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 [건강한 가족] “4기 대장암 환자도 적극적 다학제 진료시스템으로 완치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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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민병욱 고려대구로병원 대장암센터장
대장암은 발병률과 생존율이 모두 높은 두 얼굴의 암이다. 국내 암 발생률 2위를 차지하지만, 수술 기술과 치료제가 발전하면서 치료 예후가 좋아졌다. 특히 고려대구로병원은 남다른 대장암 치료 성적을 보유하고 있는 곳이다. 수술이 어려운 말기 대장암 환자의 5년 생존율이 평균보다 두 배 이상 높다. 선도적으로 다학제 진료 시스템을 구축한 결과다. 고려대구로병원 민병욱 대장암센터장은 “대장암은 4기여도 꼭 말기를 의미하지 않는다”며 “다른 장기로 전이돼도 절제할 수만 있다면 수술이 가능하기 때문에 치료를 포기하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 대장암 치료에서 다학제 진료가 중요한 이유는 뭔가.
- “대장암의 표준치료는 수술이다. 암이 전이되더라도 절제가 가능한 경우가 많고, 항암 치료와 수술을 반복해 완치를 기대할 수 있다. 따라서 당장 절제가 불가능한 환자일지라도 내과와 외과를 포함한 여러 관점에서 치료 전략을 세우는 게 유리하다. 다학제 진료는 다양한 진료과가 한자리에 모여 수술·항암제·방사선 등 환자에게 맞는 최적의 치료법을 결정하는 방식을 말한다. 적극적인 치료가 생존율을 높일 수 있다는 점에서 대장암에 대한 다학제 진료는 필수적이다. 환자 생명과 삶의 질을 담보하는 핵심 요소인 셈이다.”
- 구로병원은 일찌감치 다학제 시스템을 마련했다.
- “암병원이 문을 연 2014년 이전부터 활발한 협진을 구현해 왔다. 병원 규모를 키우기보다 내실 있는 중증 질환 치료 경쟁력을 확보하는 데 주력하겠다는 뜻이었다. 대장암의 경우 8개 진료과 의료진이 모여 환자 상태에 따른 치료법을 찾아 완치를 이뤄내고 있다. 한 환자가 1년에 7회 이상 다학제 진료를 받기도 한다. 과별 경계를 허물기 위해 외과 의료진이 내과로 한 달간 파견을 나가는 것도 특별하다. 대장항문외과와 종양내과 전문의가 함께 환자를 보면서 수술 시기를 놓치는 가능성을 최소화한다. 꽤 오랜 시간이 걸렸던 치료 진행 과정도 2주 이내로 앞당겼다. 이러한 시스템은 환자의 만족도와 치료 성적을 올리는 데 주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 생존율은 얼마나 높아졌나.
- “3기와 말기 암에서 치료 성과가 두드러진다. 1~2기 암은 조기 진단과 치료 기술의 발전으로 병원 간 생존율의 차이가 크지 않다. 대장암 3기 환자의 5년 생존율은 87% 이상이다. 4기 대장암의 경우 45% 이상으로 끌어올렸다. 국내외 의료기관의 평균값을 훨씬 상회하는 수준이다. 선진국으로 불리는 미국도 3기 대장암 환자의 생존율이 82%, 4기는 20% 내외에 그친다.”
- 팀워크가 가장 중요할 것 같다.
- “다학제 진료의 중심은 팀워크다. 구로병원 대장암센터는 명의를 내세우지 않고, 명팀을 추구한다. 의사 개개인의 술기와 수술 기법은 이미 높은 수준에 도달한 상태다. 따라서 명팀이 구성돼 환자에게 맞는 적절한 치료 타이밍을 찾고 세부 치료법을 결정하는 게 중요하다. 구로병원에선 개인기와 조직력을 고루 갖춘 다양한 진료과의 전문 의료진이 머리를 맞대면서 치료 성적을 올린다. 의료진 모두가 바쁘지만, 점심시간을 활용해 최소 주 2회 다학제 회의에 참석한다. 수술 가능성이 없어 보여도 여러 진료과에서 함께 논의하다 보면 해법이 보이는 경우가 적지 않다. 실제로 타 병원에서 치료를 포기한 중증 대장암 환자가 찾아와 다학제 진료를 통해 치료받고 일상을 회복한 사례가 늘고 있다.”
- 최근 로봇 수술도 많이 활용되고 있다.
- “대장암 중에서도 직장암에서 로봇 수술이 주로 이뤄진다. 골반 깊숙이 있는 직장은 암을 제거할 때 신경이나 비뇨기가 손상되면서 항문 기능, 성기능 장애 등 부작용이 나타나는 일이 종종 있다. 정확한 수술이 중요한 이유다. 로봇 수술은 기존에는 보지 못하던 곳까지 보면서 수술할 수 있기 때문에 정교한 수술을 할 수 있다. 회복도 빠르지만, 수술비 부담이 크다는 게 가장 아쉬운 점이다.”
- 앞으로의 목표가 궁금하다.
- “말기 대장암 환자가 치료를 포기하는 일이 없도록 생존율 향상을 위한 방안을 더욱 적극적으로 찾아낼 방침이다. 구로병원은 최소 공간에서 최대 효율을 냈던 병원이다. 지금까진 의료진의 봉사와 헌신으로 다학제 진료 체계가 잘 정착됐다. 이제는 다학제 시스템을 더 체계화하는 데 힘을 모아야 한다. 앞으로는 규모와 질적 발전을 함께 도모해 암을 가장 잘 치료할 수 있는 병원이 되는 것이 목표다. 그러려면 맨파워(인력)를 강화해야 한다. 우수한 의료진을 양성하면서 환자에게 최선의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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