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소년중앙] 조선부터 현대까지 시대별로 다르고 또 같은 독서문화 속으로

본문

조선 선비 독서법부터 차근차근 살피며
지금 우리가 책 읽어야 하는 이유 깨달았죠

지난 10월 10일 한강 작가가 한국인 최초이자 아시아 여성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받았습니다. 이를 계기로 독서에 흥미를 보이는 1020 세대가 점점 늘고 있다고 해요. 일례로 인스타그램·틱톡 등 SNS에 '텍스트(text)'와 멋있다는 뜻의 '힙(hip)하다'를 합성한 신조어 '텍스트 힙(text hip)'을 검색하면 관련 게시물만 100만 개가 넘죠. 온전히 책에 몰입하고 독서의 즐거움을 만끽하려면 어떤 방식으로 책에 접근해야 할까요. 소중 학생기자단이 서울시 송파구에 있는 송파책박물관에 방문해 선조들이 책을 어떻게 향유했는지 시대별로 변화한 독서문화에 대해 알아봤습니다.

17349095369994.jpg

박서후·김보경·서지안(왼쪽부터) 학생기자가 서울 송파구에 있는 송파책박물관에 방문해 선조들이 책을 어떻게 향유했는지 시대별로 변화한 독서문화에 대해 알아봤다.

“오늘의 나를 있게 한 것은 우리 마을 도서관이었다. 하버드 졸업장보다 소중한 것은 독서하는 습관이다.” 이는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빌 게이츠가 한 말입니다. 그만큼 독서는 깊이 있는 사고력을 확장해 주고 삶의 관점을 넓힐 수 있는 강력한 힘을 갖고 있죠. 독서의 사전적인 의미는 '심신을 수양하고 교양을 넓히기 위해 책을 읽는 행위'라고 정의돼 있습니다. 특히 인공지능(AI)이 범람하는 시대, 독서의 중요성이 그 어느 때보다 강조되고 있는데요. 독서를 통해 정보의 홍수 속 옳고 그름을 판단할 수 있는 비판적 사고력을 향상시킬 수 있기 때문입니다. 독서는 많은 장점을 갖고 있지만, 우리나라 독서 현실은 그리 좋은 편이 아닙니다. 정부는 국민 독서 실태를 알기 위해 2년마다 '국민 독서실태'를 조사해 발표해요. 지난 4월 문화체육관광부가 발표한 ‘2023년 국민 독서실태’에 따르면 지난해(2022년 9월~2023년 8월) 성인 종합독서율(교과서·참고서 등을 제외한 일반 도서를 한 권이라도 읽거나 들은 사람 비율)은 43%로, 1994년 조사 개시 이래 가장 낮았죠.

반면 청소년 독서 실태는 성인보다는 나은 상황이었습니다. 이 조사에 따르면 초·중·고 학생의 종합독서율은 95.8%이었으며 연간 종합독서량(지난 1년간 읽거나 들은 일반도서 권수)은 36권으로 조사됐어요. 2021년 결과와 비교하면 독서율과 독서량은 각각 4.4%p, 1.6권 소폭 증가했죠. 그럼에도 다수의 전문가는 청소년 독서력에 대한 우려를 나타내요. 스마트폰·태블릿PC 등 디지털 기기에 익숙한 10대들의 문해력 저하가 사회적 문제로 떠올랐기 때문이죠. 이와 관련한 통계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2021년 방송된 EBS의 '당신의 문해력' 프로그램에서 전국 중학교 3학년 2400여 명을 대상으로 어휘력 평가를 했을 때, 10명 중 1명만이 스스로 공부할 수 있는 수준이었으며, 11%는 초등학교 수준밖에 되지 않는다는 결과가 발표돼 많은 이에게 충격을 안겼죠.

17349095371399.jpg

서지안·김보경·박서후(왼쪽부터) 학생기자가 송파책박물관 1층 어울림홀에 앉아 책을 읽고 있다. 이곳은 계단식으로 구성된 독서 공간으로 누구나 편하게 책을 읽을 수 있다.

일각에서는 문해력 저하의 가장 큰 원인 중 하나로 '읽지 않으려 한다'는 점을 꼽습니다. 이럴 경우 스스로 교과서를 읽지 못하는 것은 물론 수업에 따라가는 것도 벅찰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우려하죠. 그렇다면 어휘력 향상을 위한 해결책은 뭘까요. 많은 전문가는 '긴 호흡 글을 꾸준히 읽어야 한다'고 조언해요. 결국 독서인 셈이죠. 2019년 4월 독서의 즐거움과 그 가치를 전파하기 위해 설립된 송파책박물관은 독서에 대한 다양한 지식과 생각을 나누는 공간으로 선조부터 이어온 독서문화에 대해 조명하고 있습니다.

선조들이 알려준 독서의 즐거움  
김보경·박서후·서지안 학생기자를 반갑게 맞아준 채희숙 해설사는 "송파책박물관이 4월 23일 개관했는데요. 혹시 이날이 무슨 날인 줄 아는 친구 있나요?"라고 질문하자 보경 학생기자가 "책이랑 관련 있는 날인 것 같아요"라고 대답했어요. "맞아요. 송파책박물관이 책과 독서문화를 전시하는 곳이잖아요. 그래서 세계 책의 날인 4월 23일에 맞춰 개관했는데, 이날은 영국의 대문호인 셰익스피어와 '돈키호테'를 집필한 세르반테스의 기일이기도 하죠." 채 해설사는 “점차 사라져가는 귀중한 책을 수집·관리하기 위해 2만여 점의 소장품을 보유하고 있다"며 “1부 '향유', 2부 '소통', 3부 ‘창조’라는 콘셉트로 구성된 전시를 1부부터 차례대로 관람하자"고 제안했습니다.

17349095372922.jpg

채희숙 해설사는 "조선의 독서문화는 양반 사대부 중심으로 발전했다"며 "당시 책과 지식은 지식인층만 향유할 수 있는 일종의 권력이었다"고 소중 학생기자단에게 설명했다.

1부는 선현들이 전하는 책 읽는 즐거움에 관한 전시로 조선시대 독서문화를 엿볼 수 있죠. 최 해설사가 "조선시대에는 누구나 독서를 즐길 수 있었을까요?"라고 질문했어요. 지안 학생기자가 "한자로 된 책은 아무나 읽지 못했을 거 같아요"라고 답하자 최 해설사는 "그 말처럼 한자가 어려워서 읽지 못했던 것도 있지만, 조선의 독서문화는 양반 사대부 중심으로 발전했어요. 한자로 기록된 책과 지식은 지식인층만 향유할 수 있었고 그 자체가 권력이었죠"라고 설명했어요. 그러면서 조선 사대부들이 일상에서 독서와 얼마나 가까이 지냈는지 관련 유물을 소개했습니다.

"조선 사대부들은 책을 볼 때마다 서산이라는 종이를 접어가면서 표시했다고 하는데요. 왜 이렇게 열심히 표시했을까요?" 채 해설사가 묻자 서후 학생기자가 "어려운 부분을 표시해놓은 거 아닐까요"라고 말했어요. "비슷한 이유이긴 한데 조금 달라요. 조선시대 과거 시험은 오늘날 수학능력시험과 공무원 시험을 합쳐 놓은 것으로 난도도 높고 공부할 범위도 넓었다고 해요. 그래서 책을 그냥 읽은 게 아니라 오롯이 내 지식을 만들기 위한 독서를 했죠. 그렇기 때문에 몇 번 읽었는지 표시하면서 치열하게 책을 본 거예요."
글을 읽는 횟수를 기록하는 서산을 만들 종이나 비단이 없을 경우에는 대나무 통에 읽은 횟수를 기록했다고 합니다. 박지원의 『연암집』에 이를 뒷받침할 만한 내용이 나와요. 연암은 “서산을 만들어 읽은 횟수를 기록할 때 내용을 이해하면 서산을 접고 이해하지 못하면 그대로 둔다”라고 썼죠. 그뿐만 아니라 유교 경전을 틈틈이 보기 위해 경전 글귀를 대나무 조각에 적고 이것을 담은 통도 전시돼 있었는데요. 조선 사대부가 읽어야 할 필독서 양이 엄청났다는 것을 유물을 통해 추론할 수 있었습니다.

1734909537468.jpg

채희숙 해설사가 소중 학생기자단에게 조선시대 과거 시험은 양도 많고 난도도 높아 많아 책을 몇 번 봤는지 '서산'을 만들어서 표시했다고 설명했다.

채 해설사가 "조선 왕 중 독서왕은 누구였을까요?"라고 묻자 "세종대왕이요" "정조요" 등 소중 학생기자단이 저마다 다른 대답을 했습니다. 이에 "정조도 다독가로 유명했지만, 세종대왕은 더 많은 책을 읽었다고 해요"라면서 일화를 하나 들려줬어요. "세종대왕이 어릴 때, 아픈데도 책을 읽으니까 아버지인 태종이 화가 많이 났다고 해요. 그래서 신하를 시켜서 방에 있는 책을 다 치우라고 했는데, 그 신하가 병풍 뒤에 책 한 권을 깜박 놔두고 간 거죠. 유일하게 남은 책을 발견한 어린 세종대왕은 그 책이 찢어질 만큼 읽고 또 읽었다는 기록이 『국조보감』에 나와요." 『국조보감』은 조선 정부에서 왕들의 행실 중 후대에 모범이 될 만한 사실을 추려 모은 역사책입니다.

"세종대왕이 찢어질 만큼 읽은 책이 뭐였는지 궁금해요"라는 지안 학생기자 질문에 채 해설사는 "『구소수간』이란 책이었죠. 이 책은 중국 북송의 대문호로 알려진 구양수와 소동파가 쓴 편지를 엮은 책으로 흥미롭거나 재밌진 않았다고 해요"라고 설명했죠. 왕뿐만 아니라 조선 후기 시인인 백곡 김득신과 실학자이자 규장각 검서관 형암 이덕무도 다독가로 명성을 떨쳤습니다. 특히 이덕무는 독서로 다진 박학다식함과 뛰어난 문장력으로 정조의 총애를 받았다고 전해지죠. 이어 채 해설사는 조선시대 장서 문화를 엿볼 수 있는 전시로 소중 학생기자단을 이끌었습니다. "장서는 선비의 소양을 보여주는 하나의 지표였어요. 성리학의 이상을 실천하는 선비 공간은 학문과 예술의 온상으로 서책과는 매우 긴밀한 관계에 있었죠. 이에 대가에서는 서고를 따로 둘 정도로 책을 소중히 여겼다고 전해져요. 장서가의 취향에 따른 다양하고 개성 있는 형태의 책장과 탁자도 많이 제작됐고요."

독서에 전념해야 하는 조선 선비들에게 책 수집은 매우 중요한 일이었습니다. 채 해설사는 "조선시대에는 지금 교보문고 같은 대형서점이 따로 없었는데 선비들은 어떻게 책을 구했을까요?"라고 물었죠. 그러자 서후 학생기자가 "서점은 없지만, 책을 구해서 파는 사람이 따로 있었을 거 같아요"라고 말했어요. "조선 중기에는 주로 왕에게 책을 선물 받는다든지 갖고 있는 사람에게 빌려 봐야 했죠. 빌린 책을 베껴 써서 보관하는 사람도 많았고요. 임진왜란 이후 전쟁으로 없어진 서적을 회복하고자 중국 책을 들여왔는데 이게 장서 문화 발달을 촉진했다는 기록이 있어요."

17349095376193.jpg

문자나 기호를 새긴 활자를 원고 내용에 맞게 하나하나씩 활판에 끼워 책이나 신문, 팸플릿 등을 찍어내는 활판인쇄기.

조선 후기로 넘어가면서 상품 화폐 경제가 발달하자 독서 문화도 바뀌기 시작합니다. 책이 하나의 상품으로 인식되면서 관련 직업들이 하나둘씩 생겨났죠. 책 전문 상인인 '책쾌'가 이때 등장해요. 책을 상업적으로 거래하면서 고객과 흥정하고 매매를 중개한 책쾌는 지식 매체인 책을 직접 전달해주면서 지식 창출을 확산하는 역할을 했다고 하죠. 또 한글 소설 인기가 높아지면서 소설을 빌려주는 '세책점'도 생겨났습니다. "18세기 한양을 중심으로 세책점이 생겼는데 당시 부녀자들 사이에서 인기가 많았다고 해요. 또 글을 읽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책을 재미있게 읽어주면서 흥미를 돋우는 전문 이야기꾼 '전기수'도 나타났죠. 전기수는 당시 저잣거리·담배가게 등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곳에서 소설을 외워 구성지게 들려주다가 클라이맥스 때 이야기를 끊고 사람들의 궁금증을 유발했다고 해요. 왜 그랬을까요?" 채 해설사 질문에 소중 학생기자단은 "돈 벌려고요" "흥미를 더 키우기 위해서 그런 거 아닐까요" 등 여러 답변을 내놨죠. 채 해설사는 "이들은 관객들이 돈을 주면 그제야 중단했던 이야기를 이어나갔다고 해요. 일정한 보수를 받는 전문적인 이야기꾼이었던 거죠"라고 말했어요.

이어 '수진본'을 소개하며 "이 손바닥만 한 책은 왜 만들었고 선조들은 이 책을 어디에 넣어 다녔을까요?" 물었죠. 지안 학생기자가 "사극 보면 소매 안에 중요한 걸 넣고 다니던데, 옷 속이요"라고 대답했어요. "맞아요. 이렇게 옷 안에 책을 넣어 다녔죠. 아까 말했듯 과거시험을 치르기 위해 공부할 양이 엄청나다 보니 이동하거나 집 외의 장소에서도 공부할 부분을 볼 수 있게 이런 작은 크기의 책을 만들었다고 전해져요. 또 조선은 유교 국가로 자신의 뿌리를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했어요. 그래서 많은 양반들이 여러분도 아는 족보를 수진본으로 작게 제작해서 가지고 다녔다고 합니다. 수진본을 보면 오늘날 우리가 사용하는 무언가랑 닮지 않았나요?" 소중 학생기자단이 고민하자 채 해설사는 "크기도 그렇고 궁금한 걸 바로 찾아보고 해결 가능한 스마트폰과 비슷하지 않나요? 조선시대 스마트폰이 수진본이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라고 덧붙였죠.

17349095377981.jpg

조선시대 사대부는 언제 어디서든 볼 수 있게 손바닥만 한 크기의 책 '수진본'을 들고 다니기도 했다. 이에 관해 설명을 듣는 서지안·김보경·박서후(왼쪽부터) 학생기자.

책으로 소통하는 즐거움
사대부만 책을 향유했던 조선의 독서문화는 시간이 지나며 조금씩 바뀌기 시작했습니다. 채 해설사는 "조선 초기엔 양반만 책을 볼 수 있었는데, 한글 소설이 보급되고 활판인쇄로 책 만드는 게 쉬워지면서 누구나 책을 읽을 수 있는 환경으로 바뀌게 됐어요. 근대적 학교 교육을 경험한 세대가 늘어나면서 '문맹 퇴치 운동'도 벌였죠. 그래서 책 읽는 행위를 오락이자 취미로도 여기기 시작했죠“라며 2부 전시를 소개했어요. 2부 전시는 1910년부터 오늘날까지 100여 년의 독서문화를 보여주는 공간으로 조부모-부모-나로 구성된 가족 3대의 방을 통해 독서 환경의 변천사를 한눈에 볼 수 있어요. 먼저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을 겪은 1933년생 김영수 방을 가리킨 채 해설사는 "지금 우리 방이랑 너무 다르죠. 이 세대는 일제 식민 지배와 전쟁을 겪으며 전통사회에서 근대사회로의 전환기에 성장해 한문과 한글이 함께 쓰인 책을 읽었어요"라고 설명했어요. 이 시기에는 지식인층이 확대되며 나라의 독립과 국민 계몽을 위해 독서를 강조했는데, 『사상계』 『여원』 등 잡지가 대중적으로 큰 인기를 얻었다고 덧붙였죠.

이어 2세대 1963년생 김정호의 방으로 소중 학생기자단을 안내한 그는 "이 시기에 태어난 베이비부머 세대는 순 한글 출판물 보급으로 독서를 여가 활동으로 적극 활용했어요. 특히 버스·전철 등 대중교통 발달로 이동하면서 읽기 적합한 문고판 서적의 전성시대였죠"라고 특징을 알려줬어요. 이 시기에는 고된 노동과 민주화 운동을 다룬 소설 등이 많이 출간됐는데, 산업화 그늘에 대한 비판을 담은 소설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이 대표적인 예로 국어 교과서에도 실려 있죠.

"얼마 전 비상계엄령으로 많은 국민이 분노했잖아요. 이 방 주인인 김정호씨가 청년이었던 1980년대는 계엄령 선포 이후 독재 정권이 장기 집권하던 시대였어요. 그래서 반민주적·반인권적 정책이 많았고 이에 대항하는 이념 투쟁으로서의 독서가 활발히 이뤄졌죠." 최 해설사 설명처럼 이 시기에는 정부가 출판 검열을 따로 했으며, 이때 금지된 책을 '금서 또는 불온서적'이라고 불렀어요. 당시 리영희의 『전환시대의 논리』 등이 대학생들에게 영향력 있는 책으로 꼽혔다고 합니다.

17349095379914.jpg

1920년부터 오늘날까지 100여 년의 독서 문화를 보여주는 2부 전시의 1933년생 김영수 방을 살펴보는 소중 학생기자단.

다음으로 "소중 학생기자단 여러분에게 가장 친숙할 법한 1993년생 김유진 방이에요. 여러분 방과 별반 차이 없죠?"라면서 소개한 채 해설사는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로 책 읽는 친구 있나요?"라고 물었죠. 보경 학생기자가 "네. 제 친구들도 스마트폰으로 웹툰 많이 봐요"라고 대답했죠. "스마트기기 보급은 독서 환경도 바꿔놨는데요. 언제 어디서든 책을 휴대하고 활용할 수 있게 됐고 웹툰·웹소설이라는 새로운 장르도 생겨났죠." 이렇듯 디지털·영상이 익숙한 3세대는 텍스트 대신 이미지를 읽는 것이 더 친숙하다는 특징을 갖고 있습니다. 전시를 둘러본 보경 학생기자는 “독서 즐거움을 느끼기 위해 우리는 어떤 노력을 해야 할까요?”라고 질문했어요.

“우선 여러 장르를 시도해 보면서 본인이 어떤 분야를 좋아하는지 찾아보는 과정이 필요할 것 같아요. 그다음 편안하고 아늑한 공간을 찾아서 매일 15분, 30분이라도 주기적으로 독서하는 시간을 정해 습관화하는 거죠. 읽은 책에 대한 감상이나 생각을 한 줄이라도 기록해 둔다면 독서 경험이 풍부해지고 기억에 더 오래 남을 거예요. 특히 친구나 가족들과 책을 함께 읽으면서 책 이야기를 나눈다면 같은 책에 대한 다양한 시각을 공유할 수 있을 테고요. 이런 점이 독서의 즐거움을 배가시킬 수 있다고 생각해요.”

1734909538159.jpg

김보경·서지안·박서후(위에서 시계 방향으로) 학생기자가 송파책박물관을 둘러본 뒤 2층에 마련된 독서 공간에서 잠시 독서 시간을 가졌다. 이 밖에도 책박물관 곳곳에 책을 읽을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됐다.

“그럼 독서는 왜 필요한가요?”라고 서후 학생기자가 묻자 채 해설사는 “우리는 인터넷이란 플랫폼을 통해 궁금증을 해결하기도 하고, 많은 정보를 얻기도 하는데요. 인터넷은 너무 많은 콘텐트와 정보가 넘쳐 양질의 엄선된 정보를 찾아내기가 힘들 때도 많습니다. 이런 이유로 독서가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책의 가장 큰 장점은 하나의 주제를 고유한 방식으로 다듬고 가공해서 독자들에게 보여준다는 점인데요. 이를 통해 독자들이 다양한 세계를 좀 더 치밀하고 사려 깊은 방식으로 마주하게 해주죠. 책과 독서가 필요하고 중요한 이유예요”라고 설명했습니다.

동행취재=김보경(서울 북성초 5)·박서후(서울 일원초 5)·서지안(서울 잠일초 5) 학생기자

'소년중앙' 독자들을 위한 책 추천

세계적인 이슈인 기후 위기부터 알쏭달쏭 뇌 과학, 우리 삶에 스민 전통 색에 관해 이야기하는 책까지. 송파책박물관의 추천을 받아 다가오는 겨울방학에 읽으면 좋을 만한 책을 소개합니다.

17349095383174.jpg

소중_책소개

『라면을 먹으면 숲이 사라져』
최원형 글, 이시누 그림, 책읽는곰

오늘 내가 입은 옷, 내가 먹은 라면, 내가 즐긴 돌고래 쇼가 다른 생물과 환경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보여 주며 우리나라 우리 동네 환경 이야기를 생생하게 담은 책이에요. 또 일주일에 하루 고기 먹지 않기, 라면과 햄버거 덜 먹기, 겨울철 먹이를 구하기 힘든 새들을 위해 새 모이대 만들기, 플라스틱 사용 줄이기 등 어린이 스스로 환경 문제 해결에 동참할 수 있도록 누구나 손쉽게 실천할 수 있는 일들을 구체적으로 제시해주고 있죠.

173490953848.jpg

소중_책소개

『변신! 오방히어로즈 문화유산에 숨은 색 보물을 찾아라!』
하리라 글, 정진희 그림, 북멘토

우리의 역사와 삶에 스민 전통색에 관한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담은 책입니다. 고구려 강서대묘 고분벽화 속 사신도를 바탕으로 새롭게 창작한 오방신 캐릭터와 함께 어린이들이 전통색과 그에 얽힌 문화유산 이야기를 재미있게 읽을 수 있도록 구성했어요. 친절한 설명과 역동적이고 화려한 색 그림, 생생한 사진 자료를 통해 우리 조상들이 세상을 얼마나 다채로운 시선으로 바라보았는지 역사적, 문화적 관점에서 깊이 이해할 수 있는 책이에요.

17349095386369.jpg

소중_책소개

『밥을 먹지 않으면 뇌가 피곤해진다고?』
클라이브 기퍼드 글, 웨슬리 로빈스 그림, 푸른숲주니어

우리 몸에서 가장 복잡하고도 재미있는 기관으로 알려진 ‘뇌’에 관한 내용을 충실히 다루면서도 어린이가 이해하기 쉽도록 접근한 책이에요. 지금 머릿속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뇌가 어떤 식으로 작동하는지, 왜 뇌를 이해해야 하는지 차근차근 탐험하는 책이죠. 자칫 추상적으로 느껴질 수 있는 뇌에 대한 개념을 알록달록한 그림을 활용해 전달하며 어린이들이 눈에 보이지 않는 뇌의 구조와 역할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구성했어요.

학생기자단 취재 후기

송파책박물관 취재를 통해 조선시대 사대부들이 힘들게 공부하고 책을 읽었다는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특히 엄청 낮은 책상에서 온종일 공부했을 선비들의 허리가 아주 아팠을 거 같아요. 또 제가 조선시대에 살았다면 소매에 넣고 다녔을 수진본도 잘 잃어버렸을 거예요. 요즘은 스마트폰 보면서 걷지 말라고 하는데, 과거에는 수진본을 보면서 길을 걸으면 '책 보지 말라'고 어른들이 말씀하시지 않았을까 상상해봤습니다. 1980년대 출판 금지한 책 설명을 들었을 땐 사람들이 호기심 때문에 금서에 대한 궁금증이 더 많이 생겼을 거 같았어요. 독서와 책에 관한 몰랐던 부분을 알 수 있는 뜻깊은 취재였습니다.
김보경(서울 북성초 5) 학생기자

책을 좋아하는 저에게 송파책박물관은 정말 특별한 곳이었어요. 박물관에 들어서자마자 부드럽고 환한 조명이 은은하게 펼쳐지는 웅장한 계단식 독서 공간이 기억에 남아요. 책을 자유롭고 편하게 즐길 수 있는 공간이 제 시선을 사로잡았죠. 상설전시로 조선시대 독서문화를 보여주고 100여 년간 이어온 독서환경 변화를 볼 수 있게 꾸며져 있었는데요. 과거에도 많은 사람이 독서를 했고 책을 통해 지식을 얻을 수 있었다는 걸 알 수 있었죠. 책에 관한 몰랐던 사실도 알게 됐고 앞으로 독서가 더 재미있어질 거 같아요. 소중 여러분들도 추운 겨울에도 즐길 수 있는 송파책박물관에 방문해 온 가족이 다 함께 책을 읽으며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을 갖기를 바랍니다.
박서후(서울 일원초 5) 학생기자

저는 평소에 책 읽는 것을 정말 좋아하는데 책의 역사와 책을 만드는 방법을 알게 돼 뜻깊은 시간이었어요. 선조들의 독서 문화를 엿볼 수 있는 공간도 있었는데 제가 보기에는 독서 환경이 정말 불편해 보였습니다. 그런 환경에도 굴하지 않고 독서를 즐긴 선조들이 대단해 보였어요. 왜냐하면 재미있는 책을 읽을 때면 엄마가 아무라 불을 꺼도 콘센트 불빛 아래에서 한 줄이라도 더 읽고 싶어했던 경험이 떠올랐거든요. 또 전시 관람 후 마지막에 활판 인쇄를 이용해 만든 책갈피가 기억에 많이 남아요. 제가 책갈피에 찍은 윤동주 시인 『자화상』의 한 구절이 정말 좋아 자주 볼 것 같습니다.
서지안(서울 잠일초 5) 학생기자

0
로그인 후 추천을 하실 수 있습니다.
SNS
댓글목록 0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전체 51,671 건 - 1 페이지