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 [건강한 가족] 녹내장이 곧 실명은 아냐···상황 맞게 대처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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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영훈 센트럴서울안과 원장의 녹내장 여정

황영훈 센트럴서울안과 원장의 녹내장 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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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내장은 실명되는 병이라는데 저는 몇 살까지 볼 수 있을까요?
녹내장의 중요성을 강조하기 위해 만들어진 ‘소리 없는 실명’ ‘시력 도둑’이라는 표현은 경각심을 유발하는 장점 못지않게 공포심을 유발하는 단점도 가지고 있다. 녹내장이 실명될 수 있는 병인 것은 맞지만 항상 녹내장이 있다고 해서 실명하는 것은 아니다.

실명의 단계까지 가는 경우는 전체 녹내장 중 아주 일부다. 첫째, 녹내장의 종류 자체가 안압 조절이 잘 되지 않아 진행이 빠른 신생혈관녹내장, 포도막염녹내장, 거짓비늘녹내장 등인 경우, 둘째, 녹내장을 너무 늦게 발견해서 치료 시작 당시에 이미 녹내장이 심한 경우, 셋째, 진단 후에 치료를 제대로 받지 못하는 경우다.

다행히 한국인 녹내장의 대부분은 진행이 빠르지 않은 정상안압 녹내장이고, 대부분 안과 진료나 건강검진을 통해 늦지 않게 발견된다. 치료 방법의 발전으로 실제로 실명까지 가는 일은 많지 않다. 따라서 녹내장을 진단받고 가장 먼저 할일은 ‘내 녹내장의 종류가 무엇인지’ ‘녹내장이 어느 정도인지’를 확인하는 것이다. 그 결과, ‘정상안압 녹내장이고 초기’라면 차분하게 진료를 꾸준히 받을 경우 대부분 큰 문제 없이 지낼 수 있다.

‘실명’에 관한 정의도 다시 돌이켜봐야 한다. 왠지 실명이라 하면 ‘빛도 안 보이는 캄캄한 상태’를 떠올리기 마련이지만 보통 안과 관련 학술지나 책에서 이야기하는 실명은 ‘좋은 눈의 교정시력이 0.05 이하인 경우’(세계보건기구) 또는 ‘좋은 눈의 교정시력이 0.1 이하거나 시야가 20도 이내로 남은 상태’(미국의 법적 기준)다. 양쪽 눈이 완전히 빛도 보이지 않는 상태는 실명 중에서도 아주 심각한 일부에 해당한다. 실제로 법적 기준으로는 실명이지만 중심시력이 어느 정도 보존된다면 일상생활은 물론이고 직장생활을 꿋꿋하게 이어가는 사람들도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녹내장 환자라면 ‘실명의 공포’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공포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우선 현재 나의 상태를 피하거나 부정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바라봐야 한다. 주위에서 들리는 이야기나 온라인에 떠도는 정보, 나의 상상에 휘말리지 말고 안과에서 시행하는 적절한 검사를 통해 현재 상태를 꾸준히, 반복적으로 직접 확인하고, 지금의 상황에 적응할 시간, 용기, 그리고 끈기를 잘 간직하는 태도가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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