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국힘·비명이 친명을 포위했다…개헌론 두고 복잡해진 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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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헌(改憲)은 정국의 ‘블랙홀’이 될 수 있을까.
12·3 계엄 사태와 탄핵소추로 인해 정치권의 개헌 논의도 봇물 터지듯 나오고 있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지난 18일 개헌 카드를 공식적으로 꺼내들었고, 야권에서도 개헌에 공감하는 목소리가 작지 않다. 조진만 덕성여대 정치학과 교수는 “87년 체제가 생명력을 다한 상황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은 제왕적 대통령제가 갖는 온갖 문제들이 노골화된 계기가 됐다”며 “개헌 논의가 무르익고 실행에 옮길 적기”라고 말했다.
하지만 개헌 논의 자체가 간단치 않은 문제인 데다 각 정파의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뒤얽혀 있어 쉽게 풀기 어려운 정치권의 고차방정식이 될 가능성이 크다.
①적극적 국민의힘, 소극적 민주당=국민의힘 개헌에 대체로 적극적이지만 민주당은 대체로 소극적이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지난 18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예방해 “대통령 중심제가 과연 우리 현실과 맞는지 검토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정치컨설턴트 박동원 폴리컴 대표는 “일단 탄핵에서 시선을 돌리려는 회피 전략”이라고 평가했다.
여권에 유력 대선주자가 없다는 점도 권 원내대표가 개헌 카드를 꺼내든 배경으로 분석된다. 한국갤럽이 20일 발표한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 조사에서 국민의힘에선 한동훈 전 대표와 홍준표 대구시장이 5%를 기록했지만 이재명 대표(37%)에겐 압도적 열세였다. 최병천 신성장경제연구소장은 “대선 승리 가능성이 작은 여권으로서는 시간을 벌면서, 새로운 이슈로 판을 짜고 싶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민주당은 “느닷없는 이야기”라는 반응이다. 친이재명계 좌장 정성호 의원은 “탄핵 후 조기 대선인데 (개헌을) 논의하기는 어렵다”(19일 MBC라디오)라고 일축했다.
②친명계는 시큰둥, 비명계는 환영=그러나 야권 내에서도 온도차가 있다. 이 대표를 제외한 민주당의 잠재적 대선 후보들은 개헌에 적극적이다. 지난 8월 전당대회에서 이 대표와 당권 경쟁을 벌인 김두관 전 의원은 20일 부산 강연에서 “개헌을 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놓치면 절대 안 된다”고 강조했다. 김부겸 전 국무총리도 지난 1일 비명계 모임 '초일회'와의 만남에서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를 방지하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에 나설 것”이라고 했다. 조국혁신당도 19일 “제7공화국 개헌을 준비하자”는 입장을 냈다. 오래된 개헌론자인 우원식 국회의장도 19일 외신기자회견에서 “대통령 권력을 분산해 국회 권한을 강화하는 건 꼭 필요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대선후보로서 이 대표의 압도적 위상 때문에 역으로 개헌론이 탄력을 받을 수도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민주당 관계자는 “개헌이라는 소용돌이를 만들지 않고서는 다른 주자들이 낄 공간이 전혀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친명계는 국회의장까지 나선 개헌 군불때기가 불편하지만 마냥 무시할 수는 없다는 고민이 있다. 친명계의 한 의원은 “지금의 개헌론은 윤 대통령 탄핵에 대한 ‘물타기’에 불과하다”면서도 “개헌의 당위성도 없진 않다. 일단 대선을 치르고 논의하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18일 이후 개헌에 대한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최 소장은 “현재 흐름이 지속한다면 여권과 친문·비명계가 ‘반명연합’을 고려할 수도 있다”면서도 “지금 개헌으로 텐트를 치기에는 여론 관심이 낮고 구체적인 청사진이 없어 미풍에 그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말했다. 조 교수도 “결국 이 대표의 결단이 변수”라면서 “반(反) 이재명 정서가 여전히 강하고 비명계와 여권이 개헌 목소리를 계속해서 높인다면 이 대표도 마냥 외면하긴 어려워질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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