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11명 정족수 채워지자 국무회의 개최...용산 먼저 찾은 한덕수는 계엄 반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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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3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긴급 브리핑을 하고 있다. 윤 대통령은 “비상계엄을 통해 망국의 나락으로 떨어지는 자유 대한민국을 재건하고 지켜낼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 대통령실

지난 3일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심의를 위한 국무회의는 윤 대통령의 계엄 선포 직전인 오후 9시~9시 40분 대통령실 국무회의장에서 열렸다. 헌법 제77조는 대통령의 계엄령 권한을 규정하며 국무회의 심의를 거치도록 하고 있다. 이날 국무회의에 참석한 대부분의 장관은 회의장에 도착해서야 심의 안건을 알게 됐다고 한다. 마치 군사작전을 하듯 비밀리에 진행된 것이다. 사전에 계엄 선포를 인지했던 건 윤 대통령과 윤 대통령의 충암고 1년 선배인 김용현 국방부 장관 정도였다. 김 장관은 이날 오후 6시쯤 대통령실에 먼저 들어와 있었다. 윤 대통령의 신변을 보좌하는 극히 소수의 인사를 제외하고 국무회의 개최 사실을 알았던 대통령실 참모 역시 아무도 없었다.

윤 대통령의 계엄 선포 과정이 물흐르 듯 진행됐던 건 아니다. 국무회의 개최 약 1시간 전인 8시쯤 대통령실에 도착한 한덕수 국무총리가 계엄 소식에 “경제가 어려워질 수 있다”는 취지로 반대 의견을 표명했다. 환율이 들썩이고 대외 신뢰도가 추락할 수 있다는 취지였다. 하지만 윤 대통령을 설득하지 못했고, “절차는 지켜야 한다”는 의견이 모이며 윤 대통령은 국무위원을 대통령실로 불러들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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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덕수 국무총리와 관계 장·차관들이 4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국무회의실에서 현안 논의를 마치고 회의장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계엄 선포의 신속한 집행을 고려해 국무회의 최소 정족수인 과반(11명)이 채워지자 회의가 시작됐다. 중앙일보 취재 결과 한 총리와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김용현 국방부 장관, 박성재 법무부 장관, 조태열 외교부 장관, 김영호 통일부 장관,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 오영주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의 참석이 확인됐다.

한 총리 외에 최 부총리와 조태열 장관 등이 국무회의에서 “경제와 외교가 어려워진다”며 계엄령에 반대 목소리를 냈다고 한다. 이외 다른 장관 중에도 선뜻 동의하는 이는 없었다. 하지만 윤 대통령은 야당의 일방적 예산안 처리와 탄핵 소추에 대응해 국가를 정상화하기 위해 남은 마지막 카드가 계엄이라는 입장을 피력했다고 한다. 헌법상 정당한 대통령의 권한이라는 점도 강조했다.

여권 고위 관계자는 “국무회의는 상당히 심각한 분위기로 진행됐다. 일부 장관의 반대 목소리가 있었던 것도 사실”이라며 “하지만 대통령이 밀어붙이니 어쩔 수 없었다”고 전했다. 윤 대통령과 김용현 장관의 뜻이 완고해, 비상계엄 선포 심의를 위한 국무회의는 사실상 형식적 절차에 그쳤다. 윤 대통령은 회의가 끝난 뒤 오후 10시 23분 대통령실 1층 브리핑룸으로 내려와 비상계엄을 선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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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 해제를 선언한 4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입구가 경찰에 의해 통제되고 있다. 뉴스1

윤 대통령의 계엄 선포 약 157분 뒤인 4일 오전 1시쯤 국회는 계엄해제 요구안을 가결했다. 이후 3시간 30분 뒤인 4시 30분에 다시 국무회의가 열려 계엄 선포 6시간 만에 계엄 해제안이 의결됐다. 국회 가결 뒤에도 윤 대통령이 계엄 해제에 소극적 태도를 보이자 한 총리와 일부 장관이 나서 윤 대통령을 설득했다는 것이 여권 인사들의 전언이다.

윤 대통령은 계엄 해제 직전인 4일 오전 4시 27분 대통령실에서 생중계 담화를 통해 “어젯밤 국가의 본질적 기능을 마비시키고 자유민주주의 헌정 질서를 붕괴시키려는 반국가세력에 맞서 결연한 구국의 의지로 비상계엄 선포했다”며 “국회의 계엄 해제 요구가 있어 계엄 사무에 투입된 군을 철수시켰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담화 뒤 6시쯤 대통령실에서 퇴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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