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명자 아끼꼬 쏘냐’ ‘만다라’…충무로 시나리오 거장 송길한 84세 별세
-
1회 연결
본문
‘충무로 시나리오 거장’ 송길한 작가가 22일 저녁 투병 끝에 별세했다. 향년 84세.
이날 유족에 따르면, 오랜 기간 지병을 앓던 고인은 최근 위암을 발견해 암 투병 중 가족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세상을 떠났다.
고인은 1940년 전북 전주에서 태어나, 서울대 법학과에 입학하며 가족과 함께 상경했다. 1970년 ‘흑조’가 일간지 신춘문예 시나리오 부문에 당선되며 40여년간 90여편의 시나리오를 집필했다. 유신 시대에 영화인생을 시작해 엄혹한 검열 속에 시대정신을 새긴 작품들로 1970~90년대 한국영화 시나리오 수준을 높였다는 평가를 받았다. 해방을 맞은 유년기 지켜본 이념 대립, 한국전쟁 피난 경험, 강원도 도계 탄광에서 보낸 20대, 최전방에서 보낸 군대시절 등이 집필 활동의 밑바탕이 됐다.
대표작은 임권택 감독과의 작품이 꼽힌다. 대종상 각색상 수상작 ‘짝코’(1980), ‘만다라’(1981), ‘티켓’(1986), 백상예술대상 시나리오상을 안은 ‘길소뜸’(1985), 배우 강수연이 베니스영화제 여우주연상을 받은 ‘씨받이’(1986) 등이다. 종교계 반발로 미완성된 ‘비구니’(1984), 배우로 출연한 ‘달빛 길어올리기’(2010), ‘하류인생’(2004)을 더하면 임 감독과 영화 13편을 함께했다.
애니메이션 ‘태권동자 마루치 아라치’(1977, 각색) ‘여고 얄개’(1977) ‘우리들의 고교 시대’(1978) ‘슬픔은 저 별들에게도’(1978) ‘명자 아끼꼬 쏘냐’(1992) 등 40여년간 장르를 가리지 않고 작품을 선보였다. 1998년 ‘대한민국 50년 영화ᐨ영화인 50선’에 시나리오 작가로서 유일하게 선정됐다. 한국영상자료원에서 진행한 인터뷰(2013)에선 “엔딩을 설정하지만 절대적이지 않다. 글이 흘러가고자 하는 방향대로 따르되 많은 고민을 한다”는 집필 철학을 밝히기도 했다.
송길한 시나리오 작가#22일 향년 84세 별세
동생은 '넘버3' 송능한, 영화인 가족
2000년 전주국제영화제 부위원장을 지냈고, 이후 한국영화아카데미,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서강대 영상대학원에서 시나리오를 강의했다. 최동훈 감독이 한 인터뷰에서 “요즘도 작업실에서 잘 안 풀릴 때 송길한 선생의 ‘짝코’ 시나리오를 본다”고 밝힐 만큼 기본기와 구조가 탄탄한 ‘시나리오의 교과서’로 통했다.
2017년 제18회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작가 송길한 회고전: 작가 송길한, 영화의 영혼을 쓰다’ 특별 전시회와 함께 대표작을 상영했다. 저서로 각본집『비구니』, 『송길한 시나리오 선집』, 장편소설 『명자 아키코 소냐』 등이 있다.
지난 10월 서울 충무로 한국의 집에서 원로 영화인들과 함께한 ‘105주년 영화인의 날’ 기념식이 고인의 마지막 공식 석상 참석이었다.
고인의 동생은 ‘세기말’(1999) ‘넘버3’(1997) 등을 연출한 송능한 감독이고, 지난해 영화 ‘패스트라이브즈’로 아카데미 각본상 후보에 오른 셀린 송(본명 송하영)이 조카다.
유족은 이날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가톨릭대 은평성모병원 장례식장에 빈소를 마련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댓글목록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