 한 예비역 장성은 “계엄군이 무엇을 해야 할지 치밀한 계획은 물론 목적도 명확하지 않게 명령이 하달됐다고 본다”며 “요즘 젊은 군인들 입장에선 이런 명령 자체가 유치한 수준의 정치행위로 여겨지지 않았겠나”라고 말했다.

국방부에서 근무하는 한 위관급 간부도 “소요사태와 이에 따른 사상자가 발생하지도 않은 상황에서 무력을 동원해 사회질서를 안정시키라는 임무가 통할 리가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한민국의 상황에서 과연 계엄을 한다고 하면 어떤 국민이 용납을 하겠느냐. 우리 군도 안 따를 것 같다”는 김용현 국방부 장관의 지난 9월 인사청문회 때 발언이 현실로 다가온 것이다.

일부 간부, 계엄사 주요 보직 거절에 2순위 넘어가는 촌극도  

실제 현장에 투입된 군·경 사이에서 명령 거부 기류가 감지됐다는 얘기도 나온다.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은 이날 CBS 라디오에 출연해 “'국회의원이 일하러 가는데 막는 게 맞습니까'라고 소리쳤을 때 일사불란하다는 느낌보다 안에 상당한 동요가 있다는 게 보였다”고 평가했다. 온라인상에는 국회 본청 건물에 투입됐던 무장 계엄군이 시민에게 고개 숙인 뒤 철수한 사진이 관심을 모으며 반향을 일으키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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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긴급 대국민 담화를 통해 비상계엄령을 발표한 가운데 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계엄군이 본청 출입구를 봉쇄하고 있다. 전민규 기자 / 20241204

MZ 군인뿐 아니라 일부 간부들도 이번 계엄령 작전에 회의적인 태도를 보였다. 계엄사령부에서 주요 보직을 부여 받을 것으로 예상됐던 몇몇 인원은 곧 다가올 전역 시기 등을 언급하며 거절 의사를 표명했다. 이 때문에 2순위 직책자가 해당 보직을 맡는 촌극이 벌어졌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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