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中덤핑에 제3시장도 위기…"젊은층 겨냥 한류 활용을" [수출엔진이 식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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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월 산업부와 KOTRA가 태국 방콕에서 개최한 ‘서울푸드 인 방콕’. 사진 코트라

한국이 주력했던 미국·중국으로의 수출길이 점차 좁아지는 가운데 새로운 수출 시장을 더 적극적으로 개척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인구 증가율과 경제성장률이 높은 ‘글로벌 사우스’(북반구 저위도 및 남반구 개발도상국)가 유력한 대안이다. 그러나 여기서도 한국 기업들은 중국의 저가 공세와 경쟁해야 한다. 중앙일보가 한국 기업들의 수출입 업무를 지원하는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코트라)의 주요 5대 수출 지역(북미·중국·동남아·서남아·중남미) 담당 본부장들과 e메일·전화 인터뷰를 통해 한국 수출의 위기와 기회를 진단한 결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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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민 기자

인도·인도네시아·멕시코·브라질 등 주요 글로벌 사우스 시장에도 중국 기업들은 빠르게 침투해 있다. 특히 동남아·서남아 지역에서는 중국 기업들의 저가 덤핑 공세가 뜨겁다. 이희상 동남아본부장은 “석유화학·철강 제품은 중국이 과잉생산을 멈추지 않고 있어 한국 기업들의 현지 점유율 감소세가 걱정된다”고 말했다. 빈준화 KOTRA 서남아본부장은 “이곳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은 미·중 무역 갈등의 풍선효과가 서남아 지역으로 번질까 가장 우려한다”며 “중국 기업들이 미국에 수출하지 못한 물건들은 더 싼값에 주변국으로 밀려들어오게 돼 있다”고 말했다.

전기차가 대표적이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은 전기차 954만대를 생산했지만 판매량은 841만대에 그쳤다. 유럽‧미국이 중국산 전기차 규제에 나서자 남미와 동남아시아 시장을 집중적으로 공략했다. 그 결과 지난해 동남아 전기차 시장 내 중국 점유율은 75%까지 치솟았다.

이같은 중국의 ‘밀어내기 수출’은 신흥국들의 자국생산 중심주의와 보호무역주의를 자극하고 있다. 인도는 서남아의 제조업 허브로 거듭나기 위해 ‘메이크 인 인디아’를 강조하고 있고, 태국도 아세안 전기차 허브를 노리고 있다. 빈 본부장은 “인도는 중국 물건들이 너무 많이 수입돼 각종 규제로 막으려 하는데, 그 영향으로 한국 제품 수출길도 좁아질 수 있다”라고 우려했다. 다만, 글로벌 사우스의 중국 견제를 한국이 역이용할 필요도 있다. 이희상 동남아본부장은 “아세안 내에서 중국의 영향력을 제한하려는 인식이 확산함에 따라 한국 제품들이 대안이 될 수 있다”며 “동남아 젊은 층들에게 K컬쳐가 인기인 점이 기회”라고 짚었다.

중남미 지역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은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인의 미국·멕시코·캐나다 협정(USMCA) 재검토 방향을 주시하고 있다. 트럼프 당선인의 기존 발언대로 미국이 멕시코·캐나다에 25%의 관세를 부과하면 멕시코에 생산 기지를 확충했던 한국 기업들의 부담이 커진다. 그러나 김상순 중남미본부장은 “미국과 멕시코 경제의 상호 의존성이 크기 때문에 (미국이) 관세보단 원산지 규정 강화 등으로 대멕시코 무역 적자를 줄이려 할 것”이라며 “북미 진출 통로로 멕시코는 계속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코트라 지역 본부장들은 악재는 많아도 한국 기업들의 기회는 수출에 있다고 강조했다. 박성호 북미본부장은 “미국이 자국 내 제조업을 되살리려면 결국 한국의 도움이 절실할 것”이라며 “한국 기업이 미국 현지에 공장을 운영하면 소재·부품 수출을 견인하는 효과도 있다”고 말했다. 황재원 중국본부장은 “한·중 기술 격차가 많이 줄었지만, 한국 제품은 여전히 프리미엄 이미지가 강하므로 기회가 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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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베트남 하노이에서 개최된 베트남 엑스포 한국관. 사진 코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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