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트랙터 상경' 밤샘 대치…시민들 음식·핫팩 들고 남태령 달려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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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초구 방배동 남태령역 인근 도로에서 전국농민회총연맹(전농)과 경찰의 대치가 이틀째 이어지자 소식을 접한 시민들이 현장에 모였다. 최저 영하 5도를 밑도는 한파에 시민들은 휴대용손난로(핫팩)와 배달 음식 등을 나누기도 했다. 앞서 전농은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처벌을 촉구하며 지난 16일 전남 무안과 경남 진주에서 행진을 시작했다.
22일 오후 2시쯤 집회 행렬은 남태령역 4번 출구부터 사당역 방향으로 약 100m까지 이어졌다. 이날 오전 10시 기준 1000여 명으로 추산됐던 시위 인파는 4시간 만에 약 6000명으로 늘었다. 주최 측은 총 1만 5000명이 모였다고 주장했다.
전남과 경남에서 트랙터 30여 대와 화물차 50여 대를 끌고 출발한 전농은 21일 오전 9시쯤 경기 수원시청 앞에서 집결했다. 이후 용산구 대통령 관저까지 상경할 예정이었지만, 오후 12시쯤 경기 과천을 지나 서울로 들어오는 길목인 남태령 고개에서 경찰 차벽에 막혔다. 경찰은 “공공 이익을 훼손할 정도로 극심한 교통 불편을 야기할 수 있다”며 양방향 도로에 경찰차로 차벽을 세웠다. 이후 약 27시간째 거리에서 대치 중이다. 전농은 21일 참석자 2명이 공무집행방해 등 혐의로 경찰에 연행됐다고 했다.
온라인과 소셜미디어(SNS) 등에서 소식을 접한 시민들은 털모자·장갑·목도리 등 방한용품을 챙겨 현장으로 모였다. 차가운 아스팔트 바닥에 모여 앉은 이들은 “경찰은 차 빼라”, “경찰 나갈 때도 됐잖아”, “윤석열 퇴진” 등 구호를 외쳤다. 전날 서울 광화문에서 윤 대통령 퇴진 집회를 마치고 곧바로 남태령으로 달려와 함께 밤을 새운 시민들도 있었다. 조영민(24)씨는 “어제 3시부터 서울에서 집회하고 끝나자마자 이곳으로 와 밤새 있었다”며 “시간과 체력이 있으니 나라를 위해 나서는 게 당연한 일”이라고 말했다.
집회 현장과 가까운 남태령역 2번 출구 앞에선 물품 나눔도 이어졌다. 핫팩·양말 등 보온용품부터 휴대폰 보조배터리, 응원용 봉 건전지, 비상약까지 종류도 다양했다. 직접 시위 현장에 오지 못한 이들은 따뜻한 음료, 토스트 등을 배달하기도 했다. 지하철역 앞에선 시민 6명이 “핫팩 가져가세요”, “간식 챙겨가세요”, “목도리 있습니다”라고 외쳤다.
7세 딸 아이와 왔다는 곽모(37)씨는 “가방에 김밥 30줄과 귤 등을 챙겼다”며 “어제도 왔었는데 근처에 편의점도 하나 없었다. 아이가 있어서 밤을 못 새고 가 미안한 마음에 김밥을 사 왔다”고 말했다. 장진범(46)씨는 “유튜브를 보고 여러 물품이 부족하대서 핫팩을 기증하려고 왔다”며 “시위에 참여 못 하는 이들은 배달 어플리케이션 등을 이용해 현장으로 바로 배송해 보내고 있다”고 했다.
이틀째 이어진 경찰과 전농 측 대치로 일부 도로 통행이 어려워지면서 시민들은 이동에 불편을 겪기도 했다. 사당역 4번 출구엔 ‘어제부터 사당IC-남태령 구간을 경찰 버스 20~30대가 막고 있다. 버스 진입이 언제 될지 모르니 다른 교통편 이용을 권장 드린다’는 손글씨도 붙어 있었다. 이정만(66) 씨는 “사당에서 경기도 의왕까지 자가용으로 30분 거리를 출퇴근하는데 어제 퇴근 땐 평소보다 1시간 정도 더 걸렸다”며 “계속 고개가 막히면 자가용을 못 탈 것 같아 오늘은 지하철 타고 외출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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