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암 치료 의사가 꿈”…서울의대 합격한 신안 섬마을 고교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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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원하나 없는 섬에서 자라고 생활했지만 의사가 되고 싶은 꿈을 이루고 싶어 열심히 공부했습니다. ”
2025학년도 서울대 의대 수시전형에 최종 합격한 문정원(18·도초고 3년)양이 아버지 문명재(54)씨를 통해 22일 중앙일보 측에 전달한 합격 소감이다.
문양은 목포에서 뱃길로 50여분이 걸리는 전남 신안군 도초도에서 태어나 초·중·고등학교도 모두 섬에서 다녔다. 섬 전체에 학원 하나가 없지만, 묵묵히 학업에 매달린 끝에 서울대 의대 진학을 이뤄냈다.
문양은 “섬에서 공부를 하다 보면 어려운 점이 많지만, 선생님과 가족, 친구들의 응원이 있어 합격할 수 있었다”며 “의사가 되면 그동안 받은 고마움을 돌려주고, 우리 사회에도 희망을 주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했다.
문양은 전남 목포에서 서남쪽으로 54.5㎞ 떨어진 도초도에서 성장했다. 고등학교에 진학한 후 3년 내내 전교 1등을 놓치지 않았다. 올해 개교 47년을 맞은 도초고에서 서울대 의대 합격생이 배출된 것은 문양이 처음이다. 문양은 전남지역 70개 국·공립 고등학교 가운데 현재 서울대 의대에 합격한 유일한 학생이기도 하다.
문양이 의사가 되겠다고 마음먹은 것은 고교 2학년 과정인 생명과학 과목을 접한 뒤부터다. 생명과학을 배운 후 관련된 동아리나 탐구 활동에 관심을 쏟으며 “치매나 암과 관련된 의사가 되고 싶다”는 뜻을 내비쳤다고 한다.
이민우 담임교사는 문양에 대해 “자기 주도적 학습이 굉장히 잘 된 학생”이라며 “평소 등교 시간보다 1시간 30분 일찍 등교해 공부하고, 주말에도 오후 10시까지 학교에 남아 공부한 후 기숙사로 돌아갈 만큼 성실한 모범생”이라고 말했다.
아버지 문씨는 “평소 묵묵히 공부에만 매달리는 성격이어서 서울 의대 합격 후 본인이 사회적 이슈가 된 것에 부담감을 많이 느끼는 듯하다”며 “주변에서 축하 전화가 많이 오고 있지만, 본인의 의사를 존중해 직접 인터뷰 등은 정중히 사양하고 있다”고 말했다.
“주말에도 10시까지 공부…전형적인 모범생”
도초고는 육지와 연결된 다리가 없어 쾌속선을 타고 50여분이 걸리는 도초면에 있다. 전교생이 160명 규모의 섬마을 학교지만, 전교생이 기숙사 생활을 하고 교사들도 관사에서 생활하며 학생들을 가르친다. 그동안 올해 문양을 포함해 총 7명의 서울대 합격자를 배출했다.
전남도교육청 등에 따르면 도초고는 도시 학교보다 접근성 등은 떨어지지만, 양질의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학생들을 유치해왔다. 학생별 맞춤형 진로체험 중심의 자율적 교육과정과 지역사회의 인적·물적 자원을 활용한 지역공동교육과정 운영을 통해 학생들의 학업 역량을 키워왔다.
이 학교 전인재 교장은 “전교생 기숙사 생활 등을 통해 학업에만 전념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데 힘을 쏟고 있다”며 “학생들이 교사와 함께 지내는 시간이 많고, 학생들 사이에서도 서로 공감대가 형성돼 우수한 학생들이 나오는 것 같다”고 말했다.
도초고는 2008년 교육과학기술부 선정 기숙형 고등학교, 2010년 전남도교육청 지정 자율형 학교에 선정됐다. 지난해에는 교육부에서 주관한 ‘참 좋은 학교’로 선정된 데 이어 올해는 교육시스템 확충을 위해 자율형 공립고 2.0 체제로 전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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